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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전쟁의 아픈 역사가 반복될 것인가

    [칼럼]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 숭실대학교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기사입력시간 19.09.06 14:30 | 최종 업데이트 19.09.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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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 부동산 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2.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동산 절세 포인트​
    3. 2019년 자산배분 전략
    4. 상가 투자는 세입자와 공동 창업하는 것​
    5. 1가구 1주택 비과세… 바뀐 세법에 주목해야
    6. 신흥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 부는 훈풍
    7. 건물주 첫걸음, ‘상가주택’ 투자의 모든 것
    8. 세법상 자산 평가기준과 특수관계자간 거래시 유의사항
    9. 금융 시장 분석 및 투자 전략
    10. ‘뜨거운 감자’ 상속과 증여의 문제, 쟁족을 아십니까
    11. 임대사업자 등록해도 집 한채 더 사면 양도세 중과 폭탄 맞을 수도​
    12. 신흥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 부는 훈풍
    13. 2019년 하반기 이후 주택 시장 전망
    14. 주택 수에 포함되는 입주권…매각 때 양도소득세는 중과세 되지 않아
    15. 환율 전쟁의 아픈 역사가 반복될 것인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12년 여름,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 주요국은 이른바 ‘환율 전쟁’에 가담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적극적으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무역 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썼다. 그런데 2018년 하반기 기준, 상대적으로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뚜렷해지는가 하면 미·중 무역 분쟁 이슈까지 겹쳐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2년 여름,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0년 중반부터 2012년 초까지, 대한민국은 금융 위기를 가장 빠르고 모범적으로 탈출한 나라로 전 세계 투자자의 찬사를 받았다. 한국 기업은 약진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 갔고, 2011년 4월 코스피(KOSPI)는 미국의 S&P500보다 2년이나 먼저 금융 위기 이전 고점을 뚫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가장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꼽혔다.

    그러나 2012년 여름 이후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해 6월 그리스 사태(Grexit)를 전후로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충격이 될 것이다”라는 당시 고위 당국자의 이례적 발언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대기업은 즉시 하반기에 계획하고 있던 고용, 투자, 구매 계획을 취소하며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 계획을 가리키는 말)에 돌입했다. 그렇게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정부는 재정 흑자 기조를, 기업은 현금 확보를 추구했고, 가계는 부채 부담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한국 경제는 멈춰 섰다.

    2013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데니스 낼리 컨설팅 그룹 PWC 회장은 “지난 16년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특정국(한국) 기업인의 자신감이 이처럼 낮게 나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흥미로운 결과라고 소개했다. 새해 기업 실적 개선에 자신감을 보인 한국 기업인은 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시기에 선진국은 모두 대규모 양적 완화 등 공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며 우리를 추월했다. 2012년 9월 미국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나란히 3차 양적 완화(QE3)와 무제한 국채 매입(OMT)을 발표했고, 12월 일본중앙은행(BOJ)은 대규모 추가 양적 완화(QQE)를 결정했다. 엔화를 시작으로 이때부터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쟁이 시작됐으며, 이후 소위 ‘환율 전쟁’으로 확산됐다.

    환율 전쟁은 통화정책과 재정 정책 카드를 다 써버린 주요국이,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다른 나라의 내수를 빼앗아오기 위한 경쟁이다. 2012년 7월 이후 한국은행도 1년 동안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다. 그러나 매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뉘앙스를 반복하면서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2012년 상반기까지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환율 전쟁 이후 6년 반, 뚜렷해진 명과 암

