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24 12:03최종 업데이트 24.01.2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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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아외과 지원자 '2명'..."지금 나 아니면 환자 죽는다"던 의사들도 현장 떠나

[인터뷰] 정연준 소아외과학회장 "소아환자만 봐도 불이익 없도록 정책적 지원 필요...후배 의사들에게 사명감 아닌 비전 보여줘야"

대한소아외과학회 정연준 회장
[특별기획] 소아 의료 공백 해법은 없나
우리나라 소아 의료 공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저출산으로 감소하는 환자군, 고질적인 저수가가 겹치며 소아청소년과는 물론 소아 관련 세부 전문과목에 대한 의사들의 기피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소아 의료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메디게이트뉴스는 소아 세부 분과 학회들을 만나 그 해법을 알아본다.
①대한소아외과학회 정연준 회장 "소아환자만 봐도 불이익 없도록…정책적 지원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서울에서 야간에 신생아 응급수술을 진행하기 어려워 서울 동북권에 입원한 신생아가 경기 남부권으로 이송된 소식이 전해졌다. [관련 기사: [단독] 생후 이틀 된 소아 응급환자…수술할 의사 없어 서울→경기 50km 이송]

소아 시기에는 작은 질환도 생명에 지장이 될 수 있고, 향후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뿐 아니라 소아청소년의 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소아외과 의사의 부족이 서울 안에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으로 소아 환자 수 자체가 감소한 것도 사실이지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소아 응급환자들은 소아의료 공백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황이다.

대한소아외과학회 정연준 회장(전북대병원 소아외과)은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학병원의 비인기과가 된 소아외과의 현실을 설명하며 "소아외과는 절대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과 안에서도 인기 없는 '소아외과'…소아환자 감소에 수익 감소, 성인으로 전환하기도 

우리나라는 대한의학회가 소아 관련된 세부‧분과전문의를 인정해 주고 있는데 외과의 '소아외과'가 그 중 하나다.

소아외과 전문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내외 소아외과 수련인정병원에서 1년 이상 수련을 받고 소속 병원 혹은 기관의 장으로부터 소아외과 전담의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수련 후 누적 소아수술 500예 이상, 신생아 수술 50예(10%) 이상이 증명돼야 한다.

정 회장은 "알다시피 외과 자체도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 전공의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다. 그런데 외과 안에서도 소아외과는 더 인기가 없다. 소아외과를 지원하는 세부 전문의 숫자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외과 안에서 소아외과 펠로우를 신청한 의사는 단 2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 연번은 82번까지 나왔는데 정년퇴임을 하고 일을 하지 않는 의사도 있고, 소아 파트가 아닌 다른 파트로 이직한 의사도 있고 그냥 개원해서 일반 환자만 보는 의사도 있다"며 "세부 전문의를 갖고 있지만 갱신도 안하고 포기한 사람도 많아서 실제로 활동하는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59명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소아 환자가 분명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소아 환자를 위해 적정 수의 의사는 필요하다"며 "학회는 환자가 적더라도 충분한 트레이닝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외과 의사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 회장은 "저출산으로 환자군이 급격히 감소했다. 병원 안에서 소아외과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일반 성인을 보는 외과 의사보다 환자를 적게 보게 되고 수익이 적다. 소아외과는 수익이 적은 만큼 혜택도 적고 급여도 줄어든다. 그렇다 보니 젊은 의사들은 소아외과를 기피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수익이 중요한 병원 입장에서 소아외과는 수익을 못 내는 비인기과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성인을 보는 외과 전문의보다 더 많은 트레이닝을 받아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가 되지만, 성인환자만 수술하는 외과 전문의보다 오히려 환자 수가 적다. 그만큼 소아외과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아외과 전문의들은 소아환자만 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해 수익이 적어 성인 수술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외과의사들은 환자 감소에 병원을 나와 개원을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소아환자'만 봐도 불이익 없도록 인센티브 필요…후배들에 사명감 아닌 비전 보여줘야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건비 지원이나 가산점 등의 정책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정 회장은 "소아도 외상센터처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병원이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를 채용하면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등 정부 차원에서 지지가 없으면 소아외과 의사들은 더 이상 병원에서 버티지 못한다"며 "소아외과 의사들이 '소아환자'만 보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학병원들은 신생아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는데, 정부는 이 신생아 중환자실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의료인력에 대한 평가항목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 평가항목에 소아외과 의사도 넣어서 소아외과 전문의를 채용하면 가산점을 준다면, 병원에도 이익이 될 수 있다"며 "병원에도 소아외과 전문의를 채용하게끔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이러한 정책이 가장 현실적으로 당장 젊은 의사들이 소아외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며 "병원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보다는 소아외과 의사를 채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해야 젊은 의사들도 선배들을 보고 나도 비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무너지는 소아의료가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지금 내가 아니면 이 환자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버티는 사명감 있는 의사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소아외과는 특히나 생명과 직결된 수술들이 많다. 신생아의 선천성 기형이나 소아 외상, 소아 장기 이식과 소아 종양 등 환자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의사들이 있기에 어렵다, 어렵다면서도 소아의료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라며 "가장 두려운 것은 어려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사들마저 은퇴하고 더 이상 후배가 없을 때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본인 시간이 더 중요해지고, 혹시 모를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 등이 커지면서 외과, 그 중에서도 소아외과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미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전향적인 정부 정책밖에 없다"며 "외과의사들은 수술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 소아외과 전문의들이 소아환자들만 전문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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