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림이 ANA인스퍼레이션을 제패해 '메이저퀸'에 등극하는데는 김송희 코치의 도움이 컸다.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이미림(30ㆍNH투자증권)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이 TV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골프장(파72ㆍ679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0시즌 두번째 메이저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 달러) 최종 4라운드를 마친 직후다. 18번홀(파5)에서 '칩 인 이글'을 터뜨려 넬리 코르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와 극적으로 동타를 만들었고, 연장전에 대비해 전화로 조언을 구하는 중이었다.
이미림의 통화 상대는 바로 김송희(32) 코치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LPGA투어에서 뛰면서 '우승 빼고 다 해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선수다. 2010년 메이저 LPGA챔피언십 준우승을 포함해 5차례 2위, '톱 10'은 무려 36회나 된다. 경기도 화성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김 코치는 "미림이는 올해 한국여자오픈 직후인 6월부터 함께 하고 있다"며 "전화를 받자마자 미림이가 '샷이 갑자기 너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원래 목표보다 너무 잘 된 상황이었다"면서 "'굉장히 잘 한 거니까 욕심내지 말고 연장에서는 너 하고 싶은 걸 해봐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림은 이날 '깜짝 메이저퀸'이 됐다. 이전 대회에서 2차례 모두 '컷 오프'가 될 정도로 샷이 불안했다. 김 코치는 "당장 성적을 내기엔 힘들어 보여서 전혀 욕심이 없었다"며 "이틀 전에는 '예선 통과를 축하한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2017년 연세대 체육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직접 스포츠 심리를 공부해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제가 선수들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기다리면 좋겠다'는 조언"이라며 "제가 선수 때 그걸 잘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미림에 대해선 "잘하다가 요즘 잠깐 슬럼프였던 건데 거기서 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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