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1.02 11:50

노후건물 위태로운데 갈등 봉합 창구는 없네

각 개발 주체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걸려 있는 서울시 종로구 무악동 63-4번지. 주민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2년이 넘도록 개발이 표류하고 있다.




주택주·상가주 용적률 차이에 각각 추진위 설립해 대립의견 중재가 없어…제2·제3의 무악동 사태 재연 불가피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기자가 1일 오후 방문한 서울 지하철3호선 독립문역 1번 출구에서 50m 남짓 떨어진 종로구 무악동 63-4 일대는 한낮임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단독주택, 노후화된 배관이 위태롭게 걸려있는 상가,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길로 들어서자 ‘무악동 역세권 공공임대 주상복합 추진위원회’와 ‘무악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내건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일부 플래카드는 다른 사업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사업 방식에서 심각한 주민갈등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은 지 수십년이 넘은 노후 연립, 다세대와 소규모 주상복합이 위치한 이 일대 사업은 사업방식을 둘러싼 주민 이견으로 개발이 2년 넘도록 멈춘 상태다.
2019년 7월 일부 주민들이 모여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추진위원회를 설립하며 개발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같은 해 12월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현역세권공공임대추진위)가 구성되면서 두 사업 모두 추진위 상태에 멈춰있다. 이처럼 사업주체 간 갈등에 종로구청이 ‘현재 무악동 63-4 일대는 개발 갈등이 극심한 지역이니 동의서 제출 및 가입 전 꼼꼼히 따져보라’는 플래카드를 따로 내걸 정도다.
가로주택사업추진위가 제공한 거주 및 소유 현황에 따르면 이 일대 4829㎡의 부지에는 다세대 16가구, 연립 6가구, 단독 1가구와 주거복합 41가구 등 주택 64채와 상가 114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주민 A씨는 "주택 소유자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선호하지만 상가주들 대다수는 역세권 공공임대 개발 방식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장수 가로주택추진위원장은 "가로주택정비사업 방식으로 가면 3종 일반주거지역의 상한용적률 275%를 적용한다"며 "상가주들이 역세권 추진위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면 350%까지 용적률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견이 쪼개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역세권 공공임대 추진위는 지난 4월 지구단위계획 관련 변경안을 종로구청에 제출하고 이를 통해 2종 일반주거지역의 3종으로 종상향하고 용적률과 건폐율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역세권 공공임대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에 제출할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 요건이 67.6%인데 현재 60%가 넘었다"며 개발방식을 고수할 뜻을 내비쳤다.
사업방식을 둘러싼 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다. 주민 B씨는 "상가에 있는 영어학원 정화조 파이프가 터져 난리가 났었다"며 "지금도 비가 많이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갈등을 봉합할 소통 창구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서울시가 소규모 개발사업을 활성화해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주민들이 개발 방식을 스스로 선택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자율성을 보장해주지만 최소 20명만 모이면 조합 추진 위원회 설립이 가능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나 종로구청은 지역 내에서 생긴 갈등이니 주민들이 알아서 조정하고 결과만 가지고 오라고 한다"며 "양쪽 의견을 중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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