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5.21 08:08최종 업데이트 25.05.2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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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라자 병용요법, 단순한 약제 조합 넘어…EGFR 폐암 1차 치료 대세는 병용요법이 될 것"

[인터뷰] 국립암센터 안병철 교수 "고위험군 여부 관계없이 병용요법을 기본 치료 전략으로 권하는 것이 합리적"

사진: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안병철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열린 유럽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ELCC 2025)에서 MARIPOSA의 최종 전체 생존기간(OS)의 상세 데이터가 공개돼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연구는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과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평가한 3상 임상시험이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25% 감소시켰고, OS 중앙값은 최소 12개월 이상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상 발현까지의 시간(TTSP) 역시 렉라자 병용군에서 43.6개월, 타그리소군에서 29.3개월로, 14개월 이상의 연장됐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학회에서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최적화 방안: TKI 병용요법의 시대는 도래했는가'를 주제로 토론이 펼쳐졌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에 비해 병용요법의 부작용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단독요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과, 생존 혜택을 극대화하고 5년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병용요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나뉘었다.
 
렉라자 연구개발에 참여한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안병철 교수는 치료의 기준이 무진행 생존기간(PFS)에서 OS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부작용 관리 전략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병용요법의 가치가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안 교수를 만나 MARIPOSA 임상의 최종 OS 결과 의의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들었다.

MARIPOSA, 후속 치료 여부 등 관계없이 렉라자 병용요법이 더 오래 생존 입증
 
Q. MARIPOSA의 최종 OS 상세 데이터가 공개됐다. 주요 평가지표와 전반적인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MARIPOSA는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우월성을 비교한 연구다. 미국에서는 렉라자가 허가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권고에 따라 렉라자 단독요법군이 추가돼 총 3개군(타그리소 단독, 렉라자 단독,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으로 구성됐다.
 
1차 평가변수였던 PFS는 병용요법군에서 23.7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의 16.6개월 대비 유의미한 연장을 입증했다. 하지만 과거 여러 임상에서 PFS 개선이 OS 연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렉라자 병용요법 역시 실제 OS을 연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번 ELCC 2025에서 발표된 MARIPOSA 최종 결과는 이러한 의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했다. 렉라자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1년 이상 OS 중앙값을 연장했으며, 이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타그리소 이후 처음으로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Q.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25% 낮추고, mOS가 최소 12개월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암 치료에서 이러한 생존 연장 결과가 어떤 이상적 의미를 가지며, 향후 폐암 치료 패러다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생존기간 연장은 단순히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 이상의 임상적 의미를 가진다. 지금까지 여러 치료제들이 PFS 개선 효과를 보였지만, OS에서는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기 치료부터 신약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늘 제기돼 왔다.
 
MARIPOSA 연구는 후속 치료 여부 등 여러가지 변수와 관계없이 렉라자 병용요법을 사용한 환자군이 더 오래 생존한다는 결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병용요법이 단순한 약제 조합을 넘어, 실제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 전략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Q. 이번 발표에서는 최종 OS 외에도 주요 이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증상 발현까지의 시간(TTSP) 데이터가 공개됐다. 해당 지표는 어떻게 평가되며,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과거에는PFS나 OS이 주요 평가 지표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약제들이 고도화되고 표적화되면서 치료 기간이 길어지자, 특정 부위에서 일부 병이 진행됐다 해서 곧바로 약을 중단할 필요는 없는 임상적 상황들이 늘고 있다.
 
TTSP는 환자가 실제로 증상 악화를 느끼거나, 추가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임상 상황이 발생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는 지표다. 기존에는 영상상 병변 크기 변화만으로 치료 효과를 평가했지만, 최신 임상에서는 환자의 체감 증상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이 진화하고 있다.
 
특히 병용요법처럼 장기간 약효가 유지되는 경우, 영상상 진행이 관찰되더라도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않으면 치료를 계속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TTSP는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증상 기반으로 치료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최근 임상 연구에서 환자 중심 평가 지표로서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부작용 회피하기 보다 관리하면서 생존 연장해야…실제로 4~5년 이상 생존 환자 나타나"

