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5.05 10:45최종 업데이트 22.05.0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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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맵(FODMAP) 음식, 그것이 알고싶다

[칼럼] 대한소화기기능학회 식이비만대사연구회,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김용성 연구교수·원광대 식품영양학과 나우리 연구교수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대한소화기기능학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②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③이해가 필요한 위식도역류질환의 유지요법
④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원인
⑤소화불량과 역류 증상 환자에서 올바른 식이요법
⑥내시경으로 치료하는 소화기 기능성 질환
⑦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궁금증 해결을 위한 Q&A
⑧만성 변비, 그것이 알고 싶다
⑨기능성 위장관 증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 정신심리치료로 위장증상 조절
⑩난치성 기능성소화불량증: 삼환계 항우울제와 레트로
⑪만성변비의 약물 치료: 변비약 계속 먹어도 되나요?
⑫식도염 약을 오래 먹어도 괜찮을까요?
⑬포드맵(FODMAP) 음식 그것이 알고싶다

[메디게이트뉴스] 소화기내과 외래의 상당 수인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은 "뭘 먹으면 좋은가요?"라는 질문이다. 

사실 과민성장증후군을 좋아지게 하는 음식은 없어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의사들은 난감하다. 대신 음식을 먹고 나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은 환자들이 흔히 경험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이 바로 식이다. 

문제는 증상을 일으키는 식이요인을 찾고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일반 원칙을 설명해도 실제로는 딱히 어떤 음식인지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서 환자들에게 증상을 일으키는 음식들이 보고돼왔는데 기름진 고지방 음식, 지방질이 많이 포함된 육류, 유제품, 기름에 튀긴 음식, 술, 카페인, 탄산음료 등이다.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증상을 일으킬 것 같은 음식 외에 최근에는 '포드맵' 음식이란 생소한 용어를 의사나 언론, 기사를 통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포드맵(FODMAP), 너는 누구냐?

포드맵은 Fermentable Oligosaccharides, Disaccharides, Monosaccharides and Polyol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단어 뜻 그대로 발효가 쉽게 되는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당알콜)을 말한다. 장에서 100% 흡수되는 포도당과 달리 포드맵 성분은 일정량 이상은 장에서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소장과 대장을 그대로 지나게 된다. 

소장에서는 삼투압 작용으로 물을 끌어당겨 대장으로 끌고 내려가고 대장으로 넘어간 포드맵은 장내세균에 의해 발효가 되면서 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설사, 복통, 불편감 등을 유발한다.
 
그림 1. 포드맵이 위장관 증상을 일으키는 기전 (Moayyedi 등 Nature reviews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2020)

포드맵의 대표적인 급원 식품은 ①유당 함량 높은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②폴리올(솔비톨, 만니톨, 자일리톨 등) 함량이 높은 옥수수, 배, 사과, 블랙베리, 컬리플라워, 버섯, ③과당 함량이 높은 사과, 배, 망고, 건조과일, 아스파라거스, 꿀, 과일주스, ④프룩탄 함량이 높은 양파, 양배추, 마늘, 갈락토올리고당 함량이 높은 콩류, 견과류 등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예를 든 음식은 우리가 모두 흔히 먹는 것들인데 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일까? 

포드맵이 나쁜 음식은 아니다.

포드맵 연구는 이 성분이 많은 호주 음식을 이용해 정상인과 과민성 환자를 대상으로 비교한 호주의 모나쉬(MONASH) 대학의 연구에서 시작됐다. 포드맵 성분이 높은 전형적 호주 식이를 섭취 했을때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증상이 심하게 생겼고 저포드맵식이로 투여하면 증상이 소실됐다. 반면 정상인에서는 고포드맵 식이나 저포드맵 식이 모두 증상이 없었다.(그림 2) 

즉 이 연구로 알수 있는 점은 증상 발현에 있어서 포드맵이라는 음식의 성분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병리적 특성이 문제라는 점이다. 

내장과민성과 같이 장내변화에 쉽게 증상을 느낄수 있는 소인을 가진 환자들은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후 여러 연구를 통해 저포드맵 식이가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증상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증명돼 최근 주 치료 요법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 뿐만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저포드맵 식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예기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상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OO 다이어트가 쉽게 유행하고 있는데, 마치 포드맵은 나쁜 음식이고 저포드맵 식이가 건강에 좋은 음식처럼 잘 못 알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고 건강한 사람들은 포드맵을 비롯한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오히려 저포드맵 식이를 오래하게 되면 이로 인한 영양소 불균형과 장내미생물 불균형이 생길수 있어서 영양사의 관리 하에 저포드맵 식이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림 2.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와 건강인에서 포드맵 식이에 대한 반응 차이 (Halmos 등, Gastroenterology 2014)

최근 방문한 한 여자 환자는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다 해도 이상이 없어서 과민성장증후군을 진단받았다고 하면서, 본인이 신경을 써서 음식도 건강하게 먹고 있는데도 가스가 차고 배가 아프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여기 저기서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고 하길래 어떻게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있냐고 물어봤다. 

"아침에 사과는 금사과라고 해서 아침식사 대신 우유에 사과와 위장에 좋다는 브로컬리와 양배추도 같이 넣어 갈아 마십니다. 백미는 건강에 안좋을 까봐 밥도 콩을 섞은 잡곡밥을 먹고있어요."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에 한번 기반해서 이 환자의 식이내용을 보면 어떤가? 환자는 스스로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들만 골라서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 환자에게는 다른 약을 더 주는 것보다 우선 내일부터 지금까지 아침에 먹고 있던 것을 중단하고 쌀밥으로 식사를 해볼 것을 권했다. 그 다음 환자가 방문했을 때는 증상은 거의 없어졌다면서 좋아하면서도 여전히 '몸에 좋은 아침 금사과'를 못 먹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던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 저포드맵 식이 적용의 제한점

이렇게 저포드맵 식이는 환자 증상 개선에 유용한 치료법이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국내에서 치료에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운 이유가 존재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포드맵 연구는 우리나라와는 식습관이 다른 서양권 국가에서 주로 진행이 돼 왔다. 서양에서는 포드맵 함량이 높은 밀가루가 주재료인 빵이 주식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이 아닌 간식 개념이다. 또한 우리나라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의 재료는 배추, 마늘, 파 등으로 모두 포드맵 함량이 높은 식품인데도 불구하고 본 연구팀의 조사에서는 국내 환자들이 이런 음식에서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식습관이 반영된 포드맵연구가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식품의 포드맵 데이터베이스 확보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일 품종의 경우 영양성분이 유사하기는 하나 토양의 질, 기후에 따라 영양성분에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식품 고유의 정확한 포드맵 함량 자료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자료로는 충분한 포드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한국인의 포드맵 섭취량을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포드맵이 과민성장증후군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어떤 종류의 음식에 기본적으로 포드맵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지 알고 있다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국내 식품 포드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식사가 증상에 미치는 영향과 임상 영양치료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여기서 얻어진 근거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환자에게 적절한 식사 가이드라인 및 임상영양 치료 프로토콜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주 오래전 히포크라테스가 했던 말이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적용될 수 있다.

"음식이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것처럼 음식은 가장 강력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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