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7.29 17:09최종 업데이트 26.07.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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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연구 맡은 의학회도 “근본 문제는 법 재개정해야”

기소제한 받으려면 5개 요건 충족…고위험 필수의료는 조정 자동개시

12대 중과실 심의지침 마련해도 법적 구속력 없어…“연구 참여가 개정법 동의 의미 아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계의 반대에도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통과돼 내년 5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하위법령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은 대한의학회조차 법률의 근본적인 문제는 재개정 없이는 해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개정법은 의료인이 기소제한 특례를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할 여러 요건과 고위험 필수의료에 대한 조정 자동개시, 12대 중대한 과실 기준 등을 담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이 같은 내용이 법률에 직접 규정돼 있어 하위법령이나 연구용역만으로는 임상현장의 혼란과 의료인의 피해를 충분히 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한의학회는 29일 산하 26개 전문과목학회에 ‘의료분쟁조정법 하위 법령 연구용역 관련 안내문’을 발송하고 이같이 밝혔다.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2026년 5월 26일 공포됐으며 2027년 5월 27일부터 시행된다. 대한의학회는 개정법이 필수의료 의료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의료인에게 여러 의무를 강제하고 임상현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소제한 받으려면 5개 요건…고위험 필수의료는 조정 자동개시

대한의학회는 개정법의 주요 문제로 의료인이 기소제한 특례를 적용받기 위한 요건이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점을 들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의료인이 기소제한 특례를 받으려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해당하고 ▲의료사고 발생 후 7일 이내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사전에 책임보험에 가입했으며 ▲12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고 ▲손해배상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했는지는 새로 설치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판단한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해당하면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시작되는 점도 의료계의 우려 대상으로 꼽았다.

대한의학회는 고위험 필수의료 전체를 조정 자동개시 대상으로 한 내용이 법률에 규정돼 있는 만큼 하위법령이나 연구용역으로는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를 해소하려면 법률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의학회는 기소제한 특례에서 제외되는 12대 중대한 과실의 기준도 문제로 지적했다.

개정법이 형사책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설명의무 위반을 중과실과 연결하고, 통상 경과실로 볼 수 있는 내용까지 중대한 과실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 역시 하위법령만으로 해소하기 어렵지만, 구체적인 심의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서 불합리하게 적용될 수 있어 연구를 통해 합리적인 해석지침을 제안하기로 했다. 

다만 연구를 통해 마련되는 12대 중과실 심의지침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대한의학회 연구에서 도출된 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고위험 필수의료 목록·중과실 심의지침 마련…11월 최종보고서

대한의학회는 현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뢰로 2개의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는 지난 5월 15일 시작됐으며 11월 30일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첫 번째 과제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따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및 중대한 과실에 관한 연구’다.

연구진은 의료현장을 반영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구체적인 목록을 마련해 대통령령과 별표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법에 명시된 12대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는 의료의 특수성과 임상적 예외 상황을 반영한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심의지침을 개발할 예정이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중환자의학과·신경외과·흉부외과·신경과 등 9개 학회가 참여하는 의료위원회와 법조인으로 구성된 별도 법률자문위원회가 연구를 진행한다. 

고위험 필수의료 목록은 연구 결과가 대통령령과 별표에 반영되면 법 적용의 직접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중대한 과실 사례와 심의지침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심의에 활용될 수 있을 뿐 하위법령에 직접 규정되거나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과제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도입 연구’다.

개정법에 따라 기존 분만 분야에 적용되던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 범위를 고위험 필수의료로 확대하기 위한 연구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위험 필수의료 가운데 우선 소아와 응급 분야를 대상으로 질환 목록과 판단 기준, 보상 한도를 제안한다.

응급 분야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1~2등급이나 23개 중증응급질환군을 우선 검토한다. 다만 최종 보상 대상과 지원 규모·범위를 연구에서 확정하는 것은 아니며, 연구 결과 자체에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위법령 잘 만들면 문제 해소” 설명은 연구 의미 왜곡

대한의학회가 이번 안내문을 발송한 직접적인 이유는 연구용역의 역할과 범위를 둘러싼 오해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의학회는 일각에서 “하위법령을 잘 만들면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며 이를 위해 대한의학회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설명이자 연구용역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법률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거나 하위법령을 직접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법 시행 과정에서 의료현장의 혼란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준과 자료를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4월 20일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중환자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관련 학회 대표자들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개정안의 문제가 크지만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연구용역에 참여해 문제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연구 참여가 개정법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취지다. 

대한의학회는 자신들이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을 직접 만드는 주체라는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실제 하위법령 보완 논의는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된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에서 진행하고 있다. 협의체는 지난 6월 11일 첫 회의에 이어 7월 9일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학회 대표를 비롯해 환자·소비자단체와 법조계, 법무부, 경찰청,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이 참여한다. 대한의학회는 연구용역 수행기관일 뿐 협의체 구성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중대한 과실 심의지침은 대한의학회가 연구하고 있지만, 의료사고 설명의무와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구성·운영 규칙 연구는 각각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연구용역으로 해소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고 하위법령 제정으로도 해소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며 “연구용역은 하위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며 법률 재개정의 필요성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학회는 오는 8월 연구 참여 대상을 산하 26개 전문과목학회로 확대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중대한 과실·예외 사례,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 확대 대상 행위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할 예정이다.

의학회는 “추상적인 법적 개념을 의료현장에 맞게 구체화하고 법령의 모순으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근거를 확보하겠다”면서도 “연구용역 결과로 하위법령을 직접 만들거나 바꿀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 # 의료분쟁조정법 # 하위법령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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