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0.30 08:57최종 업데이트 18.10.3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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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3인 구속, 3년전 민사재판 판결문 보니 "A병원 책임 40%, B병원 과실 없어"

"횡격막 탈장 조기진단 어려워, A병원 책임 40%로 제한하고 1억 4000만원 배상"

"B병원 긴장성 기흉 및 혈흉 먼저 치료하고 뒤늦게 CT 찍었지만 응급조치 필요성 반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환자에게 생긴 횡격막 탈장을 변비로 오진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기 성남 A병원 의사 3명(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공의)이 이달 2일 실형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사건은 2013년 5월 27일~6월 9일 진료 과정에서 발생했다. 환자는 A병원 응급실과 소아청소년과 외래 2번, 다시 응급실을 거쳐 변비로 진단을 받았다. 6월 8일 B병원에 갔다가 6월 9일 횡격막 탈장 및 혈흉에 따른 저혈량성 쇼크로 숨졌다. 이번에 나온 판결은 형사 1심이었고 민사 재판은 이미 2015년 끝났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민사재판에서는 어떻게 판결이 났을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2015년 5월 13일 A병원의 과실책임으로 약 1억4000만원(아버지 6275만원, 어머니 6275만원, 형 200만원, 사망일부터 판결일까지 연 5%)을 부담할 것을 주문했다. 횡격막 탈장이 흔하지 않고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A병원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또한 당시 B병원은 긴장성 기흉 및 혈흉 치료를 먼저 한 다음 뒤늦게 CT를 촬영했지만, 법원은 적절히 응급상황에 대처해 B병원의 과실이 없다고 판결했다. 

민사재판 판결은 A병원 의사들의 과실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형사재판 판결과 달리 B병원의 응급처치 과정이 비교적 자세히 드러나있다. 민사재판 판결문을 통해 재판부의 과실 책임 판결과 당시 응급대처 정황을 살펴봤다. [관련기사=2015년 5월 29일자 X-레이를 두번이나 놓친 의료진]


횡격막 탈장은 희귀질환, A병원 책임 40% 이내로 제한   

법원은 판결문에서 “A병원은 환자의 복부 X-레이를 촬영했다. 횡격막 탈장(횡격막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복부의 장기가 흉강으로 밀려올라간 것)을 의심할 만한 이상소견이 발견됐어도 이를 진단 치료하기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비특이적 변비로 오진했다”라고 했다. 

법원은 ”A병원 의료진이 X-레이 촬영 이후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했더라면 횡격막 탈장 및 혈흉(늑막강 내에 혈액이 축적되는 상태)을 조기에 발견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환자가 B병원 응급실에 내원할 때까지 횡격막 탈장 및 혈흉에 대한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했다”라며 “결국 다량의 혈흉을 원인으로 한 저혈량성 쇼크로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법원은 “B병원은 우선적으로 긴장성 기흉(손상된 폐조직을 통해 흡기시 흉막강 내로 공기가 들어가지만 호기시에 나오지 못하는 상태의 기흉)을 치료하다가 뒤늦게 CT를 촬영해 횡격막 탈장을 알게 됐다. 하지만 B병원이 응급 상황에 대처하지 않았다면 치명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만큼 B병원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B병원에 대해서는 적절한 응급대처로 과실 책임이 없다고 했고, A병원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법원은 A병원 책임 제한의 이유로 “소아의 외상성 횡격막 탈장 발생 가능성 자체가 매우 희박하고 다른 장기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법원은 “A병원 문진에서 환자는 5월 27일 A병원에 처음 방문하기 3주 전 흉복부에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라며 "환자의 특별한 외상 소견도 발견되지 않았다. X-레이 촬영만으로는 외상성 횡격막 탈장을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환자의 횡격막 탈장 및 혈흉은 이미 병원 내원 전에 발생한 기왕증(이전부터 환자가 갖고 있던 질병)이었다. A병원 의료진의 침습행위로 발생하지 않았고 혈흉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몸의 혈액이나 체액이 20% 이상 빠져나가서 발생, 성인 약 2L, 아동약 700ml)의 발생에는 환자의 연령이나 체질적 소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했다.  

B병원 응급실, 두 번의 심정지와 저혈량성 쇼크 사망   
 
B병원 응급처치 개요 

6월 8일
오후 11시 4분
통증, 발열, 비정상적인 호흡 등으로 B병원 소아응급센터 내원 
혈액검사와 흉복부 X-레이 촬영. 급성 충수돌기염, 급성 위장관염, 당뇨병성 케톤산증, 긴장성 기흉 및 혈흉 소견 
오후 11시 45분 좌측 폐 흉강천자  

6월 9일
오전 0시 35분
흉관삽관으로 좌측 폐에 고여있던 오래된 혈액 1000cc 배액
​오전 1시 15분 의식 저하와 저혈량성 쇼크
오전 1시 22분 최고 용량의 산소 투여, 중심정맥관 삽입, 수액치료 
오전 1시 45분 호흡부전 상태 지속으로 기관삽관, 앰부배깅 
오전 2시 4분 심정지로 심폐소생술 
오전 2시 14분 환자 자발순환 회복
오전 2시 40분 긴장성 기흉, 혈흉, 호흡 부전 및 쇼크 원인 진단을 위한 흉부와 뇌 CT
우측 흉강 내 다량의 흉수 또는 혈흉, 좌측 횡격막 탈장과 폐 허탈 소견  
오전 3시 30분 우측 폐 흉관삽관술 오래된 양상의 혈액 830cc 배액 
오전 4시 11분 우측 흉강 액체 대부분 배액, 좌측 폐 긴장성 기흉 호전 확인 
환자 고혈당, 저혈량성 쇼크, 심정지 이후 저체온증 등 보존적 치료 
오전 8시 45분 맥박과 혈압 유지되지 않아 저혈량성 쇼크 
오전 8시 50분 심폐소생술로 일시적인 자발순환 
오전 9시 14분 심정지
오전 10시 6분 사망

