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재정사업 예산 2021년 4,416억원→2026년 1조256억원…실집행률 75.4%→71.5% 하락
지역의료 인력 격차 특히 심각…비수도권 국립대병원 전공의 충원율 수도권과 격차 28.4%p까지 확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5년 새 2배 이상 늘렸지만, 지역 간 의료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치료가능사망률의 지역 간 격차는 2015년 1.30배에서 2024년 1.44배로 확대됐고, 지역 내에서 입원진료를 해결하는 자체충족률도 최대·최소 지역 간 차이가 58.3%p에 달했다.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핵심 보건의료 과제로 내세우고 재정 투입을 확대해 왔음에도 실제 지표에서는 지역 간 격차가 줄기는커녕 일부 영역에서 더 벌어진 셈이다. 예산 확대가 현장 집행과 성과로 이어지도록 사업 관리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지역의료 지원사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역의료 관련 주요 법령과 계획, 재정사업 예·결산 현황, 지역 간 의료격차, 국립대병원과 책임의료기관 운영, 지역 의료인력 지원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예산 132.2% 늘었지만…지역 간 ‘피할 수 있는 죽음’ 격차는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의료 관련 주요 재정사업 예산은 2021년 4,416억원에서 2026년 1조256억원으로 증가했다. 2023년 4,846억원, 2025년 8,033억원을 거쳐 2026년에는 1조원대를 넘어섰다. 2021년 대비 132.2%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예산 확대가 지역의료 격차 해소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보고서는 “최근 10년간 전국 치료가능사망률은 감소했지만, 지역 간 격차비는 횡보·확대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 치료가능사망률은 2015년 인구 10만명당 52.0명에서 2024년 43.4명으로 낮아졌다. 전체 의료 수준은 개선된 셈이다. 하지만 지역 간 격차비는 같은 기간 1.30배에서 1.44배로 커졌다. 전국 평균은 좋아졌지만, 거주 지역에 따라 피할 수 있는 사망 위험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 것이다.
지역 내에서 입원진료를 해결하는 자체충족률도 격차가 컸다. 보고서는 자체충족률에 대해 “지역 간 자체충족률 격차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는 등 긍정적인 추이를 보였으나, 여전히 최대-최소 지역 간 차이는 58.3%p, 격차비는 2.8배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격차”라고 밝혔다.
지역에 따라 중증·입원진료를 자기 지역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지역의료 인력 격차 심각…전공의 충원 회복도 수도권 중심
지역의료 지원사업 현황과 개선과제
지역의료 인력 격차도 뚜렷했다. 2024년 수도권 의사 수는 14만2,876명으로 전국의 53.0%를 차지한 반면, 비수도권은 12만6,738명으로 47.0%였다.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도 수도권 548.5명, 비수도권 503.5명으로 차이를 보였다.
필수의료과목 전문의 격차는 더 컸다. 수도권 필수과목 전문의는 5만4,194명으로 전국의 55.7%를 차지한 반면, 비수도권은 4만3,171명으로 44.3%에 그쳤다. 인구 10만명당 필수과목 전문의 수도 수도권 208.1명, 비수도권 171.5명으로 격차가 확인됐다.
특히 지역 국립대병원은 의정갈등의 여파를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갈등에 따른 전공의 사직과 미충원으로 국립대병원 전공의 정원 충원율은 2023년 88.7%에서 2024년 8.9%로 급락했다. 이후 2025년 63.9%, 2026년 72.9%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회복은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졌다.
2023년 수도권 국립대병원 전공의 충원율은 95.8%, 비수도권은 85.1%로 격차가 10.7%p였다. 그러나 2025년에는 격차가 16.2%p로 벌어졌고, 2026년에는 28.4%p까지 확대됐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국립대병원의 전공의 충원율이 수도권보다 낮고 회복세도 저조하며, 필수의료과목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의료자원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2024년 기준 의료기관 수는 수도권 4만309개소로 전국의 53.9%를 차지했다. 비수도권은 3만4,471개소로 46.1%였다. 인구 10만명당 의료기관 수도 수도권 154.8개소, 비수도권 137.0개소로 차이가 났다.
