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2.05 08:28최종 업데이트 19.12.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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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조세로 전환하고 OECD국가들처럼 국가지원금 비율 2~4배 올려라"

박진규 의협 기획이사 "보장성 강화와 고령화에 따른 건보재정 고갈 심각, 국가 지원 늘려야"

한국 13.4% vs 대만 22.9%, 일본 38.8%, 벨기에 33.7%, 프랑스 52.2%, 네덜란드 55.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재정 고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공급자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을 조세로 전환하고 국가 지원금을 지금보다 2~4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국가 지원금 비율은 13.4%지만, 같은 사회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의 국가 지원금 비율은 대만 22.9%, 일본 38.8%, 벨기에 33.7%, 프랑스 52.2%, 네덜란드 55.0% 등에 이른다.  

보장성 강화하려면 공공재원 늘리는 방안 뒤따라야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기획이사는 4일 ‘대한민국 보건의료정책에서 정부・여당과 의료계의 역할 토론회’ 토론문에서 “높은 의료수준과 적은 의료비 지출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료분야의 공약을 되돌아보면 의료보장성 강화를 통해 보건의료 공공성 회복과 적정수가 및 적정부담체계 전환, 취약지 권역거점 종합병원 육성과 공공의료기관 지원 확대,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 등을 통해 보건의료 공공성을 회복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헌법에서도 명확하게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②정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료보장에 대한 국가책임은 헌법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기조가 없더라도 의료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은 필수적이다. 보장성 강화 기조가 유지된다면 헌법적 가치에 의거해 국민의 사회복지 증진의 차원에서 복지국가로 향하는 우리나라의 책임과 의무”라고 했다. 

박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소득수준에 비해 높게 유지되고 있고 있다. 반면 의료비 지출은 적은 편이고, 상대적으로 의료보험의 보장률은 OECD 평균 이하다. 정부 입장에서 높은 의료수준과 적은 의료비 지출은 유지하고 싶어하면서 낮은 보장률을 높이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낮은 보장률이란 급여 외 영역, 즉 비급여 진료 부분을 급여 진료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막대한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와 여권이 진행 중인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이러한 기조 하에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재원 확보 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재원고갈이라는 딜레마를 해결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재원고갈을 막는 방법은 쉽게 생각하면 지출을 줄이거나 보험금, 국비보조금 등의 수입을 늘이면 된다. 현실적으로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국민의 거센 저항이 있을 것이므로, 지출을 줄이는 방법이 좀 더 현실적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의료공급자측에서 그리 쉽게 받아들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OECD 주요 국가들의 공공재원 비중은 대부분 70% 이상이라며 우리도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공재원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2017년 OECD 국가의 경상의료비 중 정부, 의무가입 보험재원 비중(%)을 보면 OECD 평균이 73.5%인데 반해 한국 58.2%, 미국 81.8%, 일본 84.2% 등이었다.

박 이사는 “현재 장기 저성장 국면과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체계 구축을 위해 지불보상체계 개편, 일차의료 중심의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공공보건의료 부문의 질적 양적 강화 등의 구조적 전환 작업은 아직 본격적인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의 공공성 강화를 우선시하고 국고 지원 확대해야  

박 이사는 “보건의료 공급 부분의 공공성 강화 없이 재정의 공공성을 방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재정의 공공성 강화 없이 보건의료 공공성 강화 역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즉 재정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우선한다면, 이를 정책수단으로 삼아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좀 더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현재는 부족한 재원과 보장성을 민간보험 시장이 대신하고 있으며, 민간보험에서 보장하는 비급여 영역이 있다. 공공성 강화(의료공급 및 의료비)를 제대로 추진하면 사보험 시장이 줄고 비급여 진료의 규모도 정부가 굳이 손대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이사는 “대부분의 비급여를 급여화해야 하는 정책적 문제에서 비급여 영역을 자연스럽게 급여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근본적 처방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 이사는 “건강보험은 공적 부조의 한 형태로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제도다. 그러나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이며, 재원을 정책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보험의 형태가 아니라 조세의 형태여야 한다”라며 “물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국가주도의 공공성강화를 목표로 삼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재정의 일원화를 위해 사보험 시장 축소와 동반돼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직장인들과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사실상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조세 전환을 고려해볼 만하다. 소득세처럼 수입에 따른 차별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의 재분배 효과는 더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이사는 “건강보험료의 조세 전환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쉽지 않는 난관이 있겠으나, 영국과 같은 공공의료 시스템을 원한다면 이는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정부, 여당의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라며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보장성강화 정책의 목표, 보장률을 높이는 것이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인지했다면 이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 국고지원의 강화가 절실하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국고지원 비율은 13.4%인 반면 같은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대만 22.9%, 일본 38.8%, 벨기에 33.7%, 프랑스 52.2%, 네덜란드 55.0% 등으로 국가 지원금 비율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이사는 “2026년 초고령사회를 맞는 대한민국에서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 국민의 수는 줄어들고 혜택을 받아야할 고령의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지원을 늘려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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