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이스바이오 인수로 차세대 호흡기 파이프라인 확보…중국 클로버도 복합 백신 임상 돌입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사노피(Sanofi)가 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을 넘어 RSV와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3형(PIV3)을 동시에 잡는 복합 백신 개발에 나선다. 현재 RSV 백신은 국내외에서 허가를 받아 판매 중이지만, hMPV와 PIV3 예방 백신으로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
사노피는 영국에 본사를 둔 바이오텍 바이스바이오(Vicebio)를 인수하고 호흡기 백신 파이프라인을 확대한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바이스바이오에 선급금 11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개발 및 규제 승인 달성 시 최대 4억5000만 달러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 규모는 총 16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달한다.
바이스바이오는 분자 클램프(Molecular Clamp)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호흡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유럽 생명과학 전문 벤처캐피탈 메디치(Medicxi)의 투자로 설립됐고, 호주 퀸즐랜드대의 상업화 기관인 유니퀘스트(UniQuest)로부터 분자 클램프 기술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이번 인수로 사노피는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최적의 구조로 안정화시켜 면역 체계가 이를 더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반응하도록 하는 혁신 기술인 분자 클램프를 확보했다.
사노피에 따르면 이 접근 방식은 표준 냉장 온도(2~8°C)에서 보관할 수 있는 완전 액체 복합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고, 동결 또는 동결건조가 필요 없어 제조 및 유통 과정을 간소화한다. 사전 충전 시린지로 공급할 수 있어 사용 편의성과 안전성, 운영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사노피 백신 R&D 글로벌 책임자인 장-프랑수아 투생(Jean-François Toussaint)은 "바이스바이오의 분자 클램프 기술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전세계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점에 백신 설계 개선을 위해 단순하지만 세심한 접근 방식을 도입하게 해준다"면서 "이번 인수합병은 사노피의 백신 혁신에 대한 헌신을 강화하고, 단일 접종으로 노인층을 다중 호흡기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차세대 복합 백신 개발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스바이오가 개발 중인 RSV+hMPV 복합 백신 VXB-241과 RSV와 hMPV에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3형(PIV3)까지 예방하는 복합 백신 VXB-251 등을 파이프라인에 추가한다. VXB-241은 현재 노인을 대상으로 탐색적 1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고, VXB-251은 3분기 1상 진입 예정이다.
사노피 측은 "이 백신 후보물질은 사노피가 독감 및 RSV 예방 분야에서 이미 강점을 가지고 있는 호흡기 백신 시장에서 회사의 위치를 강화한다"면서 "이번 인수를 통해 파이프라인에 mRNA 기반이 아닌 백신을 추가함으로써 RSV 및 hMPV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선택지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RSV와 hMPV, PIV3는 폐렴 등 하부 호흡기 감염의 주요 원인이다. 이 바이러스들은 기침, 발열, 호흡 곤란 등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지만 항원적으로 구분된다. 자주 동시에 유행하며 계절별 호흡기 질환 급증에 기여해 노인층의 건강 악화, 입원, 일부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RSV 예방에 대해서는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베이포투스(Beyfortus, 성분명 니르세비맙)와 같은 신생아 및 영아 대상 백신은 물론 성인 백신도 다수 개발돼 국내외에서 판매 중이다. 반면 hMPV와 PIV3에 대한 예방 백신은 아직 없다.
현재 중국 클로버 바이오파마슈티컬스(Clover Biopharmaceuticals)가 바이스바이오와 비슷하거나 빠른 속도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를 목표로 복합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클로버는 6월 RSV+hMPV 복합 백신 SCB-1022와 RSV+hMPV+PIV3 복합 백신 SCB-1033에 대해 60세 이상 성인 대상 1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물질은 자체 백신 플랫폼인 트리머-태그(Trimer-Tag)를 활용, F-단백질의 전-융합(PreF) 형태의 항원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클로버 조슈아 량(Joshua Liang)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승인된 단백질 기반 RSV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RSV와 관련된 다른 바이러스인 hMPV와 PIV3에 의해 유발되는 심각한 호흡기 질환 부담을 에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격차가 존재한다"면서 "호흡기 복합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전세계 공중 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모더나(Moderna)가 2022년 소아 및 성인을 대상으로 hMPV와 PIV3 복합 백신 mRNA-1653 1b상을 완료했으나 이후 개발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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