기사입력시간 23.04.20 07:20최종 업데이트 23.04.20 07:20

제보

'수지타산' 안 맞는 중증응급정신, 상급종병도 병동 폐쇄…환자, 병원 대신 교정시설로

10년 새 상급종병 내 정신과 보호병동 18% 감소…정신과 입원일당 진료비, 타과의 절반 수준 불과

4월 19일 '중증 응급 정신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치료를 담당해야 할 상급종합병원들이 '정신응급환자' 치료를 포기하며갈 곳을 찾지 못하는 중증·응급 정신질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증 응급 정신질환자 치료는 필요로 하는 시설과 의료인력 소모가 크지만 수익은 타과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상급종합병원들마저 정신과 병동을 축소하거나 점진적으로 폐쇄하면서 중증·응급환자의 범죄와 그로 인한 교정시설 수감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급여 일당정액제, 포괄수가제의 초 저수가에 '포기'…보호 병동 폐쇄 릴레이

19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중증 응급 정신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급성기 정신과 병상이 사라지고 있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새 상급종합병원 내 정신과 보호병동이 18% 감소했다. 

실제로 2014년 광주세브란스병원, 2018년 청량리정신병원, 2022년 성안드레아병원이 정신과 보호 병동을 폐쇄했고 경기도립정신병원, 용인정신병원도 보호병동을 축소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정신과 보호 병상 수는 2020년 2/4분기 기준으로 840개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손지훈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까지 장기형 입원 병상이 빠르게 확대되며 정신과 환자의 장기 입원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정부가 2017년부터 입원 적합성 심사를 포함한 강력한 입원 억제 정책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병실당 정원이 8명에서 6명으로 감축되면서 향후 추가적인 병상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병철 보험이사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들이 급성기 병상을 줄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수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보험이사는 "한국의 보건예산 중 정신건강 투자 비율은 2021년 기준 1.6%로 OECD 평균 5.4%의 3분의 1이 안 된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이렇게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안전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험이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동 감소는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정신과 입원일 당 진료비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입원일당 진료비의 39%, 종합병원은 평균의 46% 밖에 안 된다. 다른 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입원일 당 진료비로 정신과 병동은 병원에서 골칫덩이가 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조현병과 같은 중증 정신질환의 급성기 치료는 일반 정신질환자의 3~5배 자원이 소모된다. 그런데 정신과는 자원 소모에 따른 수가 구분이 없으며 가장 힘든 환자를 가장 취약한 영역에서 감당하고 있다. 의료급여 일당정액제, 포괄수가제로 정신과는 중증과 일반질환의 차이가 거의 없고 그 증가율도 연평균 2.4%로 매우 적다"고 했다.

이어 "이런 현실에서 병원들은 중증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에 시달리게 돼 정신과 환자 진료를 기피하게 되고 급성기 병상은 계속해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김영희 정책위원장도 "정신과는 아직 인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전공의들은 사람을 살리는 필수의료라 할 수 있는 중증정신질환자 치료보다는 외래정신상담치료 수가 인상에 따라 입원 병상 없는 의원급 개원에 더 관심이 많다. '오은영 박사 효과'로 대표되는 경한 우울증과 소아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그 분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증보다는 경증 환자를 보는 의사들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전공의라도 대학병원에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당직까지 감내하며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더라도 정작 비자의 치료 관련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 대해 ‘인권침해자’로 보는 불편한 시선과 중증정신질환치료와 정신응급에 뛰어들 그 어떤 유인책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적당한 수입과 스트레스가 없는 입원실이 없거나 있어도 자의 입원 위주의 개방병동만 설치하려 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2021 서울시 정신의료기관 현황. 자료=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


적시에 치료 못 받은 정신질환자, 범죄자로…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 '증가'

이렇게 이렇게 정신질환자가 입원할 종합병원 이상 급성기 병상이 줄어들면서 정신과적 증상 및 자타해 문제를 가진 중증 정신질환자와 신체질환이 발생한 정신질환자들은 입원할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서울시 정신응급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신체질환 동반 중증 정신질환자의 숫자는 2014년 2만 7836명에서 2019년 31% 증가한 3만 6359명으로 늘었고, 중증 정신질환자 중 신체질환을 동반한 비율은 38.1%에서 40.7%로 증가 추세였다. 

