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18 12:10최종 업데이트 24.02.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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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들도 목소리 내기 시작...대장항문학회 "필수의료 기피 본질은 의사 부족 아닌 저수가 문제"

"외과 전문의수 미국의 1.7배, 산부인과 1.6배, 흉부외과 1.3배...힘든 전문의 따고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원인 해결부터"


의대 교수들로 이뤄진 의학계 학회들도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18일 대정부 성명서를 내고 “묵묵히 환자를 지키는 전공의를 병원 밖으로 내몰지 마라. 의대정원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대장항문학회는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미래 의료를 책임질 전공의들이 정부와 소통이 되지 않아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라며 “10만명이 넘는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을 갑자기 의대 증원을 방해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 세우는 프레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고 되물었다.  

학회는 우선 외과, 흉부외과 등이 기피과가 된 이유를 수가 문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1977년 건강보험 제도의 시작과 궤를 같이 하며 돈 없는 나라가 건강보험을 도입하면서 모든 병원을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강제 지정했다. 수가는 원가의 70% 이하로 정했다"라며 "병원은 CT, MRI 등의 검사와 비급여 진료를 통해 보상하게 한 것이 현재의 필수의료 위기를 만든 본질"이라고 했다. 

학회는 “의료계 내부에서 비급여 진료 과목별 편차가 인기과와 기피과 차별을 낳는 원인이라 제기했고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에 대한 반성과 자정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의사대표단체는 이러한 자정운동을 이끌지 못했다"라며 "이번 정부대책이 비급여 관리체계에 대한 개선을 담고 있는 점은 의료의 지속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의대증원 정책의 문제로 첫째, 의사수 대비 의료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OECD 국가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가 3.6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명으로 미국이나 일본과 비슷하나, 고령화 속도가 빨라 2035년에는 OECD국가 대비 1만5000명 정도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정부는 의대증원 이유로 근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회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에 비해 의사 숫자가 적음에도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회피가능사망율 등 주요 의료질지표가 세계에서 가장 좋다. 외래이용횟수, 입원병상숫자, 수술대기시간 등 의료접근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둘째, 이 방안은 국민의 89%가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여론, 다수 비전문가의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최근 필수의료 위기의 중심에 있는 우리나라 외과계 전문의는 인구대비 OECD 국가보다 많다. 미국과 비교해 외과 전문의는 1.7배, 산부인과는 1.6배, 흉부외과는 1.3배 많다. 신경외과는 OECD 국가 대비 3.5배 많다”라며 “전문의들을 증원하기 보다는 그 힘든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서도 다른 과로 개업하거나, 미용피부 등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원인 해결이 우선”이라고 호소했다.  

학회는 셋째, 이 방안이 모델로 삼고 있는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 유럽식 의료사회주의는 의료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료의 질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들 국가는 GDP의 11.9~12.9% (2020년 기준) 를 의료비에 쓰고 있지만, 수술대기시간이 3개월이 넘는다. 의료의 질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를 왜 개혁의 모델로 삼는지 그 정책 의도가 걱정”이라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보다 적은 GDP의 8.4%를 쏟고도 이렇게 질 좋고 접근성 높은 의료가 가능하다면 단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면 된다”고 분명히 했다. 

학회는 “망국적인 의대 열풍에 많은 사람들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의대 열풍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직업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심해진 측면이 있고 비급여 진료에 대한 국가방임이 결합돼 의료계의 상대적인 고수익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는 정책제도의 누적된 문제일 뿐이다. 누구든 원할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며, 의사의 개인적인 이기심 탓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의 파격적인 확대로 의사의 인기가 떨어지면, 의대 열풍도 해결될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로 인해 의대 열풍이 더 심해지고 이공계가 무너질 경우 나라의 장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라며 "의사를 필수의료 위기의 책임을 뒤집어 씌울 희생양으로 만들고 국민을 대상으로 불확실한 실험을 무자비하게 시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대장항문학회는 ▲의료수가 적정 보상 ▲비급여 진료 자정 및 관리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 보장 등 세 가지 해결책을 건의했다. 

학회는 특히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는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무기는 환자에 대한 인술과 지식 뿐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설득과 대화보다 일단 정했으니 따라오라고만 한다.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사망사례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 금고 이상형이면 면허취소를 운운하고 있다. 복지부가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해결해 나갈 주무부서가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회는 “필수의료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와 대통령실의 진정성을 믿고자 한다. 건강보험제도 시행 이후 47년 만에 모처럼 의료개혁의 철학과 방향을 제대로 잡은 점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그러나 의료개혁의 본질적 문제가 아닌 의대 증원 2000명 확대에 묶여 절실하게 기다려 왔던 개혁을 좌초시키는 누를 범하지 않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피력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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