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14 16:22최종 업데이트 21.12.1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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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한 협진 시범사업, 일방적 의과 협진 의뢰만 98%…“효과 없는 사업 철폐하라”

의협, 협진시 치료기간 단축 등 심평원 보고서 결과 왜곡 주장…연구 참여 연구자도 내부 고발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효과가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4차 시범사업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5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올해 12월 종료 예정인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을 연장해 내년 4월부터 협진 4단계 시범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시범사업은 1차에서 5억, 2차에서 22억, 3차에서 53억의 세금이 쓰였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했다.
 
의료계는 이번 시범사업 연장이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와 한의계의 야합에 따른 정부의 정치적 결정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봤다. 그 이유는 시범사업의 효과성이 없을 뿐더러, 협진 의뢰 방향도 한쪽으로 심하게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시범사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주된 치료만 급여를 인정함으로 인해 환자부담을 증가시키고 협진의 효과에 대한 신뢰성 높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 받았다.
 
이 때문에 대표성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신뢰성 높은 연구 설계와 분석을 통한 협진효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또한 보고서는 한방치료를 위한 양방의 진단과 검사를 의뢰하는 수준으로 진정한 의미의 협진이 부족하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 시범사업의 협진 의뢰를 살펴보면 1차 시범사업에선 한방에서 의과로 협진을 의뢰한 비율이 59.6%였으나 이는 2차에서 89.89%, 3차에선 98.33%로 증가했다.
 
의협 김상일 정책이사는 "한방에서 의과로의 협진 의뢰는 99%에 가깝고 의과에서 한방 의뢰는 1% 수준"이라며 "이 데이터가 정상일 경우 의과에선 한방치료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는 수준이다. 단계가 지날수록 한방 의뢰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한방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요양기관 중 대부분이 한방병원이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총 79개 의료기관 중 한방병원이 51곳에 달했다.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한협진 3단계 평가연구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한협진 3단계 평가연구

효과가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보고서 내용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보고서는 치료의 완료시점을 해당의료기관 마지막 진료일로 단정해 결과를 왜곡했다"며 "의료기관의 마지막 진료일은 질병의 치료시점이 아니다. 타 의료기관 방문, 단순내원 중단, 기타 사유 등 수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함에도 보고서는 이를 왜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데이터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을 다니는 뇌경색증 환자 30명이 협진을 받으면 단 하루 만에 치료가 완료된다는 비상식적인 데이터를 통계에 활용했다"며 "30명 전원이 모두 1일만에 치료가 끝나는 비현실적 결과를 협진 효과 데이터로 활용했다. 병원의 경우 비협진일 때 63일을 치료받아야 하지만 협진을 할 경우 역시 1일만에 치료가 완료된다고 분석했다"고 지적했다.
 
김상일 정책이사는 해당 보고서 연구에 참여했던 인물 중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연구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결과적으로 협진 시 치료기간이 급격히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을 통해 4차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이라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김상일 정책이사는 해당 보고서 연구에 참여했던 인물 중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연구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원은 "처음 걱정한 것처럼 일이 흘러가고 있어 연구참여를 결정한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연구 보고서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으며 공동 연구진에서 이름을 제외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교웅 위원장은 "협진 시범사업의 목적은 후행행위 급여와 협진수가 추가를 통해 한방병원 이익 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수많은 곳에 건강보험료 투입이 절실한 상황에서 입증되지 않은 의·한 협진 후행행위에 대한 급여 적용과 협진진료료라는 수가를 별도로 만들어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의협 이정근 부회장도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협진 의뢰 여부를 결정해야 함에도 협진이 불필요해 의뢰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는 사유를 소명하거나 퇴출까지 시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결국 협진 청구를 남발하는 의료기관만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법적으로 정부가 연구 윤리를 저버리고 결과를 왜곡해 합당하지 않은 의사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업무방해죄가 성사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연구 자율성은 존중돼야 하는 것이 맞지만 최소한의 연구 윤리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보고서는 시범사업의 결과를 곡해했다. 이는 정부가 재량권항을 뛰어넘어 합당하지 않은 의사결정을 한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웅 위원장은 "협진 사업과 보고서를 즉각 철폐하고 연구비도 전액 환수해야 한다"며 "협진 시범사업 연장을 위해 왜곡된 보고서 작성을 유도하고 허위 결론을 건정심에 보고한 복지부와 심평원 관계자를 엄죽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김상일 정책이사도 "참여 연구자가 건정심 보고서 연구결과에 동의할 수없다고 고백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라며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정책적 목적을 위해 연구가 이용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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