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 토론회 개최…제약업계, 약가제도 개편 방향성 공감하나 산업계 영향 검토 요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제약업계가 올해 시행 예정인 약가정책과 관련해 "산업 체질 개선과 신약 개발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라며 약가정책 개편에 따른 영향 평가와 함께 단계적 추진을 요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를 현행 53%대에서 40%대로 낮추는 강도 높은 인하 방안을 포함한 약가제도 전면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 제네릭 중심 구조를 넘는 제약산업 전략' 토론회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행신 산업진흥본부장과 가천대 약학대학 장선미 교수는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제네릭 약가제도의 비효율성을 진단하며 약가정책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약가제도 개편의 큰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제약업계는 제도가 단기 재정 절감에 치우칠 경우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예측 가능성과 연착륙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행신 산업진흥본부장,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장선미 교수
제네릭 중심 구조 한계 진단…"약가정책, 신약 및 글로벌 시장 유도 전략으로 재설계해야"
이날 보건산업본부장 이행신 본부장은 국내 제약산업이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네릭 위주의 경쟁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매출과 역량이 소수 기업에 집중돼 있고, 다수 기업은 연구개발보다 안정적인 제네릭 시장에 의존하면서 글로벌 신약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매출액이 1000억원 미만인 기업은 전체 제약바이오기업(282개사)의 68%(191개사)에 달했으며, 상위 7%(20개사)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제네릭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이 아닌 영업 중심 경쟁이 고착화되면서 연구개발과 제조 혁신으로 자원이 이동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제조 역량과 투자 한계,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망 부족, AI 활용 신약개발을 위한 인프라 미흡 등도 국내 제약산업이 안고 있는 과제로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2023~2027년)을 소개하며 "의약품 제조 선진화, 공급망 확보, 인력 양성, 수출 강화, 정책·제도 및 인프라 구축, AI 활용 신약개발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정책 역시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이 제네릭에 머무르지 않고 신약과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선미 교수는 국내외 제네릭 약가관리 제도를 비교하며 국내 제도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짚었다.
장 교수는 "전체 진료비 111조원 중 약품비가 약 27조원으로, 연평균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OECD 기준으로 봐도 국민 의료비 중 의약품 지출 비중과 1인당 약품비 모두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강력한 가격 인하 메커니즘과 경쟁 유도 장치를 적용하는 것과 달리, 국내 제도는 동일 성분·동일 효능 의약품이 다수 등재돼 있음에도 가격 경쟁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장 교수는 "제네릭 약가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확보된 재정 여력을 신약 연구개발, 제조 혁신, 의료 현장과 연구 인프라로 재투자하는 구조 전환이 핵심"이라며 "약가정책이 산업 구조 개편과 연계되지 않으면 제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홍정기 상무이사, 한미약품 김상종 상무이사
제약업계, 약가제도 개편 방향성 공감…예측 가능성·연착륙 필요성 강조
이어진 토론에서 제약업계는 약가제도 개편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재정 절감 효과보다 중장기 산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홍정기 상무이사는 "궁극적으로 약가정책 방향은 약가 인하가 아니라 혁신 생태계 조성"이라며, 세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우선 제도 시행에 앞서 산업계 전반에 미칠 단기·중장기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네릭 약가 조정이 개별 품목이나 기업을 넘어 연구개발 투자, 고용, 생산 기반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치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홍 상무이사는 "제네릭 약가 문제를 단순히 재정 절감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산업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며 "제네릭 시장에서 형성된 수익 구조는 그간 국내 제약기업이 연구개발 역량을 축적하는 중요한 재원 역할을 해왔다. 이 구조를 일시에 조정할 경우 기업들의 투자 여력과 중장기 전략 수립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도 연착륙을 위한 충분한 유예 기간 확보를 요구했다. 약가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면 연구개발·생산 계획 수정 등 산업계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홍 상무이사는 약가제도 발전을 논의하기 위한 상설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정부가 제도를 설계하고 산업계가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정책 설계 단계부터 산업계·의료계·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김상종 상무이사는 산업계 입장에서 약가정책 논의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라고 했다. 그는 "약가정책 논의가 비용 절감 논쟁으로만 흐르지 않고, 산업 체질 개선과 신약 개발이라는 본래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정책의 방향성보다도 제도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약가제도가 잦게 바뀌거나 단기간에 큰 변화를 줄 경우 연구개발 투자 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산업계가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 임강섭 과장, 보험약제과 김연숙 과장
복지부 "제네릭, R&D 재원 역할 인정…신약강국 전환 지금이 중요한 시점"
정부 측은 제네릭 의약품이 그간 국내 제약기업의 R&D 투자 재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제도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 임강섭 과장은 "그동안 제네릭 의약품이 국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재원으로 일정 부분 기능해 온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논의는 제네릭의 역할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임 과장은 "글로벌 제약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금이 국내 제약산업이 체질을 개선하고 신약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데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며 "약가정책 역시 단기 재정 관리 차원을 넘어 이러한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연숙 과장은 약가제도 개편은 단순 인하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이번 개편은 일률적인 약가 인하 정책이 아니다. 2012년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유지해 온 기등재 제네릭을 중심으로 합리적 조정을 검토하되, 절감된 재정은 신약과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퇴장방지의약품과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와 우대 조치를 통해 공급 불안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