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2.24 07:07최종 업데이트 20.12.2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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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병 치료 경구제 출시됐지만 여전히 주사치료 집중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 국내 급여 기준과 환자 인식도 부족에 대해 아쉬움 토로

 사진 =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희귀질환인 파브리병 치료가 가능한 경구제가 출시됐으나, 국내 급여 기준 제한과 환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주사제 치료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는 24일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현황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면서, "희귀한 병인 동시에 완치할 수는 없으나, 고혈압·당뇨병 처럼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브리병은 알파 갈락토시다제 A((α-galactosidase A(α-GAL, α-gal A)라는 효소가 적거나 아예 없어서 체내에 글라보트리아오실세라마이드(globotriaosylceramide(GL-3)가 축적돼 조직과 기능을 손상시키면서 합병증을 초래하는 병으로, 11만 7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이는 인슐린이라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져 체내 당이 제대로 대사되지 못하는 당뇨병과 비슷하나, 주로 혈관에 합병증이 생기는 당뇨와 달리 파브리병은 혈관 외에도 신경계, 심장, 신장을 비롯한 모든 장기에 발생한다. 

증상은 파브리 발작이라고 하는 일시적인 통증과 마비, 저림 등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통증이 나타나며, 나이가 들수록 원인이 불명확한 신부전, 고혈압이 나타나거나 심장질환과 조기사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는 1000명 정도의 파브리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실제 진단을 받아 집계된 환자는 2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진단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환자 본인은 물론 일선 개원가 등에서는 해당 질환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다른 질환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단까지 너무 오래 걸려...치료 효과 높이려면 인식 개선·조기 진단 필요

실제 환자가 진단을 받기까지 10년~15년이 소요되며, 치료 전까지는 안과나 통증의학과, 신경외과 등을 찾는 경우가 많다.

홍 교수는 "파브리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른 진단이지만 잘 되지 않고 있다. 진단이 지연되는 첫 번째 이유는 여러 가지 장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많기 때문"이라며 "젊은 나이에 각막 혼탁이 올 수도 있고, 피부에 나타나는 혈관각화종, 원인 모를 손발 통증이나 단백뇨, 신부전, 심장 벽이 두꺼워지는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 증상과 관련한 진료과를 찾기 때문에 파브리병에 대해서 잘 아는 의료진이 아니라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브리병 환자의 손발 통증은 불에 타는 듯한 느낌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어린 나이의 남성이 손끝과 발끝이 저린 정도가 아닌,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면 파브리병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 유전자 문제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상당히 늦게 증상이 발현되는 반면 남성의 경우 어린 나이에 발현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다른 이유는 유전질환에 대한 우리나라의 부정적인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파브리병은 충분히 치료만 하면 일반인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편견 때문에 여러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진단이나 치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파브리병 환자 한 명이 진단되면, 가족 스크리닝을 통해 4-5명이 추가로 진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가족 스크리닝을 통해 환자가 조기 발견되면 파브리병 가능성이 있는 가족 전체에게 빠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빨리 진단돼야 파브리병으로 인한 장기 손상 정도가 적어지고 합병증 가능성도 낮아질 뿐 아니라 치료 경과도 훨씬 더 좋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상황에서 원인 모르는 손발 통증, 심장과 신장의 이상, 젊은 나이의 각막혼탁, 피부에 나타나는 혈관각화종 등 이상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전학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외래에서 직접 환자를 보는 많은 의료진이 해당 희귀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진단할 수 있다"면서 "질환의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만큼, 숨은 환자를 찾으려면 각 임상 과에서 진단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 교수 역시 비후성심근증을 진료하면서 전체 환자의 1%가 파브리병인 것을 찾아냈다. 그는 "스크리닝을 하면서 환자를 찾기 시작하니 8년 만에 35명이 추가로 진단됐다. 전체 환자 수를 생각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환자가 원인 모를 증상으로 병의원을 찾았을 때, 파브리병을 조금이라도 의심할 수 있다면 많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검사를 꼭 제안했으면 한다"며 "현재 파브리병 스크리닝은 대학병원에서 무료로 가능하며, 비교적 간단한 소변검사만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치료 역시 문제..."경구제 관련 급여기준 개선해야"

