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0.16 08:11최종 업데이트 18.10.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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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대와 공대 교수가 만나보니…수술에 쓰이는 인공판막 만들고 진단에 필요한 인공지능 개발

의대는 진료 현장에서 필요한 아이디어 제공, 공대는 실제 기술로 연구개발 시너지

연세대 2018 M.E.N.D(Medicine Engineering Nursing Dentistry) 심포지엄 개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연세대 의대와 공대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일단 서로가 서로의 연구주제를 알고 자주 만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각자 개별적으로 진료를 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데서 벗어나, 환자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는 데 주력했다.  

연세대 의대와 치대, 공대 등은 15일 연세대 제2공학관에서 2018 M.E.N.D(Medicine Engineering Nursing Dentistry) 심포지엄을 열어 다양한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연세대 공대는 지난해 첨단심혈관기기연구단, 영상기반의연구단, 서지컬 네비게이션 연구단, 치과학 미래기술 연구단 등 4개 공동 연구단을 발족했다. 여기에 참여하는 공대 교수는 82명이며 이들은 의료관련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흉부외과와 기계공학과 협력, 조직판막 개발 시도  
▲기계공학과 강건욱 교수(왼쪽)과 흉부외과 이승현 교수 

연세대 의대 흉부외과 이승현 교수(세브란스병원)는 심장 판막에 쓰이는 조직판막 개발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를 토대로 연세대 공대 기계공학과 강건욱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임상에서 필요한 것을 상의하고 아무런 조건없이 공대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밝혔다.  

심장질환은 2016년 국내 사망원인 2위다. 심장질환 사망자수는 20006년 10만명당 41.1명에서 2016년 58.2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특히 심장판막 수술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에서 실시한 심장판막 치환술은 4500건에 달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판막수술은 주로 기계판막을 이용했다. 하지만 혈전 위험으로 환자가 매일 항응고제를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라며 “지난해 혈전의 위험을 줄이고 인체에 가깝게 설계한 조직판막을 이용한 수술 비율이 처음으로 기계판막 수술 비율을 추월했다. 조직판막에 대한 니즈(needs)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직판막은 석회화나 마모, 찢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보니 조직판막의 내구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였다. 강 교수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어렵지만 판막 높이와 각도를 바꾸면서 발생 응력을 최소화하는 높이를 탐색했다. 

강 교수는 “판막엽의 영역을 3개 영역으로 분류해서 판막높이가 높아질수록 판막엽이 받는 최대 압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로 조직판막 신제품에서도 판막 높이가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직 연구단계지만 후속연구에 집중해보고 있다. 캐나다 지메트릭사와 물질을 변경한 조직판막을 연구해보기로 했다. 

영상의학과와 전기전자공학 협력, 인공지능 환자 진단기술 연구  
▲영상의학과 이영한 교수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과 이영한 교수는 응급 환자에게 빠른 검사가 필요한 데서 공대와 공동연구를 통한 인공지능 개발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환자에게 X레이를 찍은 다음에 CT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고 MRI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CT와 MRI는 검사실이 다르고 장비도 달라 아무리 급해도 둘 중 하나밖에 검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X레이 판독만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빠르게 검사방법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CT, MRI를 하나만 찍더라도 영상을 재구성해서 같이 찍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도 궁금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응급환자에서 발생하기 쉬운 진단 오류도 막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외상환자에서 영상 진단 오류가 많다. 응급실은 항상 붐비고 24시간 영상진단이 이뤄진다”라며 “일단 환자가 처음 와서 X레이 진단을 한 다음에 이를 인공지능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단 환자들의 X레이 영상 200케이스를 직접 손으로 그려서 데이터를 모았다. 연세대 공대 전자전기공학 황도식 교수를 통해 이를 분석한 결과, X레이 검사결과만으로 CT, MRI를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서로 교류하면서 연구를 발전시켜 나갔다.  
▲공대 황도식 교수 

