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12 11:07최종 업데이트 23.06.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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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원' 수순 서울백병원 교수들 "참담한 심정…서울 중구 의료공백 우려"

12일 기자간담회 열고 폐원 반대 입장 표명…"중구 유일 대학병원 일방 폐원 안 돼"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조영규 교수, 인제의대 교수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 장여구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백병원 교수들이 병원 폐원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하연관 9층에서는 서울백병원 폐원과 관련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의료계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서울백병원 직원과 인제의대 교수들은 법인 측에 일방적인 폐원 추진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관련기사=[단독] 인제의대 교수들 “직원수만 400여명...서울백병원 일방적 폐원 결사 반대”

폐원 추진 메일 한 통으로 일방 통보…의료원 기여해 온 서울백병원 '공로' 무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조영규 회장은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폐원과 관련해 지난 2일 병원장으로부터 메일 하나 받은 게 전부”라며 “이후 미리 준비됐다는 듯 서울백병원 폐원 관련 보도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후 교직원들은 폐원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수백 통의 민원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언론을 이용해 환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이를 통해 교직원을 흔들려는 법인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법인은 서울백병원의 적자에 대해 그간 지속적으로 교직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왔다. 조 회장은 “과거 서울백병원 중흥기에 얻은 이익과 자산은 서울백병원에 재투자되는 대신 형제병원 건립과 법인 운영을 위해 사용됐다”며 “서울백병원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법인의 경영 전략 때문이고, 교직원들은 오히려 과거 법인에 결정으로 인한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법인은 이제라도 인제학원 백중앙의료원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의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하고 적절한 예우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現 병원장 부임 이후 임상시험 당하는 기분…폐원 시 타 병원 연쇄 위기

조 회장은 현 서울백병원 병원장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21년 현 병원장이 부임한 후 임상시험을 당하고 있는 기분”이라며 “‘이렇게까지 여건을 어렵게 만드는데도 너희가 서울 중심에서 대학병원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듯 하다”고 했다.
 
이어 “그간 법인은 지속적으로 전공의 수련병원 포기를 요구했지만 수용한 병원장은 없었다”며 “그러나 현 병원장은 교수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지던트 수련와 지역 응급의료센터를 포기하고, 대규모 인력감축을 감행했다”고 했다.
 
법인이 서울백병원 교직원 400여명을 형제병원들을 통해 고용 승계하고 밝힌 데 대해서는 형제병원의 연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조 회장은 “생활권이 같은 수도권 내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은 최근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난 4월 의료이익을 보면 서울백병원이 10억원 적자였는데, 상계백병원은 17억원 적자, 일산백병원은 10억원 적자로 서울백병원보다 크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백병원 교직원까지 떠안게 되면 연쇄적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부산 지역 병원들은 여유가 있지만 생활권이 다른 부산지역으로 전환배치를 서울백병원 교직원 중 몇 명이나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교직원 동의없이 부산으로 전출 보내는 건 묵과할 수 없는 교직원 탄압 행위”라고 덧붙였다.
 
함부로 폐원 안 돼…서울 중구 심각한 '의료공백' 초래

조 회장은 또 “현 상황은 서울백병원의 위기가 아니라 법인의 위기”라며 “지금 각 병원의 적자가 늘고 있는데, 5개 백병원 각각의 특성을 살려 회생시키고, 발전시킬 전략과 대책이 법인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백인제 박사가 세운 백병원 설립이념은 ‘인술로서 세상을 구한다’이다”라며 “서울백병원은 서울시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으로 팬데믹 당시에도 지역민들 건강 수호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 지금도 응급환자를 이송할 병상이 부족해 지역민들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 병원이 폐원되면 중구를 비롯한 서울 도심에 심각한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회장은 폐원안이 통과될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일반 노조와 보조를 맞출 예정인데 거기선 단체행동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제의대 교수노조 김대경 위원장(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은 영상을 통해 서울백병원 교수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폐원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 등에 문제가 있다며 원점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폐원 결론을 내린 컨설팅 업체는 과거 교수들의 임금체계를 불리하게 개선한 바 있는 곳이고, 경영정상화TF는 서울백병원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며 “컨설팅 업체를 새로 선정하고, TF에는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재논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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