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선수 상의 탈의 쇼에 갤러리 맥주캔 축포."
‘골프 해방구’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820만 달러) 현장이다.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파71)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는 특히 조엘 데이먼과 해리 힉스(이상 미국)가 웃통을 벗어 시선이 집중됐다. 데이먼은 전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응원해주면 옷을 벗겠다"고 예고했고, 실제 16번홀(파3) 파 퍼팅 직후 서슴없이 윗도리를 벗었다.
이 대회가 바로 지구촌 골프계에서 유일하게 음주와 고성을 허용하는 무대다. 갤러리는 맥주를 마시면서 떠들다가 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야유까지 퍼붓는다. 선수가 셋업하는 순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코스 곳곳에서 괴성을 지르며 돌아다니는 ‘역발상 마케팅’은 최대 70만 명 구름 갤러리를 모으는 동력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코로나19여파로 하루 5000명으로 제한했다가 올해 다시 전면 개방했다.

16번홀이 하이라이트다. 최대 3만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3층 스탠드를 설치해 마치 로마시대 검투장 콜로세움 같다. 선수들은 당연히 압박감에 시달린다. 티잉그라운드에 들어서자마자 초대형 스크린에서 일거수일투족을 클로즈업 시키는 동시에 훌리건 수준의 함성이 쏟아진다. 티 샷 결과에 따라 응원과 야유가 뒤따른다. 선수들이 모자와 골프공 등 ‘통행세(?)’를 납부하는 이유다.
샘 라이더(미국)는 3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터뜨려 분위기를 더욱 달궜다. 2015년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갤러리가 맥주캔과 음료수병을 코스에 폭탄처럼 투하해 관계자들이 치우는데만 20분 이상 소요됐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 같다"고 색다른 분위기를 즐겼다. 카를로스 오르티스(멕시코)는 최종일 이틀 연속 홀인원을 작성해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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