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17 08:50최종 업데이트 22.06.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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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드릴게 있다'며 의사 뒷목을 낫으로 찍은 환자 보호자...의료계 '격분'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살해 의도"...마음 놓고 진료할 근본적인 해결방안 촉구

용인 종합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환자 보호자에게 낫으로 뒷목을 찍혀 꿰맨 장면. 사진=제보자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응급실에서 사망한 환자 보호자가 낫으로 응급의학과 의사의 뒷목을 찍는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자, 의료계가 일제히 격분하고 나섰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용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70대 여성 환자가 이미 심정지 사망 상태로 온 상태에서 보호자인 75대 남성이 불만을 품고, 15일 미리 준비한 낫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뒷목을 찍었다. 보호자는 ‘선물 드릴 게 있다'며 병원 직원에게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근무시간이 언제인지 물었고, 해당 근무시간에 찾아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방법원 박정호 영장전담판사는 16일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보호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구속된 피의자를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보호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아내에 대해 의사가 미흡하게 조치했다는 불만으로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처음 이송된 당시에도 진료현장에서 난동을 피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곧바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당시에 난동을 제압하고 법적인 격리조치를 미리 취했다면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라며 "아직도 우리 사회는 환자와 보호자를 무한한 온정주의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로, 망자의 보호자가 설령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하더라도 단지 일시적 감정의 표출로 이해하고 넘어가려 했을 것이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더라도 법적 조치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감사의 표현이 아니라 살해의도가 가득한 낫질이었다"고 한탄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현장의 폭력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이고, 응급의료인들에게 폭력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언어폭력, 성희롱과 같은 정신적인 폭력까지 생각하면 하루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 이런 일들이 보도될 때마다 과도한 호기심과 자극적인 문구들만 난무할 뿐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적절한 해결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응급의학의사회의 입장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도 계속 높아졌다. 거기에 형량 하한제, 심신미약 무관용 원칙 등 다양하고도 강력한 조치들이 발표됐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안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오히려 처벌이 강화되다 보니 경찰이나 검찰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입건하는 자체를 꺼려고, 이는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해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현장은 높은 긴장과 불안상태에서 항상 긴박하게 돌아가는 곳이기에 병원 내의 다른 장소보다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장소"라며 "또한 폭력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단지 피해자인 의료인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모든 응급환자들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의사는 진료현장에서 선의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다해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지, 이미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라며 "그런데도 이런 참혹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의사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런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 해야 할 국회는 의사면허 강탈법 강제 통과 따위로 의사들을 잠재범죄자 취급하며 억압할 생각 하지 말고, 실제로 칼과 낫을 들고 의사들 죽이려고 달려드는 이런 강력 범죄에 대한 근본적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번 사건 같은 살인 미수 범죄로 언제까지 의사들이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면서 진료를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급할 때는 공공재라고까지 했으면 의사가 위엄있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그만한 대우와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보호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를 많이 만들어 낼 생각 말고 이미 있는 의사들부터 환자 생명 구하는 데만 전념할 수 있게 지켜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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