Q. 병용요법의 부작용 관리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주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며, 이러한 부작용은 어떻게 예방·관리되고 있는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기존 약제들과는 다른 다소 독특한 부작용 양상을 보인다. 특히 EGFR 계열 치료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피부 부작용이 병용요법에서는 더 강하게 나타나며, 두피 부위에 심한 발진이 나타나는 경우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리브리반트는 MET과 EGFR을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항체로, 두 기전에 연관된 부작용이 동시에 나타난다. 또한 정맥 주사로 투여 시 혈압 저하 등 주입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얀센은 이러한 부작용 관리를 위해 별도의 임상시험들을 병행해왔다. 대표적으로 SKIPPirr 연구에서는 주입 반응 관리 전략을, COCOON 연구에서는 피부 부작용 완화 방안을 다뤘다. 이들 연구를 통해 적절한 사전 처치와 관리 전략을 적용해 부작용 발생 비율을 낮출 수 있음이 입증됐다. 이러한 부작용은 환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를 잘 관리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결국 약제의 장기 사용을 가능하게 하고 생존율 연장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렉라자 병용요법은 이미 부작용 관리 연구가 없던 시점에서도 임상시험 목표 안전성을 만족했다. 향후 보다 정교한 부작용 관리 전략이 임상 현장에 도입되면, 치료 지속률과 생존 기간은 실제로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Q. ELCC 2025에서는 최적의 1차 치료 전략을 두고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중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향후 1차 치료 선택 기준에서 OS의 중요성과 표준치료 변화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1차 치료에 사용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오랫동안 렉라자 병용요법의 임상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입장에서, 다소 부작용이 늘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항상 '환자의 사망을 가장 큰 부작용'이라는 생각으로 치료에 임해왔다. 부작용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점을 환자에게 설명한 뒤 병용요법을 적극 권하는 편이다. 그동안은 OS 데이터가 부족해 "몇 개월 생존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이제는 부작용을 회피하기보다는 이를 관리하면서 생존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점차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병용요법의 편의성과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예컨대 리브리반트 정맥주사로 인해 환자가 연간 12일 이상 병원에 소모해야 한다며 단독요법의 우위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1년 이상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면, 한 달에 몇 번 병원을 더 방문하는 정도의 불편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부작용 관리 전략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SKIPPirr 연구에서는 주입 반응을 줄이는 관리법이 확인됐고, COCOON 연구를 통해 피부 부작용 발생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특히 리브리반트가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되면 주입 반응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OS까지 1년 이상 연장된 만큼, 결국 대세는 병용요법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해외 의료 환경과의 차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대학병원 중심의 진료 체계가 아니라 커뮤니티 병원에서 항암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Q. MARIPOSA의 주요 평가변수들이 공개된 현 시점에서 앞으로 1차 치료에서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의 선택 기준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향후 1차 치료는 병용요법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MARIPOSA 연구의 전체 코호트 결과만 보더라도, 병용요법은 단독요법 대비 명확한 생존 연장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위험군 여부와 관계없이 병용요법을 기본 치료 전략으로 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다만 현실적인 비용 문제나 약제 접근성 등의 이유로 일부 환자를 선별해야 한다면, 간전이, 뇌전이, 혈중 순환 종양 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 존재 여부, TP53 변이 여부 등을 기준으로 고위험군부터 병용요법을 우선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종양학회(ESMO)와 아시아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위험 인자를 지닌 환자군에서 병용요법이 단독요법에 비해 더욱 유의미한 생존율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발표되기도 했다.

환자가 병용요법에 부담을 느낄 경우에는 본인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의료진이 설명함으로써 설득할 수 있다. 반면, 고령이거나 내원이 어려운 환자, 또는 피부질환·신장질환·천식 등 기저 질환으로 인해 부작용 발생 시 대응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에는 단독요법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제한 사항이 없다면, 환자에게 생존 연장 효과와 치료 옵션을 충분히 설명해 스스로 치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실제 진료 현장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처방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를 공유해 줄 수 있는가?

연세암병원 근무 당시 MARIPOSA 임상에 10명이 넘는 환자를 등록했다. 국립암센터로 옮긴 이후 직접 추적 중인 환자는 없지만,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얀센 주최 학회에서 발표자로 참석하며 소개됐던 한 사례가 특히 인상 깊다. 해당 환자는 2022년 말 또는 2023년 초, MARIPOSA A코호트에 등록돼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병변이 잘 감소했으며, 현재 3년 이상 생존 중이다. 만약 당시 이 환자가 기존 표준 치료만으로는 이 같은 장기 생존이 가능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좋은 임상에 참여한 덕분에 장기 생존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OS 데이터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실제로 4~5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EGFR 변이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36개월이었지만, MARIPOSA 병용요법은 이 수치를 넘어서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ALK 변이 환자들이 평균 5년 이상 생존했던 반면, EGFR 변이 환자는 3년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EGFR 변이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도 4년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표적이 없는 환자의 경우는 여전히 평균 생존 기간이 2년 6개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사진: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안병철 교수.

