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훈이 AT&T바이런넬슨 우승 직후 임신한 아내 유주연씨와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맥키니(美 텍사스주)=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믿을 수 없는 순간이다."
이경훈(30ㆍCJ대한통운)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우승 소감이다. 1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 크레이그랜치골프장(파72ㆍ7468야드)에서 끝난 AT&T바이런넬슨(총상금 810만 달러)에서 PGA투어 80경기 만에 정상의 기쁨을 맛봤다. "무척 흥분된다"는 이경훈은 "이 순간을 정말 오래 기다렸다"면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환호했다.
우승의 여정이 쉽진 않았다. 라운드 도중 비를 맞으며 플레이를 했다. 3타 차 선두를 달리던 16번홀(파4) 파 퍼팅을 앞두고는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2시간 30분 정도를 더 기다렸다. 16번홀 보기로 잠시 주춤했지만 17~18번홀 연속버디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모든 선수에게 경기하기 힘든 조건이었다"며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쉬는 동안에서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면서 "스스로 압박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8번홀(파5) 그린 주변에는 PGA투어 통산 8승 챔프 최경주(51·SK텔레콤)와 2019년 챔프 강성훈(34·CJ대한통운)이 기다렸다. "KJ(최경주)는 보스(big daddy)와 같은 분"이라면서 "많이 축하를 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오는 7월 출산을 앞둔 아내 유주연씨도 남편의 활약을 지켜봤다.
"아내가 임신을 했다"며 "출산이 두 달 남았는데 어떻게 기다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2타 차로 쫓기던 17번홀(파3·13야드)을 승부처로 꼽았다. 홀 1m에 붙여 천금같은 버디를 낚았다. "130야드에서 피칭 웨지를 잡았다"는 이경훈은 "16번홀 보기를 범했지만 더 공격적으로 공략했다"며 "우승을 확신할 수 있는 버디였다"고 분석했다. 퍼터를 교체한 것도 적중했다.
이번 시즌 라운드 당 퍼팅 수는 28.59개로 49위였다. 이 대회에선 홀 당 퍼팅 수 1.60개로 6위다. "몇개 대회에서 퍼팅이 말썽을 부려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서 "퍼트를 바꾼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경훈은 경기를 마친 뒤 현지 TV 중계팀과 영어로 직접 인터뷰를 했다. "영어를 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질문하던 리포터는 "지금 영어 실력이 괜찮다"고 격려를 하기도 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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