    환율 전쟁이 본격화한 지 6년 반이 흘렀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달러 대비 통화 가치 변화율을 살펴보면 명암은 뚜렷하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에 21%나 급등했다. 미국 경제는 성장하는 혁신 기술 기업을 다수 보유한 데다 셰일 혁명 덕에 이제는 석유마저 수출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영향이다. 원화(KRW)는 6년 동안 달러 대비로는 4%가 약해졌지만, 상대 가치 측면에서는 전 세계의 주요 24개국 통화 중에서 가장 강한 통화가 되어버렸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로 나가는 제품의 가격은 통화 가치가 벌어진 만큼 비싸졌다는 얘기다. 반도체처럼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비싸도 팔리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그동안 가격으로 경쟁하던 우리나라 다수 산업의 경쟁력은 상당 부분 크게 훼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 기업들의 매출 성장이 2013년부터 정체됐다는 점과 국내 주식 시장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의 시가 총액 비중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은 가격 경쟁력 훼손을 피하기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한국의 내수 회복은 더뎌졌고, 그나마 한국 경제를 이끌던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2018년 하반기 이후 둔화하면서 산업 구조 개혁 타이밍을 놓친 한국 경제의 아픈 부분이 드러나는 중이다.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2018년 4분기 이후 한국의 명목 국민총생산(GDP)이 감소하는 가운데, 한국의 분기별 명목 성장률과 채권금리는 단기물부터 30년물까지 모두 미국보다 낮아지며 역전된 상태다. 주식 시장의 부진도 깊어지고 있다. 2013년 이후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 주식은 각각 80%, 25%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5% 상승으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앞서 언급한 24개 주요국 중 멕시코,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부진하다.

    2018년 하반기에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의 하락 폭이 컸다. 그럼에도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강했다. 한국의 펀더멘털은 둔화하는데, 상대적 원화 가치는 강하게 유지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이 더 커진 셈이다.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위협하며 상승하고(위안화 약세), 신흥 시장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달러-원 환율의 상승은 1140원 수준에서 막혔다. 이는 불황형 흑자가 원인이었는데, 신흥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쌓여가는 한국의 경상 흑자와 외환 보유고는 한국의 신용 위험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환율 전쟁의 아픈 역사가 반복될 것인가

    일반적으로 한국 등 신흥 시장 주식은 달러가 약세일 때 강세를 보였다. 미국 등 글로벌 경제가 좋을 때 미국의 유동성이 기대수익률이 더 높은 신흥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원화와 신흥 시장 통화 가치가 강해지고 주가는 상승하는 것이 전형적인 한국 증시 상승 패턴이었다.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은 늘 원화 강세와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은 원화 강세가 별로 반갑지 않다. 한국 경제가 내부적인 성장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 강세는 그러잖아도 약해진 수출의 가격 경쟁력을 더 누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럴 때는 원화 약세가 우리의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회복해주기도 한다. 올해 들어 원화는 달러 대비 5% 약세를 보이는 등 24개국 통화 중 터키(-7%)를 제외하고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그 바람에 2019년 7월 19일까지 통화 가치 변화 순위는 태국, 대만, 스위스 다음인 4위로 밀려났다. 올해 두드러진 원화약세 덕분에 무역 가중치와 상대 물가를 고려한 원화 가치인 실질실효환율도 장기 균형 수준까지 하락하며 고평가에서 막 벗어나는 중이다.

    당장의 추가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와 증시를 어렵게 하겠지만, 길게 보면 숨통을 트이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더구나 2020년 중반경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재고 사이클의 저점과 맞물린다면 내년은 기대해볼 수 있다.
     
    마침 추세적인 달러 약세나 원화 강세로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감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타 국가 대비 미국의 펀더멘털 우위가 압도적으로 유지되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은 어느 때보다 높아 달러 보유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그나마 달러 약세 재료인 연준의 향후 1년 이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은 금융 시장에 이미 다 반영됐다.

    오히려 지금은 유로존과 영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등 여타 신흥국이 금리 인하 또는 양적 완화를 재개한다는 뉴스에 대한 반응이 더 새롭고 강하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한·일 무역 분쟁이라는 새로운 부정적 변수가 더해졌다. 당분간 완만한 달러 강세와 달러 대비 원화의 약세 추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비싸더라도 위험분산 차원에서 달러와 한국 채권을 더 담고 가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 변화는 미묘한 긴장감을 준다. 지난 7월 중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달러 강세가 자신의 정책에 위협이 된다면서 참모들에게 달러 약세를 만들어낼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연준의 외환 시장 개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유로존, 영국, 일본의 중앙은행도 여차하면 동반 통화 완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는 가운데, 7월 18일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린 지 8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낮췄다. 여전히 환율전쟁에 뒤쳐졌던 아픈 역사를 감안하면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다. 어렵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뉘앙스로 일관해 환율전쟁에서 밀려났던 과거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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