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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병원을 혐오시설로 지정한 조례·하루 4만5400원에 불과한 입원비…주민도, 의사도, 환자도 사랑하지 않는 정신병원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19.05.24 13:00 | 최종 업데이트 19.05.24 13:00


    #49화. 정신병원 의료진·환자들의 탈원화, 주민들의 혐오화 

    "정신병원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무섭고 불쾌하고 지저분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 이미지에 힘입어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서 정신과 보호병동 시설 허가에 반대하는 격한 시위가 일어났다. 그리고 주민들의 반대에 국회의원과 지자체장까지 등 떠밀려 병원 허가를 취소했다. 

    내가 아는 한 선배는 수년 전 정신질환자들의 유토피아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는 교통이 편리한 도심 안에 환자들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정원을 갖추고, 깨끗하고 넓고 고급스러운 시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 그리고 여유로운 의료진 인력을 갖춰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었다.

    그런데 그 선배의 소망은 두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첫 번째 난관은 법적인 문제였다. 서울시를 비롯한 다수의 지자체는 도시계획조례를 통해 도시미관지구 안에서 정신병원의 건축을 금지한다. 서울의 경우 상가 건물을 건축할 수 있는 대부분의 구역이 미관지구로 지정돼 있다.

    어안이 벙벙했다. 법적으로 정신병원을 도시 미관을 해치는 혐오시설로 못 박고 있는 셈이 아닌가. 이게 과연 정신질환자들을 차별하지 말자고, 인권이 중요하다고 앵무새처럼 말하던 사람들이 만든 정책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난관은 경제적인 문제였다. 굳이 건물을 짓지 않고 공간을 임대하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드는데, 일반 환자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가는 정신질환자를 간호하고 간병할 간호사, 간병사, 보호사 등의 인건비는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해준 정신병원 입원비는 하루에 평균 4만 5400원이다. 참고로 미국의 정신질환자 보호병동 입원비는 하루 700달러, 한화로 77만원이다.

    반면 하루 4만5400원으로 약값, 인건비, 식대, 임대료 등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불가능했다. 좁은 공간에 환자를 꾸역꾸역 넣고, 환자들로 인해 순식간에 낡아갈 병원의 개보수 비용을 모으는 것은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이래서는 환자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심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시골 구석에 개원을 하려고 했더니 직원이 구해지질 않았다. 도심 안의 정신병원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마당에 교통비를 얹어 준다고 먼 시골의 병원으로 오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 수가와 인력 기준이 정해져 있으니 월급을 더 올려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선배는 환자들이 입원하기 싫어하는 정신병원들이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게 됐고 평생의 소망을 포기했다.

    그럼 의료진들은 정신병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일본은 정신과 의사 1명당 담당 환자의 비율이 최소 16명에서 최대 30명이다. 한국은 60명에서 그 이상이다. 간호사, 보호사의 담당 환자 비율도 마찬가지로 높다. 극도로 낮게 책정된 비용은 의료진에게 과도한 부담과 무거운 책임을 지웠다. 그로 인해 유발된 간호사, 보호사의 탈 정신병원화는 전국의 거의 모든 정신병원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고, 의사들마저 작년부터 탈원화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수많은 정신병원들이 심각한 구인난에 빠져 있다. 그렇게 환자도 싫어하고 의사도 싫어하고 간호사도 싫어하고 주민도 싫어하는, 모두가 싫어하는 정신병원이 되고 말았다.

    돈 얘기를 하면 혹자들은 그런 주장을 한다. 열악한 환경이라도 ‘사명감’과 ‘정신력’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로 성의를 표현하고, 남에게 정신력과 사명감을 강요를 하는 건 쉽다. 하지만 진짜 성의는 실제적인 투자로 증명하는 것이다. 하루 4만5400원과 도시미관지구 내 건축 금지, 이게 한국의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성의고, 차별이고, 선입견이며, 인권에 대한 대우다. 

    정신병원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탈원화, 주민들의 혐오화가 지속돼 정신질환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치료할 시설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가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방치돼 있던 정신질환자들의 강력 범죄는 아닐까. 

    마지막으로, 저비용 투자로 벌어지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정신병원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최근 일부 신도시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요양병원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앞선 사례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의료계 전반으로 차례차례 진행되고 점점 확대되고 있다. 참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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