병용요법,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선호 요법 채택 가능성 높아…부작용 관리 시스템 구축과 급여 접근성 과제

Q.  이번 MARIPOSA 연구 결과가 글로벌 가이드라인 개정과 국내 의료진 치료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MARIPOSA 연구를 통해 렉라자 병용요법의 생존 연장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만큼, 향후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해당 병용요법이 선호 요법(preferred regimen)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타그리소 단독요법만이 선호요법으로 등재돼 있으며, MARIPOSA와 FLAURA2 등의 병용요법은 추가 치료 옵션으로 권고되고 있다. 다만 NCCN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통계 수치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위원회의 투표와 합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임상 경험과 현장 의견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직까지 해외에서는 단독요법이 대세지만, 이번 생존율 데이터와 병용요법 경험이 누적되면 점차 위원회에 영향력을 미쳐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특히 리브리반트가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되면, 환자의 편의성과 부작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선호요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Q. 국내 의료현장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병용요법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과제가 있다. 첫 번째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부작용 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독특한 부작용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나필락시스 같은 주입 반응이 발생하면 스테로이드를 신속히 투여하거나, 심할 경우 에피네프린까지 사용해야 한다. 또한 강한 피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어, 환자에게 사전 설명과 대응법을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병동 간호사, 외래 항암 전문 인력, 응급실, 전공의·전담의 등 병원 전반에 걸친 교육과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교수진 외에는 렉라자 병용요법 경험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말레이시아 학회에서도 다수 의료진이 병용요법의 부작용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는데, 이는 경험과 임상 데이터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과제는 향후 처방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되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인프라나 경험이 부족하며, 단독요법보다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병용요법으로 생존 기간이 2년 늘어난다면, 특히 젊은 환자들의 경우 2주 간격의 주사 투여 같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병용요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병용요법을 단순히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 반대하는 일부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급여 접근성으로, 현실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이다. 렉라자 병용요법은 약가가 매우 높아, 환급을 받아도 월 750만 원, 연간 8000만~90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실손보험을 적용하더라도 보장 한도가 제한돼 있어 결국 환자 본인 부담금이 3000만 원 이상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의 약 3분의 2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고, 나머지 3분의 1만이 실손보험 등을 활용해 투약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면역항암제에 보험을 적용하는 몇 안 되는 의료 선진국이다. 하지만 고가 치료제가 비급여 상태로 출시되면 결국 일부 환자만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생존율을 높이는 신약에 과감히 투자해야 그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Q. 환자들이 오래 생존하게 되고, 다음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오히려 전체적인 의료비용은 줄어들 수 있지 않나?

맞다. 다만 후속 치료제들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리브리반트 같은 최신 항암제들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약가가 결정되다 보니 국내 환자들이 실손 보험만으로 비용을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실손 보험 가입 조건도 까다로워져,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보장이 어렵고 다양한 제한 조건이 생기는 추세다. 

결국 이 문제는 정책과 자금의 문제로 귀결된다. 확실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치료제에 공공 자원이 집중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실질적인 생존 연장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장기적으로 국가 의료 재정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비소세포폐암 분야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향후 연구개발이 더 집중되어야 할 영역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표적이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이다. 현재 표적이 확인된 암종에서는 평균 생존기간이 3~4년까지 연장되고 있지만, 전체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표적 미확인 폐암 환자들은 여전히 2년에 머물고 있다. 모든 암은 특정 분자 경로를 통해 진행되지만, 그 경로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표적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핵심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그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세포 치료제의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 암 치료는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 치료제, 면역치료제 순으로 발전해왔으며, 이제는 환자 맞춤형 면역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세포 치료란 환자의 면역세포를 추출해 암 항원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도록 교육한 뒤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혈액암 분야에서 사용 중인 CAR-T 치료도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표적이 명확한 암종에서는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신약 개발이 가능하지만, 표적이 불분명한 암에서는 연구 난이도가 높아 치료 접근성의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치료가 잘 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생존 연장 연구가 의미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미 효과가 입증된 영역에서도 생존 기간을 더 늘리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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