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6.07 03:55최종 업데이트 19.06.07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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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소체 다시 보니 단백질보다 지질이 더 많네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사진: 국제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질환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이미지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주말마다 열심히 봤던 지난해 후반 KBS 주말 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장미희(이미연 역)가 후반에 연기한 치매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로, 필자에게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루이소체 치매는 신경세포 내에 생기는 비정상적으로 응집된 신경섬유단백질의 축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다른 치매와 구분되지만 가장 큰 특징은 파킨슨병 증상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질병 분류체계로서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α-Syn) 포함체 병리를 주 특징으로 하는 일련의 질환들을 알파시누클레인병증(α-Synucleinopathy)으로 분류한다. 알파시누클레인병증은 파킨슨병을 비롯해 루이소체 치매와 다계통위축(Multiple system atrophy, MSA) 등의 질환이 포함된다.

파킨슨병 환자들의 뇌 부검에서 루이소체라 불리는 단백질 응집체가 흔히 보인다. 1998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스필란티니(Spillantini)박사가 루이소체의 주요 구성성분이 α-Syn이라는 단백질인 것을 밝혔다. 2003년 브락(Braak)은 파킨슨병 환자의 α-Syn 포함체(inclusion body) 병리가 뇌간(腦幹, brain stem) 쪽에서 먼저 생성되고 피질 쪽으로 전파(spreading)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α-Syn 응집체 형성은 파킨슨병 초기에 중뇌가 아닌 미주신경(Vagus Nerve), 전후각신경핵(anterior olfactory nucleus)에서 시작해 병이 진행함에 따라 브락의 가설처럼 중뇌를 거쳐 말기에는 대뇌피질로 퍼져 나간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α-Syn이 뇌의 여러 부위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간다는 가설은 α-Syn이 한 세포에서 만들어져 다른 세포로 전달될 수 있다는 최근 연구보고들에 의해 이제는 대표적인 병리 기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3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질환 컨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Alzheimer’s & Parkinson’s Disease)에서 루이소체 구조에 대한 두 그룹의 유럽 연구자들 강연이 주목을 받았다.

최첨단 현미경 기술을 사용하여 루이소체와 루이 신경돌기(neurites)는 단백질 원 섬유(fibrils)가 주 구성성분이 아니라 지질막을 주성분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루이소체는 온전하게 유지된 지질막과 부서진 소기관(organelles)과 다른 세포 쓰레기로 구성됐다. 또한 연구자들은 어떤 형태의 α-Syn이 루이소체를 구성하고 있는지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이런 구성 성분들이 루이소체로 만들어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30년간의 루이소체에 대한 고정화된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이전 연구는 α-Syn과 변이된 지질과의 작용이 세포독성으로 연결시켰지만 세포의 병리학적 관점으로는 잇지 못했다. 아밀로이드의 축적 보다는 지질의 변이된 기전이 병리학을 나타낸 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연구자들이 루이소체의 형성이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형성되는 것처럼 생각했다. α-Syn은 원래 아밀로이드가 풍부한 분획에서 발견돼 NAC, non-Abeta로 알려졌다. 작은 올리고머 형태의 α-Syn이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섬유 피브릴(fibrils)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됐다.

옛 방식의 현미경으로 본 구조 분석에 의하면 단백질이 코어(core)를 만들고 filaments들이 ‘할로(Halo)’처럼 연결된 구조로 생각됐다. 더구나 루이소체는 뇌 영역에서 사이즈나 형태가 사람마다 차이가 많이 다르게 보였기에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연구는 최첨단 현미경 기술을 사용하여 사후 파킨슨 환자에게서 17개의 루이소체와 3개의 루이 신경돌기를 관찰했는데 단백질보다는 지질 구조로 꽉 차 있었다. 미토콘드리아도 많이 관찰되었다. 루이소체의 여러 부분에 α-Syn은 퍼져 있었다. α-Syn은 지질막과 소포체와 같이 혼합되었지 크게 단백질로만 뭉치였지 않았다.

이런 지질 구조 분석은 CARS(anti-Stokes Raman scattering)와 FTIR(Fourier transformed infrared) spectroscopic 이미지로 분석했다. 아직도 이전의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연구에서 왜 filaments로 보였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지질로 채워진 루이소체를 전자현미경 절편으로 구분하기는 매우 힘들다. 첨단 현미경 데이터는 루이소체와 루이 신경돌기를 만드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과량의 α-Syn은 지질막을 파괴하여 소포체의 움직임을 막고 결과적으로 이런 지질이 쌓인다. 

특히 암스테르담 그룹은 α-Syn의 Ser129이 phosphorylated 된 형태를 잡아내는 항체를 사용해 immunostaining을 했다. 단면으로 본 뇌 중엽의 루이소체는 도넛 모양을 하고 있는데 가운데 뻥 뚫린 부분은 지질과 잘라진 단백질로 채워있고 그 주위를 pS129 α-Syn이 도넛의 본체처럼 감싸고 있다.

컨트롤인 건강한 사람에게서 pS129 α-Syn이 거의 보이지 않기에 연구자들은 pS129 α-Syn이 루이소체를 만드는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바이오마커라고 믿고 있다. 한편 건강한 사람은 122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α-Syn이 미토콘드리아와 연결되어 있기에 이 절편 단백질이 정상적인 생리학적 작용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α-Syn은 시냅스전말단이라 불리는 뉴런의 끝에서 주로 발견되며 이 구획은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한다. α-Syn은 인지질 및 단백질과 상호 작용하는 생리학적 물질이다. 시냅스 소포체를 클러스터링(clustering)함으로써 시냅스 소포의 공급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생리적인 α-Syn은 응집에 저항하는 사랑체(tetramer)를 형성한다. 그러나 병적 상태에서는 pS129 α-Syn이 만들어지면 응집이 되어 불용성 원섬유(fibrils)를 형성한다. 이번 두 그룹 연구의 같은 결론은 다른 형태의 α-Syn이 소포체와 같이 결합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미토콘드리아가 관심 거리다.

같은 α-Syn병증이지만 피브릴(fibrils) 모습인지 리본(ribbon) 형태인지 구조적인 다름에 의해 독성이나 발병 위치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임상적으로나 병리학적으로 α-Syn병증은 유사한 질환이라고 생각된다.

2014년 8월 11일 미국의 유명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자택 화장실 문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윌리엄스는 자신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줄로 알며 생을 살았으나, 사후 부검결과 루이소체 치매로 진단됐다. 

이렇게 점점 과학과 사용하는 도구가 발전하면서 연구가 진행되는데 뭉뚱그려 증상만으로 병리학적 진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지금까지 α-Syn에 근거한 진단이 바른 것이었는가?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루이소체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하게 진행돼 어떤 동력학적(mechanistic)으로 서로 다른 α-Syn 형태에 의한 루이소체가 만들어지며 그에 따른 α-Synucleinopathy의 진단이 바르게 나오면 좋겠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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