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02 06:21최종 업데이트 24.05.0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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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 "윤 대통령 의료정책보다 문 케어가 더 진정성있어"

"정부, 의대정원 동결로 국민에게 잘못된 메시지 전달 말아야" 한 목소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개혁 추진에 의대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방향을 비판했다.

이날 교수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알맹이가 없다며 선거용 수단으로 활용했으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때 추진된 문재인 케어가 더 진정성 있는 정책이라고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의료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사직을 앞둔 교수부터 사직한 전공의, 휴학한 의대생, 신현영 의원, 안철수 의원까지 참석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최기영 교수, 김종일 교수, 이호진 교수, 안상현 교수, 팽진철 교수, 강희경 교수. 사진=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정부 '의대정원 동결' 등 잘못된 선동 아닌 정확한 사실 국민에 알려야

우선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정부가 의대정원 동결 등 잘못된 선동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민간·공공 의료수가와 우리나라 건보수가 비교 ▲주요 국가의 의료과실에 대한 낮은 형사처벌 ▲필수의료 위기 원인 평가와 대한민국 의료 거버넌스 구조 혁신 등의 정책을 제언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OECD 국가의 민간·공공 의료수가와 우리나라 건보수가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정부는 주요 국가에서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이 거의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계가 결코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며 "필수의료 위기가 현실을 무시한 규제 때문에 발생한 정부실패 때문인지, 시장실패로 인한 것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비전문적 행정관료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대한민국 의료의 거버넌스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사 증가율은 대단히 높다. OECD 중 제일 높다는 이야기도 있다. 15세 미만 인구수는 감소하는 동안 소청과 전문의는 증가한 사실도 통계자료에 나와 있다. 하지만 정부는 19년 동안 의대정원이 동결돼 있었다며 국민에게 의사가 늘지 않은 것처럼 선동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수도권 병상관리 등은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케어를 언급하며, 현 윤석열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크게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보상 등 4가지가 있다"며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기적으로 인력 수급 추계와 의대정원 조정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먼저 만들고 확대해야 한다. 순서가 바뀐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기초 임상 교수를 확충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에도 진정성이 없다. 인턴제도 2년으로 늘리겠다는 것 역시 환경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만 늘리는 것은 젊은 의사를 노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만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솔직히 말하면 (수도권 병상관리는) 그냥 써놓은 거다.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있는지는 정부가 공개한 정책 문건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며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역시 모호한 상태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를 굉장히 비판했지만 돌이켜보니 상대적으로 정직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케어는 재원 마련과 관련해 건강보험료를 3% 내외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수가 등을 올려주겠다고 하면서 재원이 어디서 나오는지,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올릴지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원은 한정돼 있다. 건강보험료 인상 등에 대한 정책적 의지 없이는 필수의료 지원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로 끝날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위험하고 힘든 필수의료에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고 의료진을 사회적으로 존중하겠다고 한다. 장밋빛 환상만 그려놓고 있다. '쌀밥에 고깃국'이라는 북한의 구호를 듣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 최기영 교수는 정부가 선거를 위해 의대증원을 활용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윤 대통령은 플랜B도 없으면서 표를 많이 얻기 위해 (의대증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지지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럼 의대증원을 철회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정원 문제가 지금까지 문제였다면 차근차근 치밀하게 계획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의대증원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까지 고집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멘탈이 약하고, 본인이 어떻게 될까 봐 의대증원을 철회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을 철회할 용기도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두고 있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대 팽진철 교수는 "이번 사태는 불신에서 시작됐다"며 "사태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사회에 있는 그나마의 신뢰가 파괴된 것 같다"며 "정부는 (의료계를) 어떻게 때려잡을지에서 시작했다.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지 않고 철저하게 밀어붙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팽 교수는 "의료 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기재가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싶다"며 "앞으로 정부 정책 추진에 대해 의료계가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는 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 서울의대 오주환·홍윤철·한정호 교수. 사진=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료제도 개선 없으면 수도권 쏠림·필수의료 문제 등 해결 어려워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의대증원만으로 정부가 원하는 의료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인기 진료과의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또한 오 교수는 정부의 의대정원 10년 동결 주장은 의사 수가 늘지 않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실제로 10년 사이 약 2만명의 의사가 늘었다고 했다. 특히 건강한 고령화로 은퇴하는 의사가 감소해 오히려 (활동) 의사 수는 늘고 있으며, 이들은 지방이 아닌 서울로 향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매년 은퇴하는 의사는 약 2000명이고, 의대정원은 3000명이다. 매년 의사 1000명이 증가하는 것인데, 여기에 은퇴 연령이 연기되면서 지난 10년간 의사는 2만명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늘어난 의사는 지방이 아닌 서울로 갔다"며 "의사 수를 늘리면 지역의료가 강화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정부의 바람이었다. 다시 말해 자연 실험 결과는 의대정원을 늘려도 의사들이 지역으로 안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2018~2022년 인턴과 레지던트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인원은 동일하지만, 지원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원하는 진료과를 위해 N수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의대정원을 늘려도 이런 현상은 반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주환 교수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건강보험재정 부담과 이공계 인재 유출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2022년 9.6~9.9%로 OECD 평균 9.5%보다 높다"며 "정부안대로 의사 수를 늘리면 2030년에는 GDP 대비 16%에 달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행위별 수가를 예로 들며 "미국도 단점이 많았지만, 행위별수가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진행했다. 가치기반 의료로 건강이 향상되는 것에 수가를 더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의료분야의 엄청난 지출 속도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교수는 "정부안대로 의대정원을 확대하면 한 해 태어난 출생아 당 의사 비율은 늘어나고, 이공계 진입 학생은 줄어들게 된다"며 행위별수가제 등 체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는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등에만 치중된 전공의 교육수련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의, 필수·지역의료 인재를 양성하기 어려우며, 전공의 수련·노동환경 개선 없이는 필수·지역의료의 개혁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홍 교수는 인턴제를 폐지하고, 통합 2년 전공의 과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서 인턴 2년제는 안 된다. 다른 선진국은 지역사회 기반을 갖춘 나라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라며 "지역의료 인재 양성을 위한다면 1·2차 의료기관을 포함한 교육 수련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차 병의원에서 일반전문의(가칭)로서 역량을 기르고, 이 과정을 마친 후에는 추가로 2~3년간 단과전문의과정을 밟아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형태의 수련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어 홍 교수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적 추세에 맞춘 수련환경 구축 ▲역량 중심, 성과 바탕의 수련 ▲임상 수련의 양성은 국가 책임 ▲전공의 수련 책임 기관 설립 등의 방안을 제안했으며,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필수·지역·공공의료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며 "누구든 최고의 진료를 받고싶어 하는 만큼 지역사회에서 봉사할 수 잇는 1차의료 전문의를 양성하고 단과 전문병원이나 종합병원, 상급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단과 전문의를 두자. 필요하면 종합 전문의까지 두자"라고 전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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