진단도 문제지만 치료 역시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경구용 치료제가 의료현장에 출시됐음에도 이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제한적인 급여 기준으로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는 의료진과 환자의 결정 하에 주사제, 경구제 치료를 결정할 수 있는 반면, 국내 급여 기준에 따르면 1차 치료를 반드시 주사제로 하고 이후 효과가 없을 경우에 한해 경구제 변경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는 "기존에 파브리병 치료는 부족한 효소를 정맥을 통해 주기적으로 주사하는 효소대체요법(ERT·Enzyme Replacement Treatment)이 유일했으나, 경구용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지 않고 스스로 약을 복용하면서 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면서 "경구용 치료제는 순응변이를 가진 파브리병 환자의 체내에서 결핍된 알파 갈락토시다제 A 효소와 결합해 효소의 활성을 복원시키고 축적된 당지질을 분해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경구용 치료제가 도입된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효과에 있어서 경구제가 기존의 치료요법에 비해 적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보이는 환자가 많은 상황이다. 그는 "파브리병의 경구용 치료제는 몸 안에 있는 인슐린의 활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파브리병에서 환자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는 있지만, 알파 갈락토시다제 A 효소가 완전히 없는 것이 아닌 활성도가 떨어져 있다면 마찬가지로 몸 속에 있는 효소의 활성도를 높여주는 경구용 치료제가 더 나을 수 있다"면서 "더욱이 2주에 1번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하고 2주간 균일한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는 주사요법보다 치료제 복용시 더 꾸준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구용 치료제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순응변이가 있는 파브리병 환자가 대상으로 전체의 20~30% 정도라고 부연했다.

게다가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몸무게 75KG을 기준으로 하면, 경구제 대비 주사제 치료시 1년간 1억 5000만원 더 비싸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순응변이 유전자를 가진 파브리병 환자에서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Galafold, 주성분 미갈라스타트 123mg)와 효소대체요법(주사제) 대한 최근 30개월 장기 임상을 분석한 결과, 갈라폴드의 신장 기능 유지 및 심장질량지수 감소에 대한 효과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안전성이 확인됐다. 

3상 임상 ATTRACT를 12개월 연장한 이번 임상은 48명의 파브리병 환자를 대상으로 갈라폴드 지속 복용군과 효소대체요법에서 갈라폴드로 전환한 스위칭군으로 나눠 평가됐다. 갈라폴드 지속군은 30개월 동안 좌심실 비대가 있는 서브그룹에서 좌심실 질량 지수(LVMi) 평균값이 -10.0g/m2(median -11.3g/m2, 95% CI -16.6, -3.3)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스위칭군에서는 -3.7g/m2(median -3.2g/m2, 95% CI -28.7, 21,2)로 수치적으로 LVMi 감소가 나타났다.

특히 갈라폴드는 독일 등의 리얼월드 데이터에서도 신장 기능 유지 및 심장질량지수 감소에서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독일의 경우 효소대체요법을 받았거나 효소대체요법을 받지 않은 갈라폴드로 변경한 59명의 파브리병 환자를 관찰한 결과, 12개월 후 좌심실질량지수가 유의하게 감소했으며(여성: -7.2; 남성: -13.7 g/m2, p=0.0050 and p=0.0061), 파브리병과 관련된 징후와 증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효소대체요법을 사용하지 않고 갈라폴드를 복용한 나이브(naïve) 환자와 효소대체요법에서 갈라폴드로 스위칭한 환자를 비교한 임상 결과, 갈라폴드는 효소대체요법과 동등한 효과를 입증했으며, 심장 지표의 경우 오히려 갈라폴드를 사용했을 때 더 좋아진다는 결과도 있다"면서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의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서도 신장 기능 유지 및 심장질량지수 감소에서의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환자들이 조기진단과 치료를 하면 평생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적극적으로 스크리닝을 실시하고 꾸준한 관리를 할 수 있는 경구제 복용을 하는 한편, 더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국내 급여 기준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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