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1.03 07:24최종 업데이트 25.11.0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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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서 얻은 일상 속 데이터로 불안장애를 잡는다"

디지털치료기기 속속 등장하지만 글로벌 대비 허가·처방 건수 저조…중국 235건 허가·독일 60만건 처방

(왼쪽부터) 서울의대 윤제연 교수, 성균관의대 전홍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AI와 센서 기술 등이 정교해지고 발전하면서 정신건강 관리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얻은 데이터로 정신건강 관리가 가능해졌으며, 불안 상태를 평가하는 지표로의 활용도 가능하다. 이에  정신질환 관련 디지털치료기기도 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대비 국내 처방 건수 대비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개최된 2025 대한불안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진화에 따른 불안장애 평가와 치료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일상 속 데이터로 우울·불안 등 정신질환 예측한다

서울의대 윤제연 교수는 '불안을 감지하는 최신 센서 및 AI 분석 기술'을 발표하며, 일상 속 센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불안 진단 가능성을 소개했다.

윤 교수는 "스마트폰은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정신건강 지표를 포착할 수 있다"며 "GPS, 가속도계, 수면 기록, 앱 사용 시간 등에서 얻은 데이터는 우울·불안·조현병 등 정신질환 예측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불안장애에서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과 심박·활동량 같은 생리신호, 수면 관련 지표가 자주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심박변이도(HRV)와 활동량 데이터는 자율신경계 반응을 정량화할 수 있다. 불안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윤 교수는 음성·심전도·뇌영상·온라인 행동 데이터 등 다양한 생체 및 행동 정보 역시 불안 감지에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AI는 단순히 설문이나 인터뷰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말투·활동량·사회적 상호작용 패턴 속에서 불안 신호를 찾아낼 수 있다"며 "AI가 인간의 주관적 보고를 객관적 데이터로 보완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딥러닝 모델은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이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해석가능성이 중요하다"며 "AI는 단순히 점수를 내는 도구가 아니라, 환자의 병태생리를 이해하는 창구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불안장애는 단일 생체지표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질환이므로, 스마트폰·웨어러블·뇌영상·음성데이터를 통합한 멀티모달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 디지털치료기기 허가 앞서간다…독일, 진입 장벽 낮아 처방량 ↑

성균관의대 전홍진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적용의 최신 동향'을 주제로 국내외 디지털치료기기(DTx) 허가 현황과 제도 변화를 분석했다.

전 교수는 "2025년 현재 중국이 전 세계에서 디지털치료기기 가장 많이 허가했다"며 "중국 235건, 미국 192건, 독일 55건, 벨기에 25건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중국은 인지기능 개선(26.38%), 미국·벨기에는 건강상태 모니터링(각각 44.27%, 80.0%), 독일은 인지행동치료(69.09%)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전 교수는 미국과 독일의 제도를 비교·분석하며 "미국은 진입 장벽이 높고 임상 근거 중심으로 허가하지만, 독일은 일단 시장에 진입시킨 뒤 일정 기간 내 효과를 입증하면 허가하는 구조로 빠른 확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은 현재 60만건 이상이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처방이 나오는 이유는 환자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며 "무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다"고 부연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은 미국 모델과 비슷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9종의 디지털치료기기가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처방은 약 200건에 그친다"며 "독일이나 미국에 비하면 적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기기에 관심이 있는 만큼 앞으로 도전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미국의 AI 기반 정신질환 치료 챗봇 '테라봇(TheraBot)'을 소개하며, 치료적 개입에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테라봇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대화 맥락을 이해해 개인화된 상담을 제공한다"며 "기존의 챗봇은 단순한 반응형이라면, 테라봇은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한다. 챗지피티 역시 맥락을 이해하지만 모든 데이터를 활용해 대답하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할 지 모른다. 하지만 테라봇은 전문가들이 만든 LLM을 통해 대답해 조금 더 혁신적"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최근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소개하며, 산업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교수는 "최근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치료기기로 명칭이 변경됐고, 디지털의료제품법에 의하면 이는 디지털의료기기에 포함된다"며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VR·AI·센서가 포함된 제품까지 디지털의료기기 범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디지털 의료 제품 활성화를 위해 만든 법이다.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의료기기의 사용이 많으면 효과가 뛰어난 의료기기가 묻힐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속아내겠다는 의미도 담겼다"며 "하지만 이 때문에 의료기기가 아닌 웰니스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 이 규제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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