또한 황 교수는 검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영상진단 검사 결과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다. 황 교수는 “MRI를 촬영할 때 시간을 줄이면 화질이 떨어지고 이를 진단에 사용할 수 없다. 영상을 재구성하면 속도를 줄이면서도 화질을 높일 수 있다"라며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작은 종양인지 아닌지 판단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니즈도 많았다. 실제로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뇌종양을 탐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다만 의료원에서 넘어올 수 있는 데이터 양이 적어서 힘든 점이 있다. 처음에 의사들이 기본적으로 종양 여부 등을 확인해주는 역할을 해야하지만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라며 "앞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다양한 진단기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치대와 이비인후과, 기계공학 협력, 양악수술 전 수면무호흡증 판단     

연세대 치대 교정과 최윤정 교수는 양악수술을 받는 일부 환자 중에서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들을 미리 알아내기 어려웠고 환자들이 알아서 검사하거나 수술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연세대 의대 이비인후과 조형주 교수는 간혹 이런 환자를 의뢰 받았다. 그는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성을 알리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면무호흡증의 예측이 중요하지만 환가 개개인이 전부 수개월씩 대기가 밀린 수면다원검사를 해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양악수술 이후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킬 수 있는 기도 내 에어웨이(airway) 변화를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로 했다. 이비인후과 수술을 할 때 비강검사, 편도선 크기, 혀의 크기 등을 여러 가지로 계측해 분석하는 CFD(전산 유체 역학,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연세대 공대 기계공학과 이준상 교수(연구부학장)는 실제 환자들의  CT 기록을 추출해 모형을 만들거나, 이를 도식화해서 정상 환자와 비정상 환자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에어웨이 변화를 추적했다. 그 다음 데이터를 한꺼번에 모아서 의미있는 변수를 발견해내고 머신러닝 형태로 구현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사례를 입력하면 미리 수면무호흡증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정확도를 검증해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단 공대와 의대 교수들이 자주 만나는 데 주력해서 친해졌다. 서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를 만들었다"라며 "이를 통해 꾸준한 교류를 통해 현장에 쓰일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대와 연구를 활성화하려면…일단 현장의 아이디어 접목해 기술개발  

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김중선 교수와 연세대 공대 기계공학과 류원형 교수는 약물 주입이 더 수월한 마이크로 패턴의 풍선도자를 만들었다. 심장 수술을 효율적으로 하면서도 시간을 줄이는 것을 과제라고 봤다. 김 교수는 현장에서 필요한 아이디어를 공대 교수에게 제안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이를 어디선가 반영한 제품을 당장 만들어주긴 어려웠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공대 입장에서는 의료 분야의 아이디어가 고갈되거나, 현장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했을 때 과정이 좋았다. 제작 과정의 한계가 있지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과 임준석 교수는 연세대 공대 전지전자공학과 이상훈 교수와 함께 CT 영상에서 혈관 내 추적을 해볼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임 교수는 “일단 의대에서 해결하면 좋겠다는 어젠다를 공대에 던질 수 있다. 여기서 문제 해결을 하거나 아니면 장기적인 발전과제를 발굴해 연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 의대와 공대 교수들끼리 서로 누구에게 연락할 수 있을지, 누가 연구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이준상 연구부학장은 “교수 240여명의 주요 연구를 키워드 정보를 만들어서 배포했다. 어떤 교수라도 필요한 연구가 있다면 자유롭게 연락해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학장은 “의대 교수는 진료에 바쁘고 공대 교수는 과제로 바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일단 서로가 서로의 연구주제를 알고 꾸준히 교류하다 보면 현장에서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술로 연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세대 의대와 치대, 공대는 주기적으로 공동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이비인후과 2000만원과 간호대 4000만원의 매칭펀드를 조성했고 내년 초에는 심혈관병원 6000만원, 치과대 6000만원 등의 매칭펀드를 진행한다. 

홍대식 공대학장은 “공대는 4개 의료연구단을 시작으로 의료원과 협력을 진행해왔다. 연구비를 매칭하고 의대 교수와 겸직교수를 확대 발령을 하고 연구에 대한 시드머니를 제공해왔다.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양수 의대학장은 “연세대는 메디컬캠퍼스가 같은 공간 안에 있고 학제간 융합연구는 최적 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라며 “국가 미래 산업으로 헬스케어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혁신의 본질은 융합적 사고와 창의력”이라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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