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4.01 07:33최종 업데이트 22.04.0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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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손 내민 메드트로닉...업계 '오픈 이노베이션' 이끈다

이희열 사장 "개별 기업 혼자 힘으로 하던 시대 지나...스타트업 혁신적 아이디어 신속한 현실화 지원"

메드트로닉 이희열 아태지역 총괄 사장. 사진=메드트로닉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글로벌 1위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Medtronic)이 의료기술 스타트업들에 손을 내밀었다. 스타트업들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보다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메드트로닉 이희열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31일 서울 메드트로닉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2022 메드트로닉 아태지역 혁신 챌린지(Medtronic APAC Innovation Challenge, MAIC) 주요 결과와 향후 메드트로닉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300여개 기업 중 5곳 선정 20만달러씩 지원...스타트업들 협력 네트워크 수요 높아

MAIC는 아태지역 의료기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솔루션 개발 및 상용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공모전이다. 총 46개국에서 323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메드트로닉 리더들의 멘토링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총 5개 기업이 Top5로 선정됐다. 메드트로닉은 이 기업들의 기술상용화를 위해 최대 20만달러(약 2억4000만원) 규모의 파일럿 프로그램 기회를 제공한다.

이 사장은 “이 외에도 선정 업체들에게 메드트로닉의 연구소를 개방해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인데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라며 “각 기업별로 어떤 협업을 할 지, 어떤 지원을 할 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혁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MAIC는 메드트로닉이 내세운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전략의 3가지 축 중 하나다. 메드트로닉은 MAIC를 ▲기술 상용화를 위해 체험형 교육 및 협업공간을 제공하는 아시아 최초의 시설인 디지털 메드트로닉 혁신 센터(dMIC), ▲내부직원들 대상 아이디어 소싱 플랫폼인 MDT 스파크 등과 함께 유기적으로 운영하며 아태지역 의료기술 혁신을 앞당긴다는 복안이다.

메드트로닉이 스타트업들이 가진 혁신적 아이디어에 주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8년 이번 MAIC의 모태가 된 ‘2018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 메드트로닉과 싱가포르경제개발청의 지원으로 이코노미스트 임팩트가 지난해 9~10월에 걸쳐 진행한 아태지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임원 대상 시장 조사 결과(아태지역 의료기술 생태계 백서)에 따르면 파트너십과 협업기회 확보가 성장과 혁신을 위한 중요한 키워드로 꼽혔다.

초기 스타트업의 중대한 해결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76%가 정부, 산업계, 혁신기술 기업들과 파트너십과 협력이라고 답했으며, 혁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도 정부 지원 확대(38.7%)에 이어 민간부문과의 협력 강화(37.3%)가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3분의 1가량은 한국에 기반을 두거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임원이었는데 한국 스타트업들은 가장 중대한 해결과제로 ‘이해관계자와의 파트너십과 협력을 꼽았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는 다른 기술 기업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플랫폼(50%)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민간부문에 기대하는 지원 유형에서는 응답자 전원이 이해관계자와 네트워킹(100%)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 저조한 참여엔 아쉬움 피력...정부의 규제 완화 필요성 언급하기도

메드트로닉은 이 같은 조사 결과와 이번 MAIC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향후에도 2년여 마다 MAIC를 열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이 같은 협력이 당장 메드트로닉에게 이득으로 돌아오진 않는다”면서도 “개별 기업이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협업을 주도해야 다른 기업들도 동참하며 생태계가 거질 것으로 봤다”고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 사장은 특히 다음 MAIC는 한국에서 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며, 국내 스타트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함께 정부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그는 “총 323개의 참여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3개로 4%에 불과했다. 아태지역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인데 그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정부가 연구하는 기업들에게 과감하게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아직 규제 측면에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실제 규제를 많이 푼 싱가포르의 경우 인구는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스타트업은 10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도 못 할 건 없다”고 강조했다.
 
MAIC에서 Top5에 선정된 메디씽큐의 임승준 대표. 사진=메드트로닉

MAIC 탑5 오른 국내 기업 '메디씽큐'...스마트 글라스로 의료진 편의성 높일 것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는 이번 MAIC 탑5에 선정된 기업 중 유일한 국내 기업인 메디씽큐(MediThinQ)도 함께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메디씽큐는 의료용 영상장비와 유무선으로 연결된 웨어러블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스코프아이(SCOPEYE)’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탑5에 올랐다. 스코프아이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의료진이 기존에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장비와 매끄러운 호환성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이미 한국, 미국, 일본 등 100여개 병원서 임상시험을 마치고 FDA 인증까지 끝낸 상태다.

메디씽큐 임승준 대표는 “현재 모든 병원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는 모니터다. 의료진은 멀리 떨어진 모니터와 환부를 번갈아가며 봐야해 불편함이 컸고 수술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론 모니터 대신 스마트 글라스를 쓰고 원하는 영상을 선택해서 보며 수술을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 구글글라스, 오큘러스 등 다양한 스마트 글라스가 있지만 의료현장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스코프아이를 개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향후 메드트로닉의 척추 수술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스텔스에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 대표는 “아직 작은 회사고 스타트업이지만 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 IPO를 성공하고 대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메드트로닉 이희열 사장은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이 전 세계 2~3% 규모”라며 “만약 스코프아이가 한국에서 성공해 매출 100억 가량이 나온다고 하면 메드트로닉의 전 세계 공급망과 영업∙마케팅 역량을 활용하면 7000억~8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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