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4.23 05:06최종 업데이트 21.04.2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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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치사’를 일으키는 항체로 라스(Ras)를 제거한다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모든 세포는 DNA를 유전 정보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DNA의 정보는 RNA로 전사된 후 단백질로 번역되고 이 단백질이 생명체에 필요한 여러 생리 작용을 일으킨다. DNA는 방사선이나 자외선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손상을 입을 뿐만 아니라, 신진대사의 산물인 활성 산소나 DNA 복제 실패 등의 내부적 요인에 의해서도 지속적으로 손상을 받는다. 초기 항암 치료방법은 수술이나 방사선치료와 함께 암세포 DNA에 직접 작용하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사용했기에 치료 영역이 상당히 넓었다. 또한 항암제를 주사 또는 먹는 약으로 투여하면 혈액 중으로 흡수되므로 몸에 퍼져 있는 암세포에 작용하는 전신적인 치료 방법이다.

항암제에 의한 DNA 손상은 DNA 한 가닥 또는 두 가닥의 절단, 염기의 변화, 염기간의 비정상적인 결합, DNA 구조를 변화시키는 물질이 DNA에 결합한 경우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인간의 DNA는 복제 시 필연적으로 에러(error)가 발생한다. DNA 손상이 발생하게 되면 DNA 손상 관문(damage checkpoint)이 활성화돼 세포주기의 정지, DNA 수선 시스템(repair system) 작동, 염색질 재형성(chromatin remodeling), 전사기작 조절, 세포 사멸(apoptosis) 및 세포노화(senescence)와 같은 다양한 세포반응이 일어난다.

‘합성치사(synthetic lethal)’가 무엇인가? 두 유전자의 변이들의 조합은 세포 사멸을 일으키지만, 어느 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세포사멸이 일어나지 않고 살아남는다. 체내 세포에서 DNA 손상이 매일 일어나지만, 이를 수리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해 손상된 DNA를 수리하기 때문에 세포가 살아남을 수 있다. 적절한 DNA 수리가 일어나지 않으면 세포는 ‘합성치사’로 죽게 된다. 세포는 유전체를 올바르게 보전하기 위해 손상된 DNA의 종류에 따라 그에 맞는 DNA 복구 기작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DNA 복구 기작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인정돼 2015년 노벨 화학상이 수여되기도 했다.

항암제 개발이 진전하면서 독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표적 치료제에 집중하게 됐다. 표적 치료제는 암이 발생하는 과정의 특정 표적 인자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세포 간의 신호전달경로, 새로운 혈관의 생성 및 세포주기조절이나 사멸과 관련한 유전자발현 등 암의 발생 및 진행과 관련된 기전에 작용하기에 치료 영역이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1982년 발견한 이후 지난 40여 년간 라스(Ras) 돌연변이는 이를 직접 표적하는 약물이 개발된 바가 없어 난공불락(Undruggable) 표적이라 불리고 있다. 특히 라스는 대표적인 발암 유전자로 항암제 개발을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한 상황이다. 그러다가 많은 연구자들이 ‘합성치사’에 기대를 걸었다. ‘합성치사’ 방법으로 Ras 돌연변이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해 살해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의 재현성 문제 등에 의해 ‘합성치사’ 접근법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

현재 Ras를 직접적으로 타겟하고 있는 약물의 개발은 비록 KRAS G12C 변이에만 작용하지만 RAS를 표적할 수 있는 약물의 등장으로 기대감이 많이 높아진 상황이다. 작년에 시작한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는 KRAS 변이 암종에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ULK1 저해제를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삼고 있다. 티씨노는 G12C 변이 외 다른 KRAS 변이 암종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효물질을 확보했다. ULK1 저해제를 MEK 저해제와 병용투여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ULK1 저해제가 ‘합성치사’ 역할을 제대로 하는가? 두고 볼 일이다.

SHP2는 MAPK 경로를 완전히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비수용체 단백질 티로신 포스파타제(nonreceptor protein tyrosine phosphatase)다. SHP2를 인코딩하는 PTPN11의 돌연변이는 RAS질환(RASopathies; RAS-MAPK 경로에 발생한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적 질환)을 유발하며, 그 중 대표적인 질환인 누난 증후군(Noonan syndrome) 환자의 약 50 %에서 발견된다. 현재까지 SHP2는 스캐폴드 단백질로 기능하고, GRB2와 SOS1에 결합해 RAS 뉴클레오티드 교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SHP2의 억제는 SOS1 억제제와 비슷한 효과를 보이고 WT RAS의 GTP 결합을 방해한다. KRAS 돌연변이 종양은 SHP2에 의존적이다.

강력한 SHP2 선택적 알로스테릭 억제제인 레볼루션 메디슨(Revolution Medicines)의 RMC-4550은 SHP-099와 동일한 부위에 결합해 자가억제 형태(auto-inhibited conformation; 효소 활성이 억제되는 특정 구조적 상태)의 SHP2를 안정화한다. RMC-4550을 사용한 치료는 전임상 모델에서 세포 증식을 감소시켰지만, KRAS 코돈 12 돌연변이가 있는 세포에서만 효과를 보였다. 2018년 말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사노피가 5억 달러에 RMC-4550을 사들였다는 뉴스가 떴다.

항체(antibody)는 항원(antigen)과 결합해 항원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항원을 제거하는 면역단백질이다. 항체는 타겟 항원과 고특이성/고친화도로 결합해 기능을 조절하는 치료제로 개발되는 대표적인 바이오 의약품이다. 치료용 항체의 경우, 합성신약과 달리 세포막 표면에 노출된 타겟 단백질(세포막 단백질)에 달라붙을 수는 있지만 세포질안에 들어 갈 수는 없는 특성이 있다.

