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09.03 11:15

"자고 일어나면 집값 올라"…세종시도 3040 '영끌 매수'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세종시 다정동에서 전세를 살던 30대 A씨는 최대한 대출을 받아 최근 인근 종촌동 가재마을2단지를 5억원대에 매입했다. 그는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뛰니 안달이 나더라"고 말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기다렸지만 당첨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 후 치솟는 집값에 조바심이 났다는 것이다. 그가 산 아파트 값은 이후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 실거래가가 최고 6억3000만원까지 올라 있다. A씨는 "무리해서라도 집을 안샀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고 전했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 이후 세종시 일대 집값 상승세가 3040세대의 '패닉바잉(공포 매수)'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세종시는 8월 한달에만 아파트값이 평균 9.2% 급등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이다. 올들어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은 무려 34%에 달한다.
3일 감정원의 '월별 매입자 연령대별 현황'에 따르면 7월 30ㆍ40대의 세종 아파트 매입건수는 총 883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1575건의 56.1%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 비중이다. 5월 52.8%였던 비중은 6월 54.6%로 높아졌으며, 7월에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7월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본격화한 시기로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이 6.53%에 달했다. 세종시 집값 급등에 3040세대의 매수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세종시 새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이하 공인) 관계자는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하면서 평수를 늘리거나 더 나은 곳으로 옮기려는 젊은 공무원 부부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에서 나타난 패닉바잉 학습효과가 세종시에서도 목격된다"고 덧붙였다.
외지인의 구매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7월 세종시에서는 관할 시도외 거래가 확연하게 늘고 있다. 5월 38.2%였던 외지인 매입 비율은 6월 40.5%로 올랐고 7월에는 43.4%까지 높아졌다. 7월의 경우 1575건 중 684건이 외지인 매입이다. 서울 집값 안정을 이유로 꺼내들었던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세종시 투기만 유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집값 급등세로 세종시에서는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어서는 거래도 신고되고 있다. 지난달 보람동 호려울마을 10단지 109㎡(이하 전용면적)가 15억7000만원에 팔렸다. 84㎡ 매매가가 10억원을 넘는 '10억 클럽' 단지도 나왔다. 새롬동 새뜸마을11단지는 지난 7월 11억원에 손바뀜됐다. 한두달여 만에 1억원 가까이 오른 단지도 수두룩하다. 지난 6월 소담동 새샘마을 1단지 84㎡는 7억원에 팔렸는데 지난달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다정동 가온마을6단지 59㎡는 실거래가는 6월 5억원에서 8월 6억5000만원이 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세종시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만2289가구였던 세종시 입주물량은 올해 5632가구, 2021년 7668가구, 2022년 2157가구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전ㆍ청주 등이 정부의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세종시로 수요가 더 쏠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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