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도입 이후 인터뷰] 6개월간 100회 넘는 타병원들의 투어 '발길'…GE헬스케어 APAC 레퍼런스 사이트 지정
동탄시티병원 김미영 행정원장은 “지역병원 혁신은 기술이 아닌 현장의 문제에서 시작한다”며 AI 활용 방향을 설명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동탄시티병원이 인공지능(AI)을 영상진단과 입원환자 모니터링을 넘어 병원 운영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기술 도입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환자 안전, 의료진의 반복 업무 감소, 지역병원의 운영 효율화 등 실제 현장의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노력을 기반으로 동탄시티병원은 2026년 1월 GE헬스케어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레퍼런스 사이트로 지정됐다. 신관에 조성한 AI 영상의학센터를 중심으로 MRI·CT·초음파·골밀도 검사 장비와 영상판독 보조 솔루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병동에서는 웨어러블 환자 모니터링과 중증도 예측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동탄시티병원의 AI 혁신이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6개월간 병원 투어를 100여 차례 넘게 진행하기도 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김미영 동탄시티병원 행정원장을 만나 지역병원이 AI 도입을 결정한 배경과 실제 현장에 정착시킨 과정, 의료진과 환자가 체감한 변화, 향후 병원 운영 전반으로 확대되는 AI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김 원장은 연세대 응용통계학 석사(데이터 마이닝 전공) 출신으로 삼성카드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고객 예측 모델 개발을 담당해온 데이터 전문가다. 동탄시티병원에서 AI 기반 스마트병원과 AI 영상의학센터, AI 환자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이끌며 데이터 기반의 병원 경영 혁신을 실행하고 있다.
원래 AI와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다. 의료계에 오기 전 금융업에 종사했고 전공도 빅데이터 분야였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고객 행동이나 소비, 연체 가능성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의료계에 와보니 논문과 연구를 위한 데이터는 많았지만, 병원 경영이나 운영 효율화를 위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특히 의료계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판단하는 데 익숙했고, 예측 기반의 데이터 활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2022년 이후부터 의료 현장에서도 예측 기반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변화다. 앞으로 AI가 의료 환경을 바꾸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현재 동탄시티병원에서는 AI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입원환자 모니터링과 간호 업무 지원이다. AI 기반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씨어스의 '씽크'는 환자의 활력징후와 임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향후 위험 가능성을 예측해 알림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수술 후 환자 관리 과정에서 도움이 크다. 과거에는 간호사가 일정 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직접 측정하고 기록한 뒤 다시 EMR에 입력하는 반복 업무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간호사의 핵심 역할은 단순히 데이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신속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AI와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하면 반복적인 데이터 수집과 기록 부담을 줄이고 간호사가 환자 케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영상진단 분야에서는 흉부 X-ray와 흉부 CT 판독 보조, 치매 진단 보조, 골연령 예측 등 다양한 AI 솔루션을 도입했다. 병동에서는 씨어스의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와 에이아이트릭스의 중증도 예측 시스템 바이탈케어 등을 활용하고 있다.
AI의 역할은 의료진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의료진이 최종적인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AI 도입의 핵심은 의료진의 ‘수용’...환자 안전과도 직결
- AI 솔루션을 도입했을 때 의료진의 반응은 어땠나.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진료 과정에 적용할 때 신중한 편이다. 특히 AI가 진단이나 치료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의료진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AI가 앞으로 의료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고, 각 부서에서 업무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AI 솔루션을 직접 발굴하고 제안하도록 했다. 부서 간 사례를 공유하면서 다른 진료과와 부서가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함께 학습했다.
의료진의 인식이 단기간에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업무 부담이 줄거나 진료를 보조하는 효과를 경험한 의료진이 늘면서 AI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점차 달라졌다. 현재 AI를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을 지원하고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도구로 바라보는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 AI 도입 이후 병원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의사와 의료진, 환자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모두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진료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의료기사와 간호사 역시 단순 반복 업무의 부담을 줄이면서 전문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예를 들어 CT 장비는 AI 기반 자동 자세 탐지 기능 등을 통해 검사 준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초음파 장비에서도 검사자가 직접 수행하던 일부 측정 과정을 자동화해 검사 과정의 편의성을 높이고 숙련도에 따른 편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검사 과정의 편의성과 부담 감소를 체감할 수 있다. 특히 AI 기반 MRI 기술을 활용하면 검사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환자의 검사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웨어러블 모니터링 시스템 역시 초기에는 착용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하지만 24시간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의료진에게 전달한다는 점을 설명하면 오히려 안심된다는 반응도 많았다.
환자 입장에서는 간호사가 눈앞에 있지 않은 순간에도 자신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 GE헬스케어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AI 기반 커맨드센터는 무엇인가.
현재 추진 중인 AI 기반 커맨드센터는 병원 데이터를 한곳에 통합해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AI 예측 모델을 결합해 병원 운영 전반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커맨드센터가 병원 내 정보를 통합하고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의 AI 기반 커맨드센터는 환자 흐름과 병상 운영, 의료자원 활용 등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실행 방안까지 제안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즉 ‘현재 병원이 어떤 상태인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 것인가’를 예측하고, 의료진과 병원 경영진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김미영 동탄시티병원 행정원장이 AI 영상의학센터 앞에서 지역병원의 AI 혁신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데이터를 보는 병원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병원으로...지역병원의 AI 혁신 비전
- 중소·지역병원 입장에서 AI 도입의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대형병원이 AI 도입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대형병원은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검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반면 중소병원은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빠르기 때문에 검증된 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하고 실제 현장에서 실증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투자와 정책적 지원은 필요하다. 지역 의료를 활성화하고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병원이 AI 기반 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다. AI는 단순히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역 의료의 수준 자체를 높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5년 뒤 병원 임상 현장에서 AI 활용은 어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나.
AI가 의료 현장에서 상당 부분 일반화될 것으로 본다. 특히 의사와 간호사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이며,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들도 이미 일상에서 다양한 AI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편의성과 서비스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목적이다. ‘AI를 위한 AI’가 아니라 환자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AI를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AI라는 이름을 붙인 기술이 아니라 실제 임상적 가치를 증명한 기술이 현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정부 역시 단기적인 사업에 그치기보다 3년, 5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방의료와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화 측면에서도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향후 주목하고 있는 AI 분야는 무엇인가.
통합돌봄과 재택의료 분야에 관심이 많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앞으로는 병원 안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병원 밖에서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격 모니터링과 예측 기반 건강관리, 재택의료 지원 솔루션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병원 운영 전반을 효율화하는 AI에도 관심이 많다. 음성 기반 EMR 작성, 환자 서비스 자동화, 운영 프로세스 최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동탄시티병원의 AI 활용 비전에 대해 한 말씀.
동탄시티병원의 목표는 AI를 통해 의사들이 더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AI는 의료진의 실력과 전문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지난 6개월 동안 100회가 넘는 병원 투어를 진행했을 때 방문자들 가운데는 “우리도 이런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반응도 있었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는 가능한 많은 병원에 실제 사례를 공개하고 싶다. 의료계 전체가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병원 시스템의 혁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화성 시민들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역병원도 충분히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AI는 그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