환자는 2013년 6월 8일 오후 11시 4분 복부 통증, 발열, 비정상적인 호흡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B병원 소아응급센터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혈액검사와 흉복부 X-레이 촬영을 통해 급성 충수돌기염, 급성 위장관염, 당뇨병성 케톤산증(고혈당, 대사성 산증, 케톤증을 특징으로 하는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 긴장성 기흉 및 혈흉 소견 등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우선 긴장성 기흉 치료를 위해 오후 11시 45분 환자의 좌측 폐에 흉강천자(흉강 안에 작은 구멍을 내어 흉막강 내에 액체를 배액시키거나 검체를 흡인)를 실시했다. 그리고 나서 6월 9일 오전 0시35분 흉관삽관(흉강 안에 관을 삽입)을 통해 좌측 폐 부위에 고여있던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혈액 1000cc 가량을 배액했다. 

의료진은 6월 9일 오전 1시 15분 환자의 의식이 저하되면서 저혈량성 쇼크 상태에 이르자 오전 1시 22분 최고 용량의 산소를 투여했다. 중심정맥관을 삽입하고 수액치료를 실시했다. 환자의 호흡부전상태가 지속돼 자발호흡의 유지가 불가능했다. 오전 1시 45분 기관삽관과 앰부배깅을 실시했지만, 2시 4분 환자는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됐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2시 14분 환자의 자발순환을 회복시켰다. 2시 40분 긴장성 기흉, 혈흉, 호흡부전 및 쇼크 상태의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 흉부와 뇌 CT검사를 시행했다. 흉부 CT 검사를 판독한 결과, 환자는 우측 흉강 내 다량의 흉수 또는 혈흉, 좌측 횡격막 탈장과 폐 허탈 소견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오전 3시 40분 환자의 우측 폐에 흉관삽관술을 실시해 오래된 양상의 혈액 830cc를 배액했다. 4시 11분 흉부 방사선 검사를 통해 우측 흉강의 액체 대부분 배액되고 좌측 폐의 긴장성 기흉이 호전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고혈당, 저혈량성 쇼크, 심정지 이후의 저체온증 등에 대한 보존적 치료를 실시하면서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처치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6월 9일 오전 8시 45분 맥박과 혈압이 유지되지 않아 저혈량성 쇼크로 인한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다. 환자는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 의해 오전 8시 50분 일시적으로 자발순환을 회복했다가 9시 14분 다시 발생한 심정지로 결국 이날 오전 10시 6분 사망했다. 

B병원, 긴장성 기흉 먼저 치료하고 뒤늦게 CT…"과실책임 없어" 

환자 측은 B병원에 6월 8일 오후 11시 4분 소아응급센터를 방문했지만 3시간 36분이 지난 다음날 오전 2시 40분에서야 CT를 촬영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응급조치가 필요했다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B병원 의료진은 6월 8일 오후 11시 4분 환자에 대한 최초 흉부 방사선 검사를 실시해 환자에게서 긴장성 기흉 ,혈흉과 함께 횡격막 상승 소견을 발견했다”라며 “그러나 즉시 비위장관 삽입, 상부위장관 촬영, CT, 초음파 검사 등 횡격막 탈장을 확진하기 위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법원은 “하지만 이는 응급상황인 긴장성 기흉 및 혈흉의 치료를 위해 흉강천자, 흉관삽입 및 배액술 등의 응급조치를 우선적으로 실시한데 따른 것이다”라며 “탈장된 장기 허혈이나 괴사가 동반되지 않은 횡격막 탈장은 진단 즉시 응급수술을 실시해야 할 정도의 질환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를 감안하면 긴장성 기흉과 혈흉에 대한 처치를 우선적으로 실시한 B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법원은 “소아는 외상성 횡격막 탈장의 발생 가능성 자체가 매우 희박하다. 다른 장기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기 진단이 어렵다”라고 했다.  

또한 법원은 “당시 B병원의 치료가 조금만 늦어져도 심장으로 들어오는 정맥환류에 장애를 주고 심박출량을 떨어트렸을 것이다”라며 “저혈압, 호흡곤란, 빈맥, 청색증 등을 유발해 호흡부전과 순환부전으로 인한 사망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해당한다. 진단 즉시 흉강천자, 흉관삽입, 배액술 등의 응급조치를 필요로 한다”라고 했다. 

법원은 “환자는 B병원 의료진의 중심정맥관 삽입, 수액치료, 기관삽관, 앰부배깅,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다량의 혈흉으로 인한 혈압저하 및 심정지로 인해 사망했다. B병원 의료진이 추가적으로 실시했어야 할 의학적인 조치를 상정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B병원의 책임 있는 사유로 횡격막 탈장의 진단이 지연됐다고 볼 수 없다. B병원 의료진에게 횡격막 탈장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환자 사망원인을 다량의 혈흉을 원인으로 한 저혈량성 쇼크에 따른 심정지라고 결론내렸다. 

법원은 “환자는 흉관삽관을 통해 배액된 오래된 양상의 혈액이 좌측 1000cc, 우측 830cc에 달할 정도로 이미 다량의 혈흉이 발생해 B병원을 내원했다”라며 “애초부터 출혈에 따른 저혈량성 쇼크 발생 위험성이 현저히 높은 상황이었다. 환자에게 저혈량성 쇼크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B병원 의료진에게 횡격막 탈장과 혈흉 치료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B병원 의료진은 환자에게 의료행위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설명의 의무가 있다. 하지만 치료가 지연되면 환자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이었다”라며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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