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5.29 07:31최종 업데이트 25.05.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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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위험 줄인 '듀아비브' 폐경 호르몬 치료 패러다임 바꾼다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 필요…위축된 호르몬 치료 TSEC 계열로 장기 치료 가능성 확대

(왼쪽부터) 부천순천향대병원 김태희 교수, 서울순천향대병원 이은실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폐경 여성 인구가 급증하면서, 폐경 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테론 호르몬제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공포가 폐경 호르몬 치료를 가로막고 있다. 이에 '듀아비브(바제독시펜아세테이트·결합형에스트로겐)'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순천향대부천병원 산부인과 김태희 교수와 서울순천향대병원 이은실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폐경 호르몬 치료에 대한 오해와 듀아비브가 가져올 변화를 조명했다.
 
부천순천향대병원 김태희 교수

"폐경 후 인생 반 100년…질환 아니지만 적극적인 치료 필요"

평균 폐경 연령 49.7세,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 86세. 인생의 절반 가까이 폐경 상태로 살아가는 시대다. 폐경은 모든 여성이 겪는 생리적 변화지만, 증상은 가볍지 않다. 안면홍조, 수면장애, 질 건조증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질환이나 골다공증, 우울증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

전문가들은 폐경 호르몬 치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특히 유방암 발생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낮은 치료율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002년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에서 호르몬치료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지 못할뿐더러 유방암이 증가한다고 발표되면서 환자들이 호르몬 치료 자체를 기피하게 된 것이다.

김태희 교수는 "폐경 여성 중 폐경 호르몬 치료를 받는 비율은 5~7%에 불과하다"며 "많은 환자가 유방암 등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주저하지만,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후 연구에서 폐경 직후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다시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위험도는 1000명당 0.8명 정도로 나타났다.

이은실 교수는 "WHO에서는 1000명당 1 이하면 드문 빈도라고 규정한다"며 "환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호르몬제를 복용하면 몇 년 이내 유방암에 걸리는 건 과장된 정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폐경기에는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혈관운동증상(안면홍조, 야간 발한 등)뿐 아니라 우울감, 불면, 관절통, 골다공증, 기억력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에 이 교수는 "폐경은 질환은 아니지만 증상이 심하면 질환처럼 다뤄야 한다"며 "안면홍조, 수면장애, 질 건조증 등이 중등도 이상일 경우 적극적인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희 교수는 ▲안면홍조 등 폐경 증상이 있을 때 ▲골다공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해야 할 때 ▲질 건조증 등 비뇨생식기 증상이 있을 때 ▲40세 이전에 조기 폐경할 때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호르몬 치료를 하면 안면홍조나 발열 같은 증상뿐 아니라, 골밀도 감소도 예방할 수 있다. 수면의 질도 좋아지고,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폐경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고, 60세 이전이나 폐경 후 10년 이내에 시작하는 것이 권고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골다공증이 있거나 40세 이전의 조기 폐경, 45세의 이른 폐경 환자는 증상이 없어도 50세까지 호르몬 치료를 권장했다.

김 교수는 "40세 이전에 폐경이 오면 증상이 없더라도 50세까지는 반드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며 "조기폐경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치매 등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조기 폐경, 이른 폐경 환자가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우울증, 골다공증 등의 위험이 조기부터 증가할 수 있다"며 "폐경 후 반 100년을 산다. 폐경 증상이 불편하더라도 참을 것인 것, 아니면 폐경 증상을 호르몬 치료로 관리할 것인지 등 폐경 후의 삶을 어떤 자세로 바라볼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서울순천향대병원 이은실 교수

치료 가로막던 '유방암' 위험 줄인 듀아비브, 장기 치료 대안으로 '주목'

폐경 호르몬 치료는 환자의 자궁 유무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자궁이 없는 여성은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자궁이 있는 경우 자궁내막암 예방을 위해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을 함께 써야 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유방암 위험이다.

이은실 교수는 "과거 WHI 연구에서 호르몬 치료 시 유방암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발표됐지만, 이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황체호르몬)을 함께 투여한 그룹에서 확인된 결과였다"며 "에스트로겐만 투여한 경우에는 에스트로겐을 투여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궁이 있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같이 투여한 사람의 유방암 발병률은 증가했다. 프로게스틴을 빼면 유방암 위험이 줄어들 수 있지만, 황체호르몬이 없으면 자궁 내막암의 위험이 올라가기 때문에 함께 사용해야 했다"며 "이에 황체호르몬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약제를 에스트로겐과 함께 써보자는 생각을 했고,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 조직선택적 에스트로겐 복합체(TSEC) 계열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TSEC는 에스트로겐에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를 결합한 치료제로, 유방과 자궁에서는 항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 자극을 줄이고, 뼈에는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 골다공증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TSEC 계열 약제 중에는 '듀아비브'가 있다.

김태희 교수는 "듀아비브는 황체호르몬 대신 바제독시펜을 사용해 유방 관련 위험을 최소화했다"며 "뼈에는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하고, 자궁이나 유방에서는 오히려 에스트로겐 작용을 막아 질 출혈, 유방통 같은 부작용이 적고,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 위험도 크게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FDA(미국)와 MFDS(한국) 모두 승인을 받았으며, 대한폐경학회에서도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이에 기존의 복합 호르몬제를 사용하던 환자 중에서 안면홍조나 유방통, 질 출혈 등의 부작용을 겪는 경우, 듀아비브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존 치료제를 사용하다가 안면홍조, 수면 문제 등이 심해지고 지속되는 경우, 혹은 프로게스틴 함유 약제를 장기간 복용해 부담되는 경우 약제를 변경하는 것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 복합제를 5~7년 이상 투여한 경우 유방암 위험 증가로 약을 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듀아비브로 바꾸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장기 복용에 적합한 약제"라며 "유방암에 대한 우려가 큰 환자에게는 듀아비브를 우선 고려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듀아비브는 60세 이후 호르몬 치료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유방암에 대한 걱정이 많은 환자, 수면 장애가 심한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기존 호르몬 치료를 하다가 유방통이나 질 출혈이 심했던 환자에게 듀아비브를 처방하면 이런 부작용이 줄어 만족도가 높다"며 "가족 중에 유방암 병력이 있어 유방암 위험이 높다고 걱정하는 여성에게도 듀아비브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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