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31 09:40최종 업데이트 24.03.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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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2000명 강행 '의료농단', 복지부 장·차관 '직권남용' 혐의 적용 가능한가

문재인 정부 때 적용 확대된 직권남용죄, 정확한 정책 결정자와 절차상 행위 적절성 쟁점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공수처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 장·차관은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의료인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무리하게 강행하기 위해 각 수련병원장에게 초헌·초법적으로 사직서 수리 일괄 금지 명령,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 의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이는 직권을 남용해 1만 30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의 휴식권, 사직권,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전공의가 아닌 일반의로 일할 권리, 강제노역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과 법률, 그리고 자유로운 계약에 따라 보장된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다. 

정부의 연가 사용 금지 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으로 인해 개별 전공의들의 헌법상·법률상 권리가 의료법 59조 1항의이 조항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미생모)은 지난 19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업무 개시 명령 등을 충분히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발인은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하지만, 복지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 개시 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와 제88조에 따라 처분·형사고발 될 수 있다"고 수차례 밝혔다.

이에 따라 직권남용죄라는 법령의 판결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권남용(職權濫用)은 공무원이 그 직권을 남용해 범하는 범죄로 형법 제7장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가운데 제123조를 일컫는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권남용은 명백하게 남용, 남발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부작용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직권남용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가 과잉 적용될 경우에는 직권남용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해 창의적·개혁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위축시켜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정농단 수사를 시작으로 직권남용 적용 사례가 늘어났다. 직권남용은 형식적으로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실질적으로 그 직권의 정당한 한계를 넘어서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외관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사항이나 직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행위는 본죄와 무관하다.

직권이 없는 경우에도 의무 없는 일을 시키면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강요죄의 구성요건은 폭행, 협박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직권을 남용해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2도3453 판결[5],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도12754 판결 등 참조).

당시 판례를 보면 향후 장차관의 권리와 함께  정책을 누가 결정했는지와 집행과정에서 절차상으로 행한 행위가 직권남용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재판에서의 쟁점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직권남용죄 기소·재판이 문재인 정부 때 활발해진 것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등 15명에게 직권남용죄가 적용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관련 법리 다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권남용 수사가 3배 가까이 폭증하면서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직권남용 수사가 되레 문재인 정부를 겨누는 부메랑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직권남용죄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직권’과 ‘남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검찰 기소 이후 재판에서 공무원의 직권 및 남용의 범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권남용죄로 형사처벌하려면 직권의 범위를 정하고 그 직권을 남용했어야 하며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세 단계를 충족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각 단계마다 기준이 모호함은 물론 직권과 권리 행사 방해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공무원이어도 어떤 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책임 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해석’의 영역이 넓은 만큼 직권남용죄가 형법의 보충성이나 죄형법정주의를 침해할 여지가 커진다. 범죄를 처벌하려면 범죄 행위가 미리 명확히 규정돼 있어야 한다는 형법의 기본 전제가 침해된다. 법 조항 자체의 모호성 때문에 직권남용에 누구도 수긍하지 않고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전에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던 당사자가 대통령이 된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해서 직권남용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뀐 이후라면 더욱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강행하려던 복지부가 '의료농단'의 중심으로 틀림없이 재평가받을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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