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09 19:41최종 업데이트 26.09.0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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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없는 농촌에 의사만 보내면 뭐하나”…지역의료, 생존 기반부터

김재연 전북도의사회 부회장 “농촌 환자 매년 5~7% 감소…의료기관도 사라져”

“계약형 지역필수의사 도시·대학병원에 집중…예산·권한 없는 거버넌스 공허”

의료정책연구원이 9일 제14차 의료정책포럼 ‘바람직한 지역 의료체계 거버넌스 구축방안 모색’ 을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시행해도 참여 의사들이 대학병원과 시 단위 의료기관에 머물러 실제 농어촌까지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구 감소로 지역 의료기관의 환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의사를 추가로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료를 살릴 수 없으며, 기존 의료기관이 생존하고 수술·배후진료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재정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 김재연 부회장은 9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료정책연구원 제14차 의료정책포럼 ‘바람직한 지역 의료체계 거버넌스 구축방안 모색’ 패널토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부회장은 “지역의료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농어촌 의료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저출생·고령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역의 인구와 의료인력이 계속 수도권과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환자 줄어드는데 의사 배치만

김 부회장은 지역의료 위기를 단순히 의사 수 부족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로 기존 의료기관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사만 추가로 배치해서는 지속 가능한 진료체계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전국 인구감소지역은 89곳이다. 김 부회장은 상당수가 군 단위 지역에 집중돼 있고 전국 시군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소멸위험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를 아무리 배치해도 진료할 환자가 없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지역 의료기관의 환자 수가 매년 5~7%씩 감소하고 군 단위에서는 해마다 의료기관이 한두 곳씩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행위별수가제에서는 환자가 줄어들면 의료기관 수입도 감소한다. 환자 수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인건비와 시설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농어촌 의료기관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게 김재연 부회장의 견해다. 

김 부회장은 “환자가 급감하는 소멸지역에서는 많은 환자를 진료해 저수가를 보완하던 기존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며 “환자가 부족한 지역에 의사만 배치해 장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정책으로는 지역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도 농촌까지 내려가지 않아”

정부가 시행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실제 농어촌 의료기관까지 인력을 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의사가 지방자치단체·의료기관과 장기근무 계약을 체결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근무수당과 정주 여건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 부회장은 사업 참여 의사의 상당수가 대학병원급이나 시 단위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어 군 지역까지 내려간 사례는 사실상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시행해도 의사들은 대학병원이나 도시 지역에 머문다”며 “이 같은 현실을 바꾸지 않은 채 지역의사만 추가로 양성하면 이들 역시 군 단위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 종합병원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에 의사를 배치하더라도 충분한 환자와 다양한 임상경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의사의 실력은 다양한 환자와 충분한 진료 경험을 통해 유지된다”며 “고령 만성질환자의 반복적인 처방 진료만 담당하게 하면 어렵게 양성한 전문의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병상 확충도 지역 의료인력 유출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수도권 병상이 늘어나면 이를 운영할 젊은 의사와 교수 인력이 필요해 지역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의 의료진을 흡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 대학병원에서 우수한 교수들이 빠져나가면서 수술과 배후진료를 담당할 인력이 사라지고 있다”며 “상급병원의 인력이 무너지면 지역 의료전달체계도 함께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환자 보낼 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없다”

지역 일차의료기관에 환자의 최초 접촉과 의뢰·회송을 담당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나왔다.

유럽은 공공 중심 의료체계와 인력·보상 기반을 토대로 일차의료 의사가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연계할 수 있지만 국내 농어촌에서는 환자를 보낼 병원에 수술과 배후진료를 담당할 의료진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게이트키퍼가 환자를 보내더라도 그곳에 수술할 의사가 없고 배후진료도 없다”며 “일차의료 전달체계만 만들고 최종치료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역완결형 의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협의체뿐 아니라 지역이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집행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버넌스는 지역 구성원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정책을 결정하며 이를 실행할 자본과 예산을 갖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인력 한 명을 안정적으로 고용하기도 어려운 예산만 내려보내서는 지역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료의 현실을 아는 보건복지부와 정책 담당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지역에 실질적인 예산과 결정권을 넘기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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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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