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발굴부터 허가까지, 신약개발 전주기 파고든 AI…"코사이언티스트 넘어 AI 연구조직으로"
경희대 이화진 교수 "AI 검증 여부보다 특화가 과제…연구협력 넘어 기술수출·허가로"
경희대학교 이화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단백질 구조 예측이나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비임상과 임상, 허가 등 신약개발 전주기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향후에는 AI 에이전트와 자동화 로봇이 결합하고, AI가 실험 설계와 후보물질 최적화까지 수행하는 AI 활용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희대학교 이화진 교수는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CPHI Korea 2026에서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 동향'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과거 AI가 단백질 구조 예측과 후보물질 스크리닝, 검증·최적화 등에 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타깃 발굴부터 비임상 PK·PD 모델링, 임상시험 설계와 환자 선정, 허가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신약개발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은 이제 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어떤 영역에 특화해 AI 신약개발을 하고, 회사가 어떻게 두각을 드러낼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I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는 후보물질 발굴과 최적화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단백질과 저분자화합물·항체·펩타이드 등의 결합 구조와 친화도를 계산해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먼저 선별한 뒤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이다.
특히 새로운 모달리티가 등장하면서 후보물질 최적화 과정에서의 AI 활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백질분해제 등은 구조가 조금만 달라져도 효능이나 물성이 크게 변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약물과 다른 PK·PD 특성을 나타낼 수 있어 반복적인 합성·실험을 줄이면서 후보물질을 정교하게 선별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새로운 모달리티를 개발할 때 트라이얼 앤 에러(Trial and error)만으로 가다 보면 시간이 늘어나고 많은 자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AI를 도입해 최대한 적은 수의 합성으로 약물 스크리닝과 최적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학교 이화진 교수 발표 자료 중 일부.
AI 활용 범위는 임상시험과 허가 단계까지 이어진다. 임상시험에서는 적절한 환자군을 선정하는 것을 비롯해 예상 효과크기와 환자 수 등을 고려한 임상시험 설계, 실제 임상이 계획에 맞게 수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까지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허가 단계에서는 AI를 활용해 나온 결과의 일관성과 설명 가능성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AI가 동반진단 등에 활용되는 경우 동일한 입력 데이터에 대해 일관된 결과를 도출하면서 왜 해당 결과가 나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설명가능한 AI(XAI)'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교수는 AI를 신약개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뿐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어떤 형태로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데이터라도 텍스트나 구조화 데이터, 테이블, 그래프 등 어떤 형태로 입력하는지에 따라 사용하는 알고리즘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공개된 데이터라고 해서 별도 검증 없이 그대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학습·검증·테스트 데이터가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따라 모델 성능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AI 알고리즘이 잘 된다고 해서 우리 데이터에 바로 도입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인풋 데이터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며 "아무리 퍼블릭 데이터셋이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믿으면 안 되고 다시 데이터 밸리데이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신약개발 전주기의 AI 활용을 넘어 연구 과정 자체의 자동화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에이전트가 자동화 로봇과 연계되고, 연구자가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조직처럼 작동하면서 실험을 설계하고 후보물질 최적화 방향까지 제시하는 구조다.
이 교수는 "신약개발 전주기의 단계를 넘어서 자동화 로봇과 연계되고,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하나의 조직이 만들어져 그 안에서 실험 설계와 최적화 아이디어까지 만들어나가는 단계로 갈 수 있다"며 "지금 많이 다뤄지는 AI 코사이언티스트(AI Co-Scientist)의 개념을 훨씬 뛰어넘어 AI를 활용한 조직의 개념까지 신약개발에 도입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