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1.04 07:38최종 업데이트 26.11.0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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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곁을 지킨 의사에게 의료사고 위험을 떠넘길 것인가

설명·전문심의·배상체계 연결해야…필수의료 지키려면 불가피한 위험 나눌 제도 필요

[칼럼] 김재연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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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의료사고 이후 환자와 의사는 서로 다른 두려움 앞에 선다. 환자는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고통이 잊힐 것을 걱정하고, 의사는 환자를 살리려 했던 판단이 결과만으로 심판받을 것을 두려워한다. 입법의 역할은 어느 한쪽의 두려움을 다른 쪽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이 대립으로 번지기 전에 사실을 밝히고, 책임을 가리며, 회복을 돕는 길을 여는 것이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수사 가이드라인과 이소희 의원이 발의한 ‘환자안전 3법’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진료 연속성 보호와 환자안전 사각지대 해소라는 취지는 모두 타당하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한 단계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사고는 보고됐는데 설명은 부족하고, 책임은 인정됐는데 배상은 받지 못하며, 감정이 진행되는 동안 진료현장은 위축되는 공백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

첫째, 의료사고 설명의무를 처벌 논쟁이 아니라 신뢰 회복의 절차로 정착시켜야 한다.

2027년 5월 27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일반 의료사고에 설명 노력의무를, 사망 등 법정 대상 사고에는 발생 사실을 안 날부터 7일 이내 설명의무를 부과한다. 위반 자체에 별도의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불이행 시 관련 형사특례 적용에서 제외된다. 수술 전 설명·서면동의 의무 위반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의료법과는 구별해야 한다.

따라서 설명의무 이행 기준은 형사특례의 예측 가능성과 직결된다. 하위법령에는 초기 설명과 추가 설명을 구분하고, 확인된 사실과 아직 규명되지 않은 원인을 나눠 안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응급진료가 계속되는 경우의 처리 기준도 필요하다. 설명하지 않는 행위와 설명할 수 없었던 사정을 구별해야 한다.

의료계 역시 설명을 방어적 서류 작업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여기까지이며, 남은 의문은 이러한 절차로 밝히겠다”는 성실한 안내가 신뢰 회복의 시작이다.

둘째, 증거 보존은 신속하게, 강제수사는 필요한 범위에서, 전문 판단은 조기에 이뤄지도록 절차를 연결해야 한다.

진료기록과 검사·영상자료, 처방·투약기록, 생성·수정 이력을 함께 보존하는 표준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시간정보만으로 위·변조 우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원본성과 변경 이력을 검증하되, 이후 진료에 필요한 추가 기록은 구별해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표준 프로그램과 비용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개정법이 마련한 의료사고심의위원회도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 모든 수사를 감정 종료까지 막자는 방식보다, 증거인멸 등 긴급한 사유가 없다면 조기 전문심의 결과를 강제수사의 필요성과 범위 판단에 반영하도록 절차를 구체화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심의기한, 이해충돌 방지, 당사자의 의견 제출과 판단 이유의 제시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

셋째, 형사특례가 작동할 조건을 의료기관의 자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개정법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해 중과실 여부, 설명의무 이행, 책임보험 가입,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 등을 형사특례와 연결했다. 환자의 회복과 의료인의 보호를 결합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보험의 보장 범위나 지급 시점에 공백이 생긴다면 취지가 현장에서 구현되기 어렵다. 국회와 복지부는 책임보험의 보장기준, 고액배상 위험에 대한 지원, 보험금 지급 절차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대불제도 존치도 이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책임보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배상금 미지급 위험이 모두 사라진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보험의 미보장 영역과 의료기관의 지급불능 등에 대비하는 최종 안전망을 남기되, 보험과 대불의 지급 순서와 구상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넷째, 불가항력 사고의 국가보상은 선언보다 구체적인 기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과실 없는 사고에 대한 보상과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은 다른 제도다. 재원의 전액 국비 부담과 모든 손해의 무제한 보상도 같은 뜻이 아니다. 고위험 필수의료의 공익성을 고려해 보상 대상과 수준을 합리적으로 정하고, 심사·지급기한과 불복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필수의료를 지킨다는 것은 의사를 책임에서 빼주는 일이 아니다. 환자 곁을 지키는 데 수반되는 불가피한 위험을 개인에게만 떠넘기지 않는 일이다. 환자 보호 역시 보고서와 법 조항을 늘리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설명을 듣고, 공정한 판단을 받으며, 실제로 회복을 지원받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환자를 잃은 의사의 슬픔이 곧 무과실의 증거일 수는 없지만, 환자를 잃었다는 사실만으로 과실의 증거가 돼서도 안 된다. 환자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의사의 선의가 위축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법이 감당해야 할 어려운 책무다.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이제 그 책무를 함께 짊어져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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