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1.20 16:03최종 업데이트 26.01.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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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사를 죽음으로 내몬 의사면허 재교부 세 차례 거부...복지부는 불허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칼럼] 변성윤 평택시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며칠 전 우리 의료계에는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의료기관 이중개설 문제로 법원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경기도 수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의사회원의 부고 소식이다.

그는 2022년경 의사면허 취소 후 3년이 지나고 최근 2025년에  3개월 간격으로 3차례나 보건복지부에 의사면허 재교부를 신청했으나 아무런 구체적 사유도 제시되지 않은 채, 법에 규정된 교육프로그램까지 이수했음에도 막연히 재교부 이유가 뚜렷하게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됐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에 대한 분노는 물론, 회원과 그 가족을 생각할 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큰 바위덩어리가 가슴을 짓눌러오는 느낌이다.

의사회원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또 하나 떠오르는 생각은 회원 당사자께서 의사회에 조금만 더 일찍 자문을 구할 수는 없었을까, 혹시나 그리했다면 조금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지는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었다.   

장례식장에 고인과 그 가족을 조문하면서도 아쉬움은 내내 계속됐다. 안타깝게도 필자가 초저녁 시간에 조문할 때 우연인지는 몰라도 의사회 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조화만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이었다. 혹시라도 사후에 뒷북만 치는 의사회의 현재 주소와 한계를 보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기도 했다. 고인의 가족을 보기가 민망해 더욱 더 죄송스럽고 돌아오는 발길이 내내 천근만근 무거웠다.

의료기관 이중개설금지의 법 조항이 가지는 의미, 그리고 해당 법령 위반시 뒤따라 오는 면허정지 혹은 면허취소 등 각종 법적, 경제적 제제에 대한 무지의 댓가로  3년간의 면허취소 및 이중개설 의료기관 진료비 전액 환수로도 부족해 보건복지부는 결국 3번에 걸친 면허재교부 요청에 대해 행정권력을 남용한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끝내 한 사람을 벼랑끝으로 몰아 소중한 목숨까지 앗아가는 결과까지 초래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을까. 그리고 의료기관 이중개설과 의사면허취소, 보건복지부의 의사면허 재교부 절차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중개설 금지에 의사면허 취소법 의료법 개정까지 

2012년 국회는 의료인의 의료기관 이중개설금지에 관한 의료법을 개정했다. 의료법 개정안 제33조 제8항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해서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는 물론 다른 의사와 동업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졌다.

해당 법령 위반시에는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해진다. 거기에 더해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 상의 '부당청구'에 해당해 해당 의료기관이 지급받은 진료비용은 환수 혹은 미지급된다. 이외에도 별도로 업무정지처분 또는 부당금액의 5배 이내에서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법 개정 이후에 의사가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형사적, 행정적,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현재 의료법 제 4조에 따라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또는 의료법인 등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고, 제 38조 4항에 따르면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2023년 이전에는 의료법 위반으로 인한 법원의 금고 이상의 형 판결인 경우에만 의사면허가 취소됐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극히 일부의 강력범이나 성범죄자 등의 사례를 이유로 국회는 2023년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법뿐만 아니라 형법 등 모든 법에 적용을 확대해 의사 면허가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실제 지금 그 피해 회원들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과거에는 의사면허취소시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면허재교부를 신청할 경우 대부분 면허 재교부를 해줬다. 그러다가 2020년 이후부터는 성범죄 등 아주 극히 드문 사례를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면허재교부를 허용해 주지 않는다. 신청자의 10% 미만까지 재교부율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의사수가 부족하다며 의사수 증원을 외쳐대지만 한편에서는 성범죄자나 강력범죄도 아니고 의료법에 대한 무지에서 발생한 과실 내지 단순한 법규 위반에 대해서조차 이토록 가혹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중 9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이용해 의사면허 재교부 승인률을 과거 신청자의 85% 수준에서 이제 9%까지 떨어뜨리면서 보건복지부가 의사 회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의사 출신 위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주관적이면서 추상적인 면허 재교부 요건, 승인 가능하기는 한가? 

의료법 제 65조 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면허가 취소된 경우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에는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추상적인 이유로 재교부 승인을 해 주지 않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 어디에도 ‘개전의 정’에 대한 기준은 없다. 반성문을 100장 정도 적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면 될까, 아니면 반성문을 적어 4대 일간지에 광고라도 내란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보건복지부 장관 면전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석고대죄라도 해야하는 것인가.

복지부는 면허 재교부를 거부하면서도 거부 사유를 단 한번도 제대로  제시한 적이 없다. 이러한 극히 저조한 재교부 승인율과  재교부 거부 사유 미제시는 면허 취소 기간 중 봉사활동과 보수교육을 받으며 성실히 자숙하며 재기를 꿈꾸는 회원들에게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을 심어주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해당 의사도 법령이 정한 재교부 제한 기간을 성실히 경과하고 관련 교육을 이수하는 등 행정청이 요구하는 모든 객관적 요건을 완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는 '개전의 정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세 차례나 재교부 신청을 거부했다. 이는 국가가 한 개인의 전문적 생명을 유지할 권리를 자의적으로 박탈한 '제도적 상해행위'이며, 행정권이 징벌적 목적에만 매몰돼 비례의 원칙과 예측 가능성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의료현장에서 수년간 숙련된 전문가가 행정적 불투명성의 벽에 부딪히게 되는 과정은 마치 현행 면허 관리 체계가 '교정과 복귀'가 아닌 '영구적 축출과 낙인'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는 대한의사협회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정부의 부당한 면허 행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보건복지부의 불투명하고 가혹한 면허 재교부 심의가 한 동료의 전문적 삶을 짓밟고 끝내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보건복지부는 '깜깜이 심의'의 실체를 즉각 공개하라. 해당 회원에게 내려진 3차례 의사면허 재교부 불허 사유와 당시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무엇이 재교부 거부 사유인지 무엇이 개전의 정이 뚜렷하게 인정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밀실 심의는 행정이 아니라 폭력이다.

둘째,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현행 심의 가이드라인을 폐기하라. 의료계와 협의해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재교부 기준을 즉각 재수립하고, 신청자의 대면 소명권과 대면회의를 통한 토의 심의를 전면 보장하라.

셋째, 반헌법적인 면허 박탈 제도를 즉각 개정하라. 모든 범죄를 면허 취소 사유로 삼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악법이다. 진료와 무관한 일시적 과실로 평생의 전문성을 박탈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

넷째,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우리 회원의 절규를 외면한 담당 부서와 심의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공범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인 및 유가족 앞에 사죄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즉각적 실천에 나서라.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에도 요구한다. 의협은 복지부의 징계를 앞두고 있거나 징계 처리중인 회원들이 법령 위반시 뒤따라 오는 면허정지 혹은 면허취소 등 각종 법적, 경제적 제제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안내함으로써 회원들이 법령 위반 무지에 의한 피해를 받지않도록 하라. 또한 모든 법 위반시 적용되는 말도 안되는 의사면허취소법 개정과 의사면허 재교부 심의 위원 중 의사위원 수의 합리적 조정 및 심의 절차를 개정하는데 적극 나서라.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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