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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봉직의로 근무하던 의원의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에서 환자 전화번호를 수기로 옮겨 적은 뒤 자신의 개원 홍보에 이용한 의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환자 개인정보를 개원 홍보에 이용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다만 해당 연락처 저장 화면에는 전자서명이 기재되지 않아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자의무기록 탐지·누출에 따른 의료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은 지난달 1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10만원을 1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다만 법원은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 탐지·누출에 따른 의료법 위반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업무 중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환자 전화번호 종이에 옮겨 적어…퇴사 후 개원 홍보문자 발송
A씨는 2024년 5월 창원의 한 외과의원에 입사해 봉직의로 근무하다 같은 해 8월 퇴사했다. 이후 12월 별도의 외과의원을 개원했다.
A씨는 퇴사 전인 2024년 7월 중순 기존 의원에서 사용하던 전자의무기록 인증 프로그램에 접속해 자신이 직접 진료한 환자 4명의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이후 해당 번호를 종이에 수기로 적어 보관했다.
A씨는 개원을 앞둔 12월 자신의 아내에게 환자들의 전화번호를 전달하고 개원 홍보문자를 보내도록 했다.
환자들에게는 “이번 주 목요일 개원합니다. 문자를 받으신 분들에 한해 정식 개원 날짜보다 하루 먼저 진료를 봐드리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가 발송됐다.
환자들은 기존 의원에서 진료 등 의료행위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이용하도록 전화번호를 제공했지만, A씨는 이를 자신이 새로 개원한 의원을 홍보하고 환자를 유치하는 데 사용했다.
법원은 A씨가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했다고 판단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사건 경위와 A씨의 지위, 이용한 개인정보의 내용과 침해된 법익의 정도,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이후의 정황 등을 종합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탐지·누출 사실은 인정…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 해당 여부가 쟁점
검찰은 A씨가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에 접속해 환자들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이를 아내에게 전달한 행위에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의료법 제23조 제3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변조 또는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A씨가 프로그램에 접속해 환자 4명의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제3자인 아내가 해당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A씨가 의료법에서 규정한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A씨가 이용한 환자 연락처 저장 화면을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의료법 제23조 제1항은 전자의무기록을 진료기록부 등을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보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일반적인 진료기록보다 전자의무기록이 손쉽게 위·변조되거나 대량으로 유출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법이 작성자의 전자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A씨가 사용한 프로그램에서는 처방전 등에 의료진의 전자서명이 기재되는 반면, 환자의 성명과 주소, 연락처가 저장된 화면에는 별도의 전자서명이 기재되지 않았다.
법원은 프로그램에서 환자 정보를 저장하거나 열람하려면 인증서를 통한 로그인이 필요하더라도, 이러한 로그인 절차만으로 해당 화면을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누출했다는 의료법 위반 혐의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환자 고소 확인 안 돼 정보누설 혐의는 공소기각
A씨는 의료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환자 정보를 제3자인 아내에게 누설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의료법 제19조 제1항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의료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의료·조산 또는 간호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해당 의료법 위반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법원은 환자 4명이 A씨를 고소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결국 A씨는 같은 환자정보 이용 행위로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위반 혐의가 함께 적용됐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