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구멍 차단부터 신경 신호 조절까지 치료 기전·선택지 다양…이원주 교수 "참지 말고 적극 상담해야"
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이원주 교수(대한여드름주사학회 회장). 사진=동화약품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땀은 체온 조절을 위한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은 일상생활의 불편을 넘어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다한증을 단순히 '땀이 많은 체질'로 넘기기보다 '질환'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한증은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얼굴, 두피 등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손바닥에 땀이 많은 환자는 악수나 필기, 시험 과정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고, 겨드랑이 다한증은 옷 젖음이나 냄새에 대한 걱정으로 사회생활 위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북대병원 피부과 이원주 교수(대한여드름주사학회 회장)는 최근 제약바이오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다한증을 단순한 체질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한증 '체질' 아닌 치료해야 하는 '질환'…학업·직장생활에도 영향
다한증은 크게 원발성(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뉜다. 원발성 다한증은 특별한 기저질환 없이 특정 부위에서 과도하게 땀이 나는 경우가 많다. 교감신경계의 영향을 받아 열이나 감정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수면 중에는 증상이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이차성 다한증은 다른 기저 질환이나 약물 복용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활동성 결핵이 있는 경우 밤에 땀을 많이 흘릴 수 있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당뇨병과 같은 내분비 질환이 있을 때도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가 있다.
이 교수는 "보통 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시기가 사춘기이고, 사춘기 전후로 피부 상태와 땀샘에도 변화가 나타나면서 다한증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땀 분비는 신경 반응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나이와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한증은 발생 부위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불편의 양상이 다르다. 손바닥 다한증은 대인관계나 학업, 직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험지를 적실 정도로 땀이 나거나, 악수 전 손을 닦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환자는 심리적 부담을 느끼기 쉽다.
겨드랑이 다한증은 옷이 젖어 보이는 문제와 연결된다. 환자에 따라서는 땀 자체보다 타인의 시선, 냄새에 대한 걱정, 외출과 의복 선택의 제약을 더 크게 호소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몸에 땀이 많이 나 티셔츠가 젖는 경우도 공동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할 때 불편할 수 있다"며 "단순히 체질로만 치부하기에는 환자에게 주는 불편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한증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과 사회적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교수는 "병이라는 것은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할 정도의 좋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며 "다한증도 생활에 불편함을 주고 환자가 힘들어한다면 치료 대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이원주 교수(대한여드름주사학회 회장). 사진=제약바이오기자단
땀구멍 차단 넘어 신호 조절까지…다한증 치료 선택지 확대
땀은 체온 조절 중추가 교감신경을 통해 땀샘을 자극하면서 분비된다. 이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땀샘에 작용한다.
이 교수는 "땀이 나는 것은 1차적으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고, 체온 조절 중추가 교감신경을 통해 피부 끝의 땀샘을 자극한다"며 "이 통로를 이해하면 신경 신호를 조절하거나 땀샘 자체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법은 이 경로의 어느 지점을 조절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땀구멍을 막아 땀 배출을 물리적으로 줄이는 방식, 땀샘으로 전달되는 신경 신호를 조절하는 방식, 땀샘이나 교감신경 경로를 직접 조절하는 방식 등이 활용된다.
이러한 땀 분비 경로를 바탕으로 현재 다한증 치료에는 바르는 외용제, 경구약, 보툴리눔 톡신 주사, 이온영동법 등 기기 치료, 시술과 수술적 치료 등이 활용된다.
외용제는 특정 부위에 직접 바르는 방식으로, 국소 증상을 조절하는 데 활용된다. 기존 외용제는 주로 땀구멍을 막아 땀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땀 분비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 작용을 조절하는 바르는 전문의약품도 등장했다. 해당 제품은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에 사용하는 소프피로니움 브롬화물 성분의 겔 제제로, 땀샘의 무스카린 수용체(M₃)에 아세틸콜린이 작용하는 과정을 억제해 땀 분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먹는 약은 전신적으로 작용하지만, 바르는 약은 해당 부위에 작용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소프피로니움 브롬화물은 흡수되더라도 빠르게 비활성 형태로 전환돼 전신 부작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존 바르는 약은 땀구멍을 막는 방식이어서 사용 후 씻어내야 하는 불편이나 피부 자극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며 "새로운 바르는 치료제가 나오면서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약이 늘었고, 보다 편하게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 주사는 특정 부위의 땀 분비를 줄이는 데 활용되며, 환자 상태와 치료 반응에 따라 반복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 이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은 신경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이 나오지 못하게 차단해 땀 분비를 줄이는 방식"이라며 "체내에서 시간이 지나며 분해되기 때문에 치료 효과와 유지 기간을 고려해 사용하게 된다"고 했다.
수술적 치료도 선택지 중 하나다. 땀샘을 제거하거나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으며, 증상이 심하거나 다른 치료로 충분한 조절이 어려운 경우 신중하게 검토된다.
이 교수는 "교감신경 절제술은 신경 자체를 조절하는 치료인 만큼 효과와 함께 보상성 다한증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수술적 치료는 환자의 상태와 기대 효과, 부작용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치보다 조절·관리 중요"…다한증 인식 개선도 과제
다한증 치료는 순서가 일률적으로 정해지기보다 증상 부위와 환자가 느끼는 불편, 치료 접근성, 효과와 안전성 등을 함께 고려해 결정된다. 중증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활용될 수 있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환자가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이 교수는 "중증도에 따라 심한 경우 어떤 약을 먼저 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다한증은 땀의 양을 정량적으로 나누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보편적으로는 시행하기 어렵거나 부담이 큰 치료를 뒤로 두고, 쓰기 편하고 효과적이며 부작용 부담이 적은 방법부터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에 사용할 수 있는 바르는 전문의약품이 허가·출시된 것은 진료 현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힌 변화로 평가된다. 기존 외용제, 경구약, 주사·시술 치료 등이 환자 상태에 따라 활용돼 왔다면, 전문의약품 외용제가 추가되면서 비교적 초기 상담 단계에서 제시할 수 있는 옵션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국소 제제로 선택할 수 있는 약이 제한적이었다"며 "새로운 바르는 치료제가 나오면서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약이 늘었고, 보다 편하게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다한증 치료에서는 완치보다 조절과 관리의 개념도 중요하다. 땀 분비는 개인의 신체 특성과 신경 반응이 관여하는 만큼, 치료 후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중단하면 다시 불편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환자 상태에 맞춰 장기적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부에서 들어온 원인이라면 그 원인을 제거해 좋아질 수 있지만, 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완치보다는 조절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한 번 조절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한증에 대한 인식 개선도 과제로 꼽으며, 학회 차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한증을 체질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적절한 상담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치료제가 많아지면 환자들이 병원을 찾게 되고, 의료진과 학회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커질 수 있다"며 "다한증 역시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다한증 환자에게 증상을 참고 견디기보다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볼 것을 당부했다.
그는 "다한증을 체질이라고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방치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증상이라면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이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들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상담받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