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5.27 06:39최종 업데이트 20.05.2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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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민간의료기관 CCTV 설치 확대, 대리수술 예방하고 환자 알권리 보호 차원

도립병원 6개 촬영동의율 67%, 개인정보 유출 문제 없어...의료계 CCTV 설치 의무화 법개정 우려

사진=경기도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지원사업 공고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경기도가 도립병원에서 진행하던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지원사업을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한다.

경기도는 오는 27일부터 6월1일까지 민간의료기관들의 12곳의 접수를 받아 CCTV 설치비용 3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선 도립병원 시범사업의 성공적인 평가와 더불어 최근 높은 수준의 의사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업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수술실 CCTV설치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의료계와의 입장차이도 좁혀지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시범사업이 향후 CCTV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에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의료기관 확대 이유?…“시범사업 통해 긍정적 효과 입증…추가 확대 예정”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수술실 CCTV설치 지원사업 신청 자격은 의료법 제3조에 따른 병원급 의료기관 중 수술실이 설치된 경기도내 의료기관이다. 접수가 마무리되면 도 측은 사업자 선정위원회 심사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원 대상을 결정하게 된다.
 
세부적인 심사 기준은 의료기관 허가 종별에 따라 일반병원은 5점, 종합병원은 7점, 상급종합병원일 경우 10점을 받게 된다. 의료기관 평가인증 여부와 간호등급에 따라서도 높은 등급일 수록 가산점을 받아 대형병원일수록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이외에도 사업 추진체계의 적절성, 사업 추진에 대한 기관책임자의 의지 등 다양한 항목을 평가하기 때문에 여러 병원에게 동일한 기회가 부여된다는 게 경기도 측의 설명이다.
 
경기도가 수술실 CCTV 설치지원을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한 이유는 도립병원 시범사업의 긍정적 평가와 의사 윤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도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들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현재 6개병원으로 확대된 상태로 시범 사업의 성공적인 운영실적이 민간의료기관까지 확대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특히 이를 기반으로 도 측은 민간의료기관 대상 사업도 운영실적을 평가해 향후 더 많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보건의료정책과 엄원자 의약관리팀장은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병원에서 수술실 CCTV 운영을 해본 결과 촬영 동의율이 67%에 달했다"며 "도립병원 시범사업 성공에 힘입어 대리수술을 포함한 수술실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환자 알권리 차원에서 민간병원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기도 내부적으로 지원사업이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관계가 회복시켜 오히려 의료사고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지원사업도 시범사업의 성격이다. 향후 운영 성과를 평가해 사업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사 윤리 뜨거운 관심 분위기 주요…인권위도 법개정 긍정적
 
의사 윤리 문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수술실 CCTV 설치를 부추기는 이유다. 지난 2019년 국감에서 보건복지위원들은 여야와 관계없이 의료인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당시 김순례 미래한국당 의원은 "의료행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종식시키려면 수술실 CCTV 설치가 근본적인 해답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수 의사로 인해 선량한 다수 의사들이 오인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의료계와 상의해 엄격한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지난 3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술장면을 CCTV로 촬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앞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과관계를 규명하거나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취지로 환자 동의를 받아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인권위는 법안에 대해 "의료진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폐쇄적인 수술실 특성, 환자가 마취로 인해 수술 중 상황을 인지할 수 없다는 점, 의료행위 전반에 관한 정보 입수에 있어 환자가 취약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익적인 측면이 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인권위는 개인영상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도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인권위는 의료법 개정안에 CCTV를 제외한 네트워크카메라 등 사용은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또한 CCTV 촬영범위 한정, 임의조작을 금지, 데이터 보관과 파기 등 사항이 법안에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면서도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보건의료정책과 유권수 공공의료운영팀장은 "경기도 수술실 CCTV 설치 지원 사업은 디지털 콘텐츠의 무단 사용을 막아 제공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주는 기술인 디알엠(DRM, Digital Rights Management)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권위 등에서 CCTV설치에 긍정적 입장을 내놓으며 의료법 개정에 전향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도는 법 개정을 가장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도립병원 시범사업 과정에서 아직 CCTV 촬영 영상물 사본을 요청한 사례는 단 1건도 없다"며 "이는 명백한 이유 없이는 영상물이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개인정보 침해나 불신조장 등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CCTV설치 의무화 근거로 작용, 의사 방어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반면 의료계는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마찰이 예상된다. 특히 수술이 많은 외과계 반대가 거세다. 외과계 9개 학회는 지난해 5월 성명을 통해 “CCTV설치 의무화는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를 훼손한다”며 “인권보호 차원의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보험부회장은 " 지자체 주도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설치 비용에 더해 추후 관리비용까지 지자체가 지불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면 참여를 원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시범사업 확대는 향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변호사(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법 개정에 따른 비용효과가 확실하지 않을 때 법 개정이 이뤄지려면 영향평가와 타당한 근거가 가장 중요하다"며 "민간의료기관까지 시범사업이 확대돼 수술실 CCTV가 운영된다면 향후 법 개정에 중요한 근거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정보 누출에 대한 책임이 의료기관에 있다보니 의료계에 부담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며 "첨예한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이 이른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시범사업을 해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수술실 CCTV 자료가 아니었다면 누명을 쓸 수 있었던 의사의 사례도 있었다"며 "의사가 오히려 CCTV를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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