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1.19 07:22최종 업데이트 21.11.1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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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급여비 5년간 47% 올랐는데 상급종합병원은 63% 급증…동네 의원은 어쩌나

지속가능 보건의료체계 토론회...의원급 지원 강화‧의원인증제 등 의료전달체계 개편 필요성 제시

사진 왼쪽부터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 한원곤 한국병원정책연구원 원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일차의료를 중점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원급의 의료전달체계 내 역할을 재확립하고 열악한 의료 환경을 향상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의원 인증제 같은 서비스 질 강화를 위한 정책도 시행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회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대한민국의학학림원은 18일 오후 '한국형 지속가능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방안과 과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형병원 요양급여 상승분, 평균치 훨씬 웃돌아…의료전달체계 새판 짜야
 
이날 심포지엄에 모인 각계 전문가들은 국내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양한 제안을 내놨지만 단연 큰 관심을 받은 주제는 의료전달체계와 재정 건정성 문제였다.
 
참석자들은 현재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일차의료기관을 살리고 역할을 재정립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국내 의료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과 치료 중심의 의료 공급 패러다임이 계속 강화돼 왔다"며 "그로 인해서 대형병원 쏠림은 더욱 심화되는 반면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수시 퇴원이 필요한 지역사회 고령 사회를 대비한 인프라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우 소장은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면서 이미 의료전달체계의 유연성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그 이후 전달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대안은 묘연한 상황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형병원에 대한 요양급여 비용의 증가세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보건의료비 급증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15년 58조원 남짓했던 요양급여비용은 2019년 47.9% 상승한 85조원까지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상급종합병원의 요양급여 상승 비율은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도는 63.4%, 종합병원 66.1%에 육박한다.
 
우 소장은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의료비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년 후 요양급여비는 228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며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며 보건의료 차원을 넘어 국가의 존립이 가능할 것인지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병원정책연구원 한원곤 원장도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의료기관 종별 역할과 기능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이런 결과로 대형병원과 수도권 쏠림이 계속되고 있는데 최근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전달체계와 재정문제 악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왼쪽부터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전병율 대한보건협회 회장, 발제를 맡은 박은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제8분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사진=실시간 온라인 심포지엄 갈무리 

의원인증제 도입하고 경증 환자 지역 간 이동 제한 등 방안 고민해야
 
이에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원가에 대한 의료의 질과 서비스를 높이고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재정적 지원이 우선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박은철 제8분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이제 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할 때가 왔다. 현재는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니 환자들을 억지로 못가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인식이 잘못됐다. 지방 의료기관이나 개원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니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형 의료기관의 부족한 신뢰가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 의료기관과 의원급을 도와주기 위한 지지가 필요하다. 현재는 이들을 돕기 위한 예산이 너무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일차의료기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의원인증제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한원곤 원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34.5%를 차지하며 전체 의료 서비스의 질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외국도 일차의료기관의 인증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의원급을 대상으로 인증 평가를 하는 민간 비영리 독립기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 대형병원도 인증평가제로 인해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대폭 향상된 부분이 있다"며 "일차의료기관도 의원인증제를 통해 적합한 인증 기준을 마련하되 이에 대한 합리적 지원과 보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증 환자의 지역 간 이동을 막기 위한 인센티브 혹은 디스 인센티브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원장은 "지역 의료의 접근성과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의 지역 간 이동을 막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경증 질환으로 종합병원을 이용할 때 자기 부담비용을 높이는 방안이 있으나 이는 환자의 재정적 부담이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거주 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자기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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