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4.16 15:59최종 업데이트 24.04.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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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민∙의∙당∙정 4자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보정심·건정심 보고도?"

정부 의료 개혁 일방 추진에 기여한 '기울어진 운동장' 보정심…일본은 '의료 전문가' 대거 참여해

2023년 8월 16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22대 총선 참패 이후 국정 쇄신을 약속한 가운데 야당이 민∙의∙당∙정 4자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 각 직역과 병원계는 물론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등도 참여하는 공론화된 사회적 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주제를 논의하자는 것인데, 해당 협의체가 구성될 경우 사실상 의료계의 의견이 다시금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료 개혁 계속 추진의 의지를 강조하며 총리실, 정부 부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추진 중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개최와 더불어 의료공백과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민∙의∙당∙정 4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22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인인 김윤 교수는 "그동안 비공개 밀실에서 진행된 야합의 방식이 아니라, 공론화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결단해야 한다"며 "의료계에 합의안을 가져오라고 전가하는 게 아니라 의대 교수, 전문의, 전공의, 의대생, 의대, 의사단체, 병원단체, 보건의료 직능 단체, 환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각 주체들이 대표로 참여하고, 공론의 장에서 투명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그간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의 의정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등 의료 정책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의료 전문가 단체 외 환자단체나 소비자단체 등 정책 수요자, 언론계 대표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가동해 의사인력 확충을 논의했다.
 
2023년 8월 기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사진=보건복지부

보정심 위원은 총 25명으로 정부위원 7명, 수요자대표(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언론) 6명, 공급자대표 6명,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됐으나 사실상 의대정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 대표는 대한의사협회 한 명 뿐이었다.

그리고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2월 6일, 보건복지부는 보정심을 열어 절차적 정당성을 만들고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실제로 복지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정책의 절차적 당위성을 강조하며 그간 의료계와 28차례 만나 의료 개혁에 대해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재차 의료전문가 중심이 아닌 다양한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민∙의∙당∙정 4자 협의체를 추진하면서 의료계는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앞서 의대 정원을 늘린 일본은 의료인력 수급전망을 논의하고, 수급을 추계 연구 검토해 권고안을 제출하는 '의사인력수급검토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또 후생노동성 산하의 '의사수급분과회'를 운영해 미래 의사인력 수급 추계 연구를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수급 대책 권고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의사수급분과회 위원 명단. 사진=의료정책연구소

주목할 점은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는 2022년 1월 기준 총 22명 중 의사 출신 구성원이 총 16명이고, 그 외 간호사 2명, 법학자 1명, 경제학자 1명, 기자 1명 외 기타 1명(교육학 전공)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해당 의사수급분과회의 모든 회의자료 및 논의 결과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는 의사 확보 계획의 책정을 실시하는 체제 등을 정비하며, 구체적인 의사 편재 상황을 파악한 후 입안 단계부터 지역의료 대책 협의회와 계획안을 공유한다.

일본 의사수급분과회는 이렇게 마련한 의사 확보 계획이 실사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그 계획의 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며, 추후 내용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의사수급분과회는 의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지만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08년에 의대 정원 확대라는 결론을 내렸고, 10년 뒤인 2018년에는 정원 축소라는 결정을 내려 정부도 이를 반영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와 소비자단체는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는 공급자가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가고,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당연히 의사가 늘어나길 바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현장의 의료 전문가가 아니면 설명해 줄 수 없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힘들다"며 "의료 정책과 관련한 논의가 전문적으로 진행되려면 의료 전문가의 숫자가 당연히 더 많아야 하는데 보정심은 정부 관료와 사용 대표 등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역시 비슷하다. 공익위원에 건보공단, 심평원 등 정부 인사가 다수 포진돼 있고, 정부 측 입맛에 맞는 사용자 단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공급자단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회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비공개하는 것까지 보정심과 붕어빵"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4자 협의체가 어떻게 구성돼 논의가 진행될 지는 뻔하다. 정치권과 사용자 단체가 포함되면 어쩔 수 없이 정책은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음을 이미 확인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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