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8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단축 요구를 두고 "소명의식을 다 내팽개치고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과는 필요 없다. 사과는 실수를 전제한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인식이다. 그리고 잘못된 인식으로 입법에 관여하는 것은 사과로 정정되지 않는다.
숫자부터 보자. 2026년 신규 의과 공보의는 98명. 같은 해 복무를 마친 인원은 450명, 충원율 22%. 전체 규모는 945명에서 593명으로 1년 만에 37% 증발했다(보건복지부 브리핑, 2026.3). 2017년 2,116명의 4분의 1이다. 현역병 18개월, 군의관은 훈련 포함 38~39개월. 두 배가 넘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사에서 의대 재학생 99.0%가 지원 감소 원인으로 이 격차를 지목했고, 24개월로 단축되면 복무 의향은 공보의 94.7%, 군의관 92.2%로 회복된다고 답했다. 2024년 조사에서 병역 대상 남학생 49%는 이미 현역병 입대를 계획하고 있었다. 숫자는 감정보다 힘이 세다.
물론 반론은 있다. 급격한 단축 시 군 의료인력 보충이 어렵고, 민간 위탁진료 확대가 장병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토할 가치가 있는 우려다.
그러나 순서가 뒤집혔다. 인력 절벽은 단축의 결과가 아니라 단축하지 않은 결과다. 38개월을 사수해서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다. 국방부가 "대책을 세워 곧 발표하겠다"고 답한 것 자체가 현행 체제의 파산 선고다. 점진적 감축도 공허하다. 격차가 남는 한 유인은 돌아오지 않는다.
핵심은 논리다. 소명의식은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이지, 15개월을 더 징발할 면허가 아니다. "선생님이라 불러주니 감수하라"는 논법이 성립한다면, 소명을 내건 모든 공직도 무보수여야 한다. 헌법 제39조 제2항은 누구도 병역의무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다. 의사도 국민이다. 이 문장이 불편하다면 불편한 쪽이 헌법을 다시 읽어야 한다.
현장의 숫자 대신 통념으로 상황을 재단하는 것은 무능이다. 그러나 특정 직역의 일방적 희생을 당연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능을 넘는다. 그 순간 그 직역은 국민의 범주에서 삭제된다. 이것은 신념이 아니라 오만이다. 국민을 대리하는 자리에 앉아 국민 일부를 국민으로 세지 않는 오만이다.
그런 인식으로 국방위원회에 앉아 있다면, 사과할 일이 아니라 물러날 일이다. 잘못된 전제로 만들어진 법은 국민의 몸에 남는다. 지금 무너지는 것은 의사들의 처우가 아니라 400개 읍·면의 진료권이다.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자리를 비우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인 순간이 있다. 지금이 그렇다.
제언은 셋이다. 군사교육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해 현역병과 같은 계산법을 적용할 것. 현역병 대비 격차의 상한을 법으로 못박을 것. 단축과 동시에 취약지 우선배치와 장기근무 보상체계를 재설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