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보장성 강화, 의료비 절감, 지역 격차 해소는 의료 분야에서 당면한 공통 숙제인 듯하다. 나라마다 평등의 이데올로기에 젖은 고위 관료나 표심이 필요한 정치인에게 의료는 선심성 구호가 통할 ‘좋은 먹잇감’으로 등장한다. 과거 문재인 정권은 “집 근처에서 애를 낳고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럴듯한 구호로 속칭 ‘문케어’를 도입했었다.
최근 프랑스의 의료 전문지 ‘le quotidien du medecin’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아마도 지역 격차에 대한 ‘정부 구호’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 만연하는 불치병으로 여겨진다.
2025년 6월 프랑스는 전 바이루 정부가 ‘집 근처 의사 지역 연대 계획’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내용은 자원봉사 일반의를 활용해 농촌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많은 지역에서는 자원봉사 의사를 구하지 못해 결국 정책적 효과가 증명되지 못한 제도로 오명을 썼다.
프랑스 보건부가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6년 1월 말에 개최된 비대면 진료(원격진료) 콘퍼런스에서 다뤄졌던 논의 중 하나는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 한 달에 최대 이틀까지 비정기적으로 진료를 제공한다는 ‘집 근처 의사 시스템’에 참여한 일반의(은퇴 의사와 젊은 의사 포함)는 고작 3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실패한 것이다.
저명한 일반의이자 작가인 크리스티안 레만 박사가 리베라시옹지에 ‘나는 그만둔다’라는 제목의 비판적인 기고문을 통해 보건부가 확인한 ‘2025년 최종 3개월 6500건의 진료’라는 초라하고 저조한 실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지적했다. 최악의 의료사막인 ‘적색구역’으로 지정된 151개 지역에 거주하는 250만 명의 프랑스 국민을 고려할 때,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인 것이다.
정치인의 홍보 전략에 불과한 프랑스 ‘집 근처 의사제’ 예산만 낭비 모래 위 공든 탑
그는 기고문에서 만연한 조직적 혼란과 절차, 장비,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보 부족이라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자원봉사에 도전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자신을 비롯해 자원봉사를 포기한 것에 대한 자세한 비판적 내용에 이어 다른 지역에서 40대 동료의 매우 긍정적인 경험담을 통해 ‘실질적인 성공 사례’도 보여 주었는데, 이례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모든 것이 사전에 시청 측에서 완벽하게 준비했었기에 가능했다고 논평했다.
2026년 2월 17일에는 자원봉사자 참여 부족으로 프랑스 셰르(Cher)주에서 '집 근처 의사 프로그램‘이 무산됐다는 제하의 기사가 보도되면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151개 적색구역으로 지정된 셰르주의 6개 자치단체는 이러한 씁쓸한 의료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지역 보건국(ARS)에 따르면, 자원봉사 의사 모집은 9월에 시작됐지만, 아직 아무런 성과가 없어서 관련 지역 공무원들은 이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예산을 삭감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에서 지역 연대의 약속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 것이다. 이 지역에서는 자원봉사 의사 증원을 위해 약 5개월 동안 약 1만 유로의 예산으로 장비와 시설 투자에 지출했어도 정작 자원봉사 의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향후 손실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으나, 해당 지역과 팀은 "여전히 숭고한 의미의 작전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고, 그 의지도 확실하다"라고 분명한 톤으로 강조했다.
참고로 취약 지역에서 지역 연대 의료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의사에게는 의료 활동 관련 비용(교통비, 숙박비 등 제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봉사 일일 경비로 200유로(반나절 봉사 시 100유로)의 수당이 책정되고, 진료비와는 별도로 지급된다.
어느 프랑스 의사는 ’집 근처 의사‘를 직접 경험해 보려고 시도했으나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자신은 '1200명의 헌신적인 의사와 체계적인 운영, 완비된 진료실, 최고의 보조 인력, 완벽하게 관리되는 일정, 그리고 서류 작업이 전혀 없는 ‘의사연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집 근처 봉사 기간인 약 3개월 동안 끔찍한 서류 작업에 시달렸고, 진료실은 열악했으며, 모든 것이 엉망이어서 결국 두 손 들고 포기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일반의학 전문의는 이미 모든 의사들은 예약이 꽉 차 있고, 일부는 소진 직전이거나 이미 소진된 상태인데, 어떻게 자원봉사 의사를 구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었고 프랑스 전임 총리인 바이루는 의사들도 같은 기적을 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이 기적을 행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막강한 권력을 가진 행정부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고위 공무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허튼소리를 늘어놓으며 의사들에게 행정적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정치인의 단골 선택지 ‘강압’과 ‘통제’ 한국 의료에 언제쯤 봄이 찾아오려나
‘집 근처 의사’에 비판적인 또 다른 의사는 의료를 위해 정부가 기획한 집 근처 의사의 의무적인 자선 활동은 실제로는 정치인들에게만 이득을 주는 홍보 전략에 불과하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그 어떤 직종도 의사 집단과 같이 소속 기관의 권위에 의해 이처럼 굴욕적인 감정적 협박을 받은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이제 정부의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강압뿐인데, '과연 감히 그렇게 할까?'라고 반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군정기, 군사독재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고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에 의한 단골 선택지가 강압과 통제인 나라다. 여기에 무관용 처벌 등 협박도 흔하다. 반면에 프랑스 의사는 강압을 유일한 최종 정착지로 간주하고 강압의 구체적 실현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인다.
이미 강압이 일상화돼 있어 무감각해진 우리나라 의사는 비록 같은 의업에 종사하기는 하나, 프랑스 의사의 정부 강압 조치 가능성에 대한 정치적 의구심은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