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08 06:05최종 업데이트 24.01.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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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의대 실습실 부족해서 돌려쓰는데…의대정원 늘어나면 부실 의대 속출"

정부는 의대정원 통과시키기 위해 '이기적 의사' 프레임 강조…'돈 더벌려고 필수의료 안 한다고'만 주장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는 6일 오후 2시 의협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추진과 대한민국 의사의 미래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인해 의대 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의대생 주장이 나왔다. 가뜩이나 의대 교육 현실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원만 늘어나게 되면 부실 의대가 대량으로 양성될 수 있다는 취지다. 

정원 확대 막아야 할 의협이 기정 사실화하고 토론회?…의대생들 '불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우성진 비대위원장(인하의대 본4)은 6일 오후2시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추진과 대한민국 의사의 미래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우선 토론에 앞서 우성진 비대위원장은 의대정원 확대를 저지해야 할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가 의대정원을 기정 사실화하고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것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 비대위원장은 "과학적인 합의 없이 의대 증원을 기저에 두고 토론이 진행돼 유감"이라며 "다만 누군가는 의대생과 미래세대를 대표해 꾸준히 합법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후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의대 교육에 대해서 그는 "학생 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와 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채 정원을 확대한다면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며 "의학 교육이란 그저 학생들을 앉혀놓을 대형 강의실만 짓는다고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해부학 실습을 위한 카데바, 임상 실습 경험을 위한 병원 시설, 이를 지도하고 교육할 임상의학교수 등 충분한 인프라와 인적자원이 필요하고 학생 복지를 위한 최소한의 시설도 확충돼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대협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기조에 따라 지난해 11월 25일 임시총회에서 전국 의대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 수업을 듣고 실습하고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 

조사결과, 강의실은 의대 평가인증에 있어 감점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정원에 아슬아슬하게 설계돼 있었다. 또한 학생 자치 공간과 복지 공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 3~4개의 동아리와 학회 공간을 학생들이 돌려쓰는 형편이다. 

수십명이 부족한 실습실 돌려쓰지만 정원 2배 확대 가능? 

우 비대위원장은 실습실에 대해서도 "학년이 올라 병원 실습을 돌면 수십명의 학생이 부족한 실습실을 돌려쓰며 직원의 동선을 방해하는 짐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며 "교육 병원이나 인프라는 그대로인데 정치적인 사유와 대학 재단의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정원을 늘리는 것은 부실 의대를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부족한 수업과 실습 상황에 대해 학생들이 항의할 때마다 학교의 예산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대부분의 학교가 요청사항을 묵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너무나도 두배씩 증원이 가능하다고 외쳐 3000명을 증원한다는 것은 학교의 모순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정부는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의대 교육의 질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정부는 2023년에도 전공의가 교수에게 몽둥이로 폭행 당하는 원시적인 상황조차 예방하지 못했다"며 "이런 환경에서 의대생과 의사를 꿈꾸는 많은 수험생들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자신의 진로를 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의대 홍순철 교수는 우성진 비대위원장 주장에 첨언해 "한국 의대의 교수 대비 학생 비율 평균은 1.6명인데 비해 미국 하버드의대는 14.6명이다. 국내 40개 의대 교수를 모두 합해도 하버드의대 하나 보다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의학 교육도 문제지만 급격히 늘어나는 의대생 만큼 전공의 수도 증가하고 이들에 대한 대책도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의사들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의료현안협의체 접점 못찾는 이유도 정부 탓

이날 토론회에선 의대정원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정부가 의대정원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의사들을 이기심 많은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의 손녀가 소아과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할 때 장관이 나서 내가 의대에 진학해 소아과를 전공하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겠나"라며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한국 의료 접근성은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오픈런과 뺑뺑이로 정부는 선동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역필수의료 붕괴 얘기를 하면서 정부는 암묵적으로 의사들의 이기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얘기한다. 수입이 많은 데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지역과 필수의료를 안한다는 레퍼토리"라며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는 환자를 보면 볼 수록 적자가 난다고 얘기했었다. 실제로 진료를 해보면 심평원에서 삭감을 하도 해서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진료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 중인 대한의사협회 서정성 총무이사는 협의체 논의에서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이유가 정부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서 총무이사는 "지금까지 23번 협의체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데도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정부가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무조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여론이 그렇다고 한다. 의대정원 문제가 (총선) 표와 관련되기 때문에 정권을 무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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