예산 늘려도 현장 집행은 뒷걸음…국립대병원 지원 실집행률 39.1%
예산이 늘었는데도 지역의료 격차가 줄지 않은 배경으로는 낮은 실집행률이 꼽힌다. 지역의료 관련 주요 재정사업 실집행률은 2021년 75.4%에서 2023년 74.3%, 2025년 71.5%로 하락했다. 예산은 5년 새 4,416억원에서 1조256억원으로 늘었지만, 실제 현장에 집행된 비율은 오히려 3.9%p 떨어진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 규모가 크면서도 실집행률이 80% 미만인 사업으로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국립대병원 지원, 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구축 등을 지목했다. 이들 사업은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과 필수의료 대응 역량 강화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집행 부진의 영향이 작지 않다.
특히 지역의료의 핵심축으로 꼽히는 국립대병원 지원사업은 예산 확대에도 집행 성과가 저조했다. 국립대병원 지원사업 예산은 2022년 746억원에서 2026년 1,284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실집행률은 2022년 58.5%에서 2025년 39.1%로 떨어졌다.
국립대병원의 재정 상태도 악화됐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설정 전 당기순이익 기준 국립대병원은 2023년 2,734억원 적자에서 2025년 4,281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커졌다.
보고서는 국립대병원 관련 재정사업 예산은 확대되고 있지만 실집행률이 저조하고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지역의료의 질적 향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의료기관·심뇌혈관센터 확충도 목표 미달…취약지 지원 사각지대 여전
예산 집행 부진과 인프라 부족이 맞물리면서 정부 지역의료 전달체계의 핵심인 책임의료기관 지정,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확충, 의료취약지 지원 등도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70개 중진료권을 기준으로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15개 중진료권에는 지역 책임의료기관이 지정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대체로 종합병원급 국공립 의료기관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한 중진료권에서 지역 책임의료기관 지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확충도 더뎠다. 정부는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단계적으로 확충해 2025년까지 70개소, 즉 70개 중진료권 전체를 대상으로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26년 1월 기준 운영 중인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10개소에 그쳤다.
의료취약지와 분만취약지 지원도 사각지대가 컸다. 2026년 기준 의료취약지 33개 중 29개 지역이 지원을 받지 못했고, 분만취약지 108개 중 49개 지역도 미지원 상태였다.
보고서는 의료 및 분만취약지의 의료자원 미흡 등으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지역이 존재한다며, 이동식·순회식 지원 확대나 지역 내·인접지역 간 연계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정처 “지역의료 재정투입, 인력·인프라 확충과 집행관리로 이어져야”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역의료 지원사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의료 인력 확보, 의료 인프라 확충, 재정사업 집행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먼저 보고서는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의료 인력의 확보가 핵심”이라며 “비수도권 국립대병원의 전공의 충원율 회복이 수도권에 비해 저조하고 필수의료과목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상센터 전문의 감소, 공중보건의사 급감 등 지역 필수의료 인력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만큼, 단순 정원 확대를 넘어 지역 근무 유인과 지속 가능한 배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지역 책임의료기관이 지정되지 않은 중진료권이 여전히 존재하고,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확충도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취약지 및 분만취약지 중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 존재한다”며, 의료자원이 부족해 직접 지원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이동식·순회식 지원 확대와 인접지역 간 연계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늘어난 예산이 실제 현장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재정사업 집행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보고서는 지역의료 관련 주요 재정사업 예산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실집행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예산 규모가 큰 사업 중 실집행률이 80% 미만인 사업에 대해서는 집행 부진 사유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립대병원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은 확대되고 있으나 실집행률이 저조하고 국립대병원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지역의료의 질적 향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역의료 지원정책이 단순한 예산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치료가능사망률, 자체충족률, 의료인력 분포 등 주요 지표에서 지역 간 격차가 여전히 확인되는 만큼, 재정투입이 실제 의료인력 확보와 필수의료 제공역량 강화, 취약지 의료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사업별 성과관리와 집행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