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집값 하락과 교통혼잡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에도 요양병원이 장례식장 설치를 추진하자, 밀양시가 영업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막연한 피해 우려와 주민 반대만으로 법정 요건을 갖춘 장례식장의 신고를 거부할 수 없다며 밀양시의 처분을 취소했다.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곽희두)는 지난 10월 29일 의료법인 A가 밀양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장례식장 영업신고 불수리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법인은 밀양시에서 요양병원 건립을 추진하던 중 주민 민원이 제기되자 2021년 12월 마을 주민대표 2명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주민동의 없이 장례식장을 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병원 차량의 이동 경로, 마을 발전기금 기탁 등이 담겼다.
이후 A법인은 2023년 병원 건물 사용승인을 받아 요양병원을 운영했고, 이후 지하 1층에 장례식장을 설치해 2025년 12월 영업신고서를 제출했다.
일부 주민들은 과거 주민 합의서를 이유로 반대 진정서를 내고 서명부를 제출했으며, 병원 측은 임직원과 주민 94명이 서명한 찬성 의견서를 내는 등 장례식장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밀양시는 올해 1월 해당 요양병원의 영업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 부지가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장례시설 입지가 제한되고, 주민동의 없이 개설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며 주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주민동의는 법정 수리 요건 아냐”…합의서만으로 신고 거부 못 해
A법인은 행정심판 청구가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주민과 작성한 합의서만으로 영업신고 거부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례식장 영업신고가 절차적·실체적 요건을 충족하고 신고 거부 사유가 없다면 행정청이 이를 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없는데도 법령에 정해지지 않은 사유로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A법인은 시신 보관·안치·염습·운구, 문상·조문·발인, 비상재해 대비와 안전관리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밀양시도 시설·설비·안전기준 위반이나 신고서류의 하자를 불수리 사유로 삼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장사법령이나 의료법령에 장례식장 영업신고의 수리 요건으로 ‘인근 주민의 동의’를 요구하는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병원 건축허가나 개설허가 당시에도 장례식장 개설을 금지하거나 주민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건이 붙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이 주민대표들과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사정만으로 밀양시의 불수리처분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거지역 입지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병원 지하에 설치된 장례식장 면적이 병원 연면적의 5분의 1을 넘지 않는 등 의료법령상 기준을 충족해 독립된 장례시설이 아닌 의료시설의 부수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교통혼잡·집값 하락 우려도 입증 부족…유족 편의의 공익성 인정
주민의 주거환경과 재산가치가 침해될 수 있다는 밀양시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례식장이 병원 지하에 있어 외부 노출과 소음 유출을 최소화하는 구조이며, 출입구도 주택가를 향한 전면이나 측면이 아닌 병원 뒤편에 설치됐다는 점을 살폈다. 진출입 도로 역시 마을 안길이 아니라 평소 통행이 적은 뒤편 도로를 이용하도록 돼 있었다.
주차 여건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장례식장은 빈소 3개 규모였고, 병원 측은 기존 22대의 주차공간 외에 인접 부지를 매수해 40대 규모의 후면 주차장을 추가로 마련했다.
재판부는 밀양시가 극심한 교통혼잡이나 교통안전 위험에 관한 객관적 분석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인근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다고 단정할 자료도 없다고 봤다. 반면 법정 기준에 맞춰 시설을 설치한 의료법인은 불수리처분으로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병원 내에서 바로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공익적 측면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