기존 항체 기술은 단순구조의 표적들에 대한 항체 발굴 용이 60여 개의 단순 표적들에 국한돼 치료용 항체(therapeutic antibody)가 개발됐다. 기존 치료용 항체는 세포막 표면에 발현돼 세포외부에 노출된 단백질 막단백질과 세포에서 분비돼 세포외부에 있는 단백질 분비단백질을 표적으로 암, 면역질환 등의 치료제로 개발돼 왔다. 치료용 항체는 인체의 면역작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 현재 항암 치료제의 선두주자다. 하지만 이 항체 접근 방법도 표적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 시스템에 대한 항체 및 표적 발굴 한계성을 지니고 당연히 세포질 내에 위치한 질환유발 단백질은 직접 타겟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신약개발은 융통성이 없으면 창조성도 없다(Without flexibility no creativity). 바이오 의약품인 치료용 항체도 신약개발의 고전적인 방법인 ‘세포 표현형 기반 스크리닝, Cell/phenotype-based screening, C/PBS’으로 스크리닝해 약물을 발굴하는 것이 가능할까? 항체도 고전적인 항체 집합체인 페이지 라이브러리 혹은 인간 합성 항체 라이브러리에서의 선택 방법을 넘어서 표현형(phenotype)에 기반해 표적이 알려지지 않은 질병시스템을 제어하는 항체의 발굴과 표적 발굴이 가능하지 않을까? 

놀랍게도 그런 고민을 하며 합성신약처럼 종양세포에 침투해 라스 표적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용 항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 앱틀라스(AbTLAS)는 항체개발 전문회사로서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인 활성기반 항체선별 기술(FAST, Functional Antibody Screening Technology)을 활용해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항체 개발이 어려웠던 많은 고난이도 질병 표적들, 예를 들어 GPCR이나 이온통로(ion channel) 등에 대해 활성 항체들을 발굴·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필자의 일생동안의 적인 라스 돌연변이를 타겟해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꿈과 열정을 쏟고 있다.

항체의 구조는 일반적으로 Y형태로 약 150 kDa의 4중체(tetramer)로 항원과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부위인 가변영역(variable region or V)과 결합된 항원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불변영역(constant region or C)으로 이뤄져 있다. 가변영역은 항원에 대한 특이성을 갖고 있으며 항체마다 서로 다르고, 불변영역은 동일한 기능을 하며 항체마다 동일하다. 가변영역은 다시 항원과 직접 결합하는 상보성 결정 영역, CDRs(complementarity determining regions)과 CDR loop을 지탱해주는 FRs(framework regions)로 구성돼 있다. 이들 6개의 loop들이 항원과의 특이적인 결합을 한다. 항체의 Fc 부위에는 FcgR을 통해 면역세포와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항체의 Fc는 면역세포의 타겟이 될 수 있고, 따라서 항체가 결합한 세포를 죽일 수 있게 된다.

앱틀라스가 이미 많은 수고와 오랜 시간동안 투자를 통해 만들어낸 활성기반 항체선별 기술이란 어떤 것인가? 앱틀라스는 항체활성의 핵심부분인 CDR을 자체 설계해 ‘VH library, VH CDR H1, H2, H3’와 ‘VL library, VL CDR V1, V2, V3’를 먼저 보유하고 있다. 이 라이브러리는 CDR 아미노산 서열의 체계적 배열로 항체 다양성을 극대화했다. VH, VL 집합체를 조합해 Fv 항체 집합체인 ‘Fv library’를 만들어 생산과 보관에 최적화된 라이브러리를 개별 보관한다. 그 라이브러리를 활성에 기반해 고속선별(HTS)하면 ‘Phenotype Hits’을 먼저 얻고, 이후 리드 항체의 ‘Focused library’를 다시 조합해 고속선별(HTS)해 ‘Optimized antibody’를 발굴하게 된다. 이렇게 ‘Zoom-in’ 방식을 적용해 다양성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앱틀라스가 보유한 활성기반 항체선별 기술이 기존 항체를 고르는 방법과 차별점이 무엇인가? 기존에는 항체 집합체 형태가 혼재하고 있으나 활성기반은 모든 항체들을 개별 분리 보관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에는 항체 발굴 방식이 ‘Affinity Selection’으로 인해 소수 결합 항체만 활성 검사를 할 수 있지만 활성기반은 ‘Phenotype Selection’으로 모든 항체를 활성기반으로 선별할 수 있다. 그러기에 무엇보다 표현형 항체 발굴도 가능하다. 기존에는 저해제, 차단제 위주로 발굴하지만 활성기반은 조절제(activator)를 포함한 모든 활성 항체가 가능하다. 확장성은 기존에는 정보화 된 항체 집합체를 구축하기 불가하지만 활성기반은 정보 기반 맞춤형 항체도 가능하다.

필자는 이제 라스 정복이 변이의 11%인 G12C 종양세포에 침투해 라스 표적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저분자 화합물 성공을 시작해 라스 항체로 끝내기를 기대한다. 활성기반 항체선별을 통해 라스 돌연변이를 타겟하는 항체 치료제를 개발해 지난 30년 동안 난공불락이던 라스 돌연변이를 공략하는 치료항체가 탄생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그리하여 가장 어렵다는 췌장암 암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넘쳐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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