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10 12:13최종 업데이트 25.12.10 12:13

제보

"어플 설치·인증까지 다 의사가?"…주치의 시범사업 디지털기기 활용 높아지지만 의사는 '울상'

현장 의료 인력 부족에 비해 디지털기기 활용·일차의료 돌봄 등 시간 할애 많아…충분한 인센티브 필요

'2025년 지역기반 환자중심 일차의료 서비스에 대한 경험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 국정과제로 '일차의료 기반의 건강·돌봄으로 국민건강 증진'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일차의료 주치의 사범운영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 활용도가 32%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의료 현장에선 디지털기기 활용에 대한 의사 인력·시간 부족과 함께 담당 주치의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주치의제 확대로 맞춤형 일차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주치의제가 포함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취약지의 경우 보건의료원이나 보건소 등 공공의료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모형 ▲다른 취약지 및 도시의 경우 지자체 중심으로 의료-통합돌봄 연계를 특화하는 모형 ▲포괄 2차병원 중심 협력·지원을 특화하는 모형 등이 있다. 

10일 서울의대 임상의료정책연구회 '지역사회 일차의료 사례발표 간담회'에서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가 발표한 '2025년 지역기반 환자중심 일차의료 서비스에 대한 경험조사' 결과(환자 181명 대상)에 따르면, 시범운영 참여 이후 58%가 참여 전보다 건강이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지역기반 환자중심 일차의료 시범운영에 참여하면서 해당 의료기관으로부터 주로 어떤 서비스를 받았느냐'는 질의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가 88명(32%)으로 가장 많았고 '의사 및 의료진과의 충분한 소통'이라고 답한 이들은 52명(19%)였다. 

이외 비대면 관리(전화 등)가 18%, 재택 방문 진료와 간호가 13%, 사회복지 연계가 9%, 교육과 상담이 7% 순이었다. 
 
'2025년 지역기반 환자중심 일차의료 서비스에 대한 경험조사' 결과.


서비스 만족도는 대체로 만족했다는 답변이 43%로 가장 많았고 매우 만족했다는 응답이 27%, 보통이었다는 응답이 29%였다. 

서비스 만족의 이유론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데이터 관리가 좋았다'는 이유가 36%, '주치의의 지속적 건강관리로 인한 안정감이 좋았다'는 답변이 20%, '비대면 관리를 통한 질병과 생활습관 관리 피드백이 좋았다'는 응답이 18% 순이었다. 

오주환 교수는 "이번 연구에선 일차의료 주치의제에서 디지털기기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차의료 주치의제 공약이 연결된다면 디지털 기반의 일차의료가 산업, 환자 진료, 사회적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한꺼번에 성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보건지소 서강욱 지소장(공중보건의사).


이처럼 일차의료 주치의 도입 과정에서 디지털기기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의사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커지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보건지소 서강욱 지소장(공중보건의사)은 "일차의료 시스템 하에 주치의 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평창군 같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곳에서 질병 발생이나 진행 예방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한계도 분명하다. 지소엔 의사 1명, 간호사 1명 뿐이지만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면서 인력, 시간적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서 지소장은 "지소에 오는 환자 대부분 연령이 70~90대다. 이들이 스마트폰을 잘 다루기 못해 주치의가 하나하나 어플 설치나 인증, 사용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일단은 그냥 혼자 다 도맡아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많은 환자들의 어려움도 크다. 서강욱 지소장은 "스마트폰을 도저히 혼자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 집에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주치의 담당 환자가 이탈한 사례도 있었다"며 "노인 환자 중에선 매일 스스로 혈당, 혈압을 측정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이들도 많은데 환자 입장에서 이를 꾸준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메리트가 전혀 없어서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취약지 환자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디지털기기 활용이 어려운 환자들 환경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주치의들에게도 환자 관리에 따른 적정한 보상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안성의원 박준희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좋아진 관리 상태를 꾸준히, 오래 유지하는 것이 과제다. 이런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만성질환의 안정적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환자를 차분히, 자세하게 보고 싶지만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현재 한국 의료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차의료에 충실한 것만으로 의원 경영이 가능한가 생각해보면 대부분 의사들이 회의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