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23 06:32최종 업데이트 23.10.2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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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같은 '국립대병원' 키우겠다는 정부…서울로 유출되는 환자 못 막으면 '공염불'

2022년 상경의료 환자 71만명…"환자 서울 쏠림이 지역 의사의 수도권 유출 부추겨" 지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료개혁책을 발표한 가운데 그 실현가능성을 놓고 국립대병원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각 지역의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강화해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역 국립대병원이 서울에 '환자촌'이 생길 정도로 빅5병원을 이용하려는 중증‧암 환자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국립대병원 육성, 대대적 재원 투입 필요하나…구체적 예산과 재원 마련책 '미비' 지적

정부가 19일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 중추로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국립대병원 총인건비 규제를 풀어 필수의료 교수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중환자실, 응급실 병상과 인력을 확보하고 필수의료센터 보상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외에도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 혁신형 장기지원 프로그램으로 국립대병원 교수의 연구와 진료가 병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후 중증‧응급 진료시설과 장비를 우선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사실상 지역의 의대 정원 확대와 맞물려 추진되는 것이다. 

실제로 50명 미만의 미니 지역의대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되면 그 학생들을 수용하고 가르칠 강의실과 실습실, 교수 인력이 두 배 이상 늘어나야 하며, 그 학생들이 임상 실습을 할 병원의 교육의 질도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국립대병원들은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지역에 남아 필수의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찬성하면서도 해당 정책의 방해물들이 많은 만큼 세부적인 정책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당장 눈에 보이는 걸림돌은 예산 문제다. 

실제로 복지부는 '필수의료 혁신전략' 브리핑을 당시 구체적인 예산과 재원 마련에 대한 계획은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박민수 제2차관은 "앞으로 인력이나 예산 등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투자와 관련해서는 정부 재정으로 하는 부분도 있겠으나 1월에 발표한 필수의료 확충대책 후속 조치로 여러 가지 지금 수가 지원책들을 하나하나 발표해 나가고 있다. 그간에 확정돼서 발표한 것과 또 조만간 확정해서 발표할 내용까지 합하면 1년간 약 1조 원 규모의 수가가 이 분야에 더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에 이미 ARPA-H 프로젝트 같은 대학병원의 연구개발 투자 예산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복지부가 세워 놓은 예산 계획이 결국 기획재정부에서 막히거나 깎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기재부의 입김이 강한 상황에서 얼만큼 복지부가 계획안 예산이 제대로 반영될지 미지수다. 그리고 당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가능할지 몰라도, 이러한 지원이 얼마간 지속될 지도 미지수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정책 방향이 바뀌는 건 아닌지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로 빠져나가는 환자 막지 못하면 '공염불'…외래전원체계 구축 필요성 제기

하지만 국립대병원들이 하는 가장 큰 실질적 우려는 이렇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높이더라도, 정작 지역의 환자들이 서울 빅5병원과 같은 수도권 사립대학병원을 찾아 상경하는 문제다. 

충북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배장환 교수는 "정부의 계획대로 교수진이 늘어나고 전공의 배정이 늘어나면 충분한 수련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병원 자체도 커져야 한다. 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다"라며 "대학병원에서 볼 필요 없는 경증 환자를 입원시키는 대신 서울로 빠져나가는 암, 심혈관계질환, 고도의 진료가 필요한 중증질환에 대한 진료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문제는 아무리 좋은 교수와 의료인력을 확보하더라도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 즉 충분한 환자 수를 유지하지 못하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인지방으로 이탈하는 환자를 막아야 한다"며 "이에 대한 세부계획이 없이는 대통령의 아젠다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빅5'에서 상경 의료를 받은 비수도권 환자 수는 71만여 명에 달하며 이들이 쓴 치료비만 2조1800여억원에 달한다. 이에 서울의 빅5병원 인근에는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고시원·여관 생활을 하며 치료받는 '환자촌'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도 "지방에 필수의료 의사가 없어서 환자가 안가게 된 것이 아니다. 환자가 서울로 가버리니까 지방에 필수의료 의사가 없어진 것이다. 환자가 서울로 가버리니 지방 국립대 전문의가 줄고, 전문의가 적으니 전공의를 많이 뽑을 수 없었던 것"이라며 "국립대병원이 지역에서 역할을 하려면 환자 흐름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민간병원으로 환자가 가도록 하거나, 가지 않게 할 힘이 없는 상태에서 국립대병원이 콘트롤타워라고 외쳐봐야 전혀 소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조 교수는 "환자의 흐름을 조정하려면 결국 외래전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증 환자가 어느 병원의 어느 교수가 용한지 물어보고 결국 TV에 자주 출연하는 의사가 많은 빅5병원으로 무작정 상경하지 않도록 일차의료기관이 환자를 1차적으로 진단해 지역 내에서 환자를 전원할 수 있도록 전원을 보내는 의사와 전원을 받는 의사에게 보상을 주는 의료 수가가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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