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산업계, 제도 두고 의견차 보였지만 신의료기술 평가 범위 '재조정' 필요성에는 한목소리
16일 서울 한국YWCA연합회 A스페이스에서 '신의료기술 시장진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최근 보건복지부가 예고한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둘러싸고 환자와 의료계, 산업계의 의견이 나뉜다.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과도한 절차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반론이 맞섰다. 다만 평가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는공감대를 형성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한국YWCA연합회·의료공동행동은 16일 서울 한국YWCA연합회 A스페이스에서 '신의료기술 시장진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오주환 교수는 '환자와 의료소비자를 위한 신의료기술 진입을 위한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오주환 교수
"신의료기술 조기진입 중단하고 평가 일원화해야"
앞서 보건복지부는 4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을 예고했다. 이는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이 일정 기간 평가 과정을 면제받아 비급여 시장에 조기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오 교수는 이 같은 제도가 환자 안전과 의료비 재원 지속가능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급여 시장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 의료비와 실손보험료 상승, 보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검증 없는 조기 도입은 환자에게 더 큰 비용 부담만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나뉜 평가 체계를 단일화할 것을 제안했다.
오 교수는 "제도 발전 과정에서 평가 기관이 분산돼 혼란이 따른다"며 "약물 형태는 식약처와 심평원, 비약물 형태는 식약처와 NECA로 일원화해 동시 심사하면 접수 후 30일 내 판정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충분한 공공투자와 지원을 통해 진정한 혁신의료기술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6일 서울 한국YWCA연합회 A스페이스에서 '신의료기술 시장진입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환자·의료계·산업계, 평가대상 재조정 필요성에 공감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신의료기술 조기진입 제도를 두고 환자와 의료계, 산업계가 환자 안전과 혁신 촉진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평가대상 자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는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는 안전하고 검증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시장에 들어오는 기술은 환자에게 비용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혁신으로 포장돼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검증과 공공투자를 통해 제도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YWCA연합회 안정희 책임은 환자가 임상시험 피험자처럼 취급될 수 있는 구조를 지적하며 보호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울산의대 조민우 교수도 "신의료기술은 입증을 거쳐야 비로소 의료기술이 된다"며, 평가 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현 제도가 모든 기술을 사전평가 대상으로 묶고 있어 혁신을 지연시킨다고 지적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신의료기술평가 김종배 분과장은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은 검증된다"며 "신의료기술평가는 급여 여부나 사회적 쟁점이 된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진단보조는 시기를 놓치면 환자·산업 모두 이익을 잃는다며 신속한 적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도 조기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김동현 사무관은 "시장에 빨리 들어와 현장에서 사용해보게 하자는 것이 취지지만, 그 과정에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과 정재용 사무관은 "식약처는 안전성·성능을 검증하는 기관으로 규제 완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식약처 허가와 NECA·심평원의 신구기술 판단 기준이 다르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주환 교수가 제안한 '식약처와 NECA의 통합 심사' 방안에 대해 "식약처는 허가를 담당하는 기관"이라며 "임상시험 단계에서 의료기기의 현장 위험성까지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임상평가의 대상·목적·방법을 더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