하지만 신체와 정신과 질환을 동시에 처치 가능한 정신 응급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이 환자들이 실제 치료로 이어지는 사례는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손지훈 교수가 직접 조사한 서울 시내 정신 병상 현황에 따르면 서울 시내 종합병원급 이상 병원 56곳중 정신과 입원실을 유지 중인 병원은 25%에 불과했다. 각 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상급종합병원은 99%, 종합병원은 95%로 사실상 당일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최대 18병상에 불과했다.

그 결과 2019년 1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경찰이 정신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에 중증응급환자를 데리고 온 600건의 사례 중 실제 응급입원으로 이어진 경우는 19.3%(116건)에 불과했고, 그 자리에서 집으로 퇴원한 사례는 67.7%에 달하는(406건)으로 나타났다.

손지훈 교수는 "정신건강의학 병상의 절대적으로 부족함에 따라 중증 정신질환자에게 있어 가장 개입이 필요한 급성기 시점에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가 제공되지 못해 환자들을 더욱 만성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병상 부족에 더해 만성적인 초 저수가로 인한 정신건강의학 입원 치료의 질적 저하도 낮은 치료율의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설계된 비용 지불 체계와 정신의료기관의 열악한 환경 및 치료 실패로 지역사회 안에서 치료 시작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고, 치료가 시작돼야 할 급성기 때부터 적확한 치료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정신질환자는 그 증상이 더 심해져 결국 범죄를 저지르고 교정시설에 수감되는 일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철 보험이사는 "전국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자는 지난 2012년 2880명에서 2019년 4748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2018년 3665명에 비해 2019년에는 약 4% 증가했다. 치료적 접근성이 제한되거나 응급 대응이 되지 않으면 적절한 치료 개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외래로 치료받을 환자가 교정시설에 갇히게 된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도 "현실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중증정신질환자는 범죄를 저질러 교정시설에 갇히게 된다. 수감자는 입원치료환자에 비해 7배의 비용이 든다는 통계가 있다. 이에 환자와 가족의 복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의 소모적인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도 정신응급환자 및 급성기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 체계의 유지 및 운용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중증·응급 정신질환은 '필수의료'…정책수가 도입해 저수가 문제 해소해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동우 정책연구소장은 "그럼에도 정신과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에 비해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래도 전공의들이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원한 전공의들이 수련할 병원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라며 "급성기 폐쇄병동을 갖고 있는 대학병원은 수련의 첫 단추인데,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에서 중증정신질환자의 치료를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 연구소장은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마련해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신과 안에서도 기피 분야인 일부인 급성기와 중증응급정신은 필수의료로 인정해 정부가 정책수가를 도입해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권역정신응급센터 시범사업과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이병철 보험이사는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시범사업을 통해 수가를 올리니까 1인당 재원일수가 시행 전에 비해 32%p 감소하고, 30일 이내 재입원율도 14.1%p 감소했다. 또 정액수가였던 의료급여 정신치료를 행위별 수가제로 인정하자 정신치료의 시행 횟수가 늘어났고 조현병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율이 13.7% 감소하는 등 지표 개선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정신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을 들여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며 ”내외과 중환자실과 유사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정신건강의학과 중환자실을 구축하고, 격리실을 갖춘 정신응급 공공병상, 보호입원 퇴원 연계료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복지부 전명숙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를 지난해 8곳 지정했는데 직접 병원을 찾아다니며 해 달라고 설득했다. 정신과 교수들은 하겠다고 하는데 응급의학과가 반대했다. 수당도 많이 드린다고 해도 싫어하셨다"라며 "결국 의료인력정책과가 사정해서 전공의를 충원해주니까 그제서야 수락했다"며 어려운 현실을 설명했다.

전 과장은 "중앙정신응급의료 협의체를 발족해 소방 등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또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정신응급도 포함시켜달라고 해서 들어가 있기는 한데 수가를 어떻게 개발하고 늘릴지 전문가의 도움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며 "수가를 올리는 등의 문제는 설득이 필요한 문제라 실태조사 등을 통해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며, 국회에서도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