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25 02:34최종 업데이트 23.09.25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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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드러거블' 신약 찾는 빅파마들, 분자 접착제 분해제 개발에 수조원 투자

로슈, 오리오니스와 20억 달러 계약 체결…MSD·BMS·머크·베링거·노바티스 등 바이오텍과 협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로슈(Roche)의 제넨텍(Genentech)이 최근 벨기에 생명공학기업 오리오니스 바이오사이언스(Orionis Biosciences)와 20억 달러(약 2조 6700억원)가 넘는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MSD, BMS, 머크, 베링거인겔하임, 노바티스 등과 함께 분자 접착제 계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되는 약물 대부분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특정 기능 하나를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사람 단백질의 80% 이상은 이 접근 방식으로는 '약물화할 수 없는(undruggable)'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자 접착제(molecular glues)는 단백질에 결합해 체내 단백질 분해에 의해 제거되도록 표시하거나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과 결합해 기능을 변경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계열 약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BMS의 블록버스터 다발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Revlimid, 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와 포말리스트(Pomalyst, 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다. 두 약물의 성공에 힘입어 빅파마들은 약물화할 수 없는 질병 표적을 치료하기 위해 이러한 접착제에 투자하고 있다.

로슈는 오리오니스의 Allo-Glue 플랫폼을 활용해 종양학과 신경퇴행 분야에서 까다로운 표적에 대한 새로운 저분자 의약품을 찾아낼 계획이다. 계약에 따라 선급금으로 4700만 달러에 개발, 상업, 순매출 마일스톤에 따라 최대 20억 달러를 지불한다. 오리오니스는 후보물질 발굴 및 최적화를 담당하고 제넨텍은 모든 후보 물질을 전임상 및 임상 개발 단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Allo-Glue 플랫폼은 저분자 수용체 단백질과 다른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조절해 알로스테릭(allosteric) 방식으로 작용하고 치료 효과를 이끌어내는 약물접근방식(drug modalities)을 조사할 수 있다. 이러한 약물접근방식은 분자 접착제 역할을 해 단백질 복합체의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질병 관련 단백질의 억제 및 분해를 포함한 표적 조절을 유도할 수 있다.

로슈 파마 파트너링 제임스 사브리(James Sabry) 글로벌 책임자는 "분자 접착제 분해제는 기존 치료 방식으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질병 관련 단백질을 표적하는 흥미로운 방식이다. 미충족 수요가 있는 환자들에게 주요 질병 동인을 조절할 수 잇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공한다"면서 "이번 협력을 통해 표적 단백질 분해 개념을 적용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잇는 환자를 위한 의약품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로슈는 오리오니스의 두 번째 파트너다. 노바티스(Novartis)는 2020년 3월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단백질 분해제와 같은 새로운 저분자 치료제를 찾기 위해 오리오니스와 4년간 협력하기로 계약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협력 조건에는 연구 자금과 전환사채 투자, 로열티, 잠재적 임상 마일스톤이 포함됐다.

오스트리아 생명공학기업 프록시젠(Proxygen) 역시 분자 접착제 분해제를 개발하고자 하는 여러 빅파마와 협력하고 있다.

프록시젠은 약물화하기 어렵거나 완전히 약물화할 수 없는 표적에 대해 분자 접착제 분해제를 특정하고 편견 없이 대규모로 식별할 수 있는 검색 엔진을 개발했다.

MSD(Merck & Co Inc.)는 4월 프록시젠과 여러 치료 표적에 대한 분자 접착제 분해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다년간의 연구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MSD는 프록시젠에 선급금과 함께 모든 프로그램에서 지정된 연구, 개발 및 상업적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최대 25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2022년에는 독일 머크(Merck KGaA)와 5억5400만 달러 규모의 협력 계약을, 2020년에는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과 계약을 체결했다. 베링거와는 폐암 또는 위장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으며,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BMS(Bristol Myers Squibb)는 지난해 5월 독일 에보텍(Evotec)과 2018년 체결한 단백질 분해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8년 연장하고 협력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계약에 따라 BMS가 지급하는 선급금은 2억 달러이며, 마일스톤과 판매에 대한 추가 단계적 로열티를 포함하면 거래 잠재력은 5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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