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22 06:30최종 업데이트 23.05.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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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협은 PA 투쟁으로 의대정원 확대까지 '일석이조'…총선 앞둔 정부는 '부담'

간호법과 상황 다른 의대정원 문제, 정책 지연이 국정 지지율에 악영향…절충안 모색 주장도 제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가 점차 의대정원 확대 기조를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사실상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 선언이 나온 데다, 의사 부족에 따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정부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간호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이 의대 증원을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압박 수위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본격 논의 앞두고 정보 흘리기?…간협은 PA 투쟁으로 '일석이조' 

2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여러 루트로 의대정원 확대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내년 4월까지 정원이 351명 이상 늘어난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현재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 측과 논의되지 않은 사안으로, 24일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와 의협은 그동안 간호법 등으로 미뤄오던 의료현안협의체를 오는 24일 다시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날 의대정원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협회도 간호법을 빌미로 진료보조인력(PA) 준법투쟁을 선언하면서 대형병원 내 의사 부족 현상을 강조하고 있다. 

불법이지만 그동안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관례적으로 해오던 PA 간호사들의 수술장 보조,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등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간협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진료 신고 사례와 현황도 발표할 예정이다. 

간협의 PA 준법투쟁은 의사가 부족한 대형병원 내 현실을 부각시키면서 의대정원 확대의 근거로 의협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간호법 거부권에 따른 강경한 투쟁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시에 숙원이었던 의사 증원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전략인 셈이다. 

그간 간호협회는 민주당, 노조 등과 손잡고 의대 정원 증가를 줄곧 주장해왔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지난해 8월 '필수의료료분야 의사부족 국회 토론회'다.  

당시 토론회는 사실상 민주당과 노조, 간호계 등이 의대 정원 증원을 주장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여야 3당 의원 18명이 공동 주최했지만 민주당 의원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동 주관도 보건의료노조,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등 의사 인력 확대를 주장해왔던 단체들이었다.

간협은 부회장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고 당시 신경림 회장도 토론회장을 찾은 반면, 의협과 병원협회는 토론회에 참석 조차 하지 못했다. 

간호법과 상황 180도 다른 의대정원 문제…총선 앞둔 정부여당도 부담

압박 수위가 강해지면서 의협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특히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간호법과는 결이 좀 다르다. 

간호법은 보건의료계가 둘로 나뉘어 간협 대 13개 단체 갈등으로 비화돼 거부권이 행사될 수 있었지만 의사 증원 문제는 이 같은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복지부도 간호법과 달리 의사 증원은 찬성하고 있다. 

정치적 표 계산에서도 의협이 불리하다. 의대정원 확대를 늦추는 것이 오히려 현 정부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대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400명씩 늘려 10년간 의사 4000명을 추가로 양성하겠다던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전국 의사 총파업이 시작되고 '입학정원 확대' 정책이 주춤하자 정부 지지율은 출렁거렸다. 

한국갤럽이 의료계 1차 파업 시기인 2020년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5%p나 하락한 39%를 기록한 반면 부정평가는 7%p 상승해 53%를 보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21일 알엔써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2.3%p 올라 41.5%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 등을 고려했을 때, 의대정원 확대는 정부 입장에서 버리기 힘든 카드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와 필수의료 부족 사태 등을 겪으며 의사 부족 현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에 더해 대형병원에선 의사가 없어 PA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의대정원 확대를) 늦추긴 힘든 상황까지 왔고 복지부도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를 풀려고 하지만 의협이 반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거부할 수 없다면 정원 확대를 수용하되, 미래 의료수요에 변수가 많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절충안' 주장이 나온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희철 이사장은 "의사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꼭 수반돼야 한다. 의사 한 명을 배출하는 것은 10년 넘는 시간이 필요한 대장정"이라며 "무작정 어떤 명분을 이유로 확대나 감축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전담 위원회나 부서를 통해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10년에 한 번씩 정원을 조정하는 방향도 괜찮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는 "현재 의사 수의 10% 정도를 기존 의과대학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며 "줄어들었던 의대 정원 350명을 환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5년 주기로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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