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8.12 20:26최종 업데이트 25.08.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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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한 응급실 현장, 경증 환자 분산·119 유료화·사법 리스크 해소 등 한목소리

응급 환자만 수용하는 응급실 재편 시급…응급실 수용력·인프라 개선 없으면 의료진 이탈 가속화 불가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과 김찬규 대변인이 12일 개최된 '응급의료체계 소생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며,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모두가 사용하는 응급실 지속 불가…응급환자 중심 재편 필요 "119 유료화·법적 위험 해소해야"

이날 이형민 회장은 '2025 응급의료현장에 지금 당장 필요한 솔루션'을 발제하며 "모두가 편하게 이용하는 응급의료체계는 인프라 구축과 유지·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응급 환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상급병원 응급실의 과밀화의 주된 원인은 경증 환자"라며 "경증은 지역에서, 중증은 신속히 최종치료기관으로 가도록 하는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응급실 뺑뺑이' 해결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며 "현 인력과 인프라 구조로는 불가능하다. 목표를 조정하고, 법·제도·전달체계를 동시에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10년 내 뺑뺑이 100% 해소, 5년 내 119 이송시간 50% 단축 같은 목표는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응급실 수용력·최종치료 인프라가 그대로라면 오히려 의료진 이탈만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응급실은 최종치료기관이 아니라 응급처치기관"이라며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를 분리하고, 면책 기준을 마련해 법적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용제한 허들을 세우고, 환자 분산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19 이송체계 개편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해외처럼 현장에서 첫 병원까지 이송은 유료로 하고, 병원 간 전원은 무료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이송을 줄이고, 진짜 필요한 환자가 제때 전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병원으로의 이송이 무료라 경증 환자 이용이 늘고, 중증 환자 전원은 병원 간 협조와 비용 문제로 막히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조건으로 ▲응급의료진이 법적 위험 없이 진료할 수 있는 제도 ▲과밀화 완화를 위한 경증 환자 조절 ▲취약지 의료 인프라 확충 ▲최종치료 인프라 개선을 꼽았다.

이어 "의료개혁을 논하려면 가장 먼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5년 후, 10년 후 어떤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설득이 끝나면 그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목표 설정–대안 마련–정책 실행까지 이어지는 로드맵 구축을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응급의료체계 개선안으로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격상 ▲지역별 전달체계 재정립 ▲전원조정 시스템 재정비 및 수용병원 지원 강화 ▲119 유료화·병원 간 전원체계 재정비를 제안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청을 만들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응급의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독깁과 격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 과제 결과를 보면 서울·경기 지역에서 119가 이송해온 환자 중 60%가 경증환다"라며 "119 유료화가 답이다. 병원간 전원도 119가 담당해야 한다. 이는 응급치료와 최종치료의 분리와도 관련이 깊다"고 덧붙였다.

법적·처우 개선책으로는 ▲응급의료진 의료사고 안전망 ▲필수의료진 공정 보상체계 ▲안전한 진료환경 보장을, 인프라·역량 강화 차원에서는 ▲취약·필수분야 지원책 ▲취약지 인력 수급 및 지방 인프라 개선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역량 강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만 해도 주변 지인 수십명이 개원을 택했다. 더이상 응급실에 있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게 아니라 이미 교도소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있었다고 말했다"며 "최근 24시간 근무를 하며 혼자 80명의 환자를 봤다. 1명당 검사를 20개라고 하면 160개의 검사 결과를 해독해야 한다. 단 하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바로 법적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과연 이 현실은 누가 얼만큼 더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김찬규 대변인

젊은 의사, 응급의학 포기하는 진짜 이유…법적 리스크, 열악한 수련환경, 지역 격차 등

김찬규 대변인은 '전공의가 제안하는 응급의료 소생술'을 발표하며,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학과 지원을 꺼리는 구체적 이유를 법적 리스크, 열악한 수련환경, 수도권·지방 격차로 세분해 설명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김 대변인은 "2021년 91.7%, 2022년 88.6%, 2023년 84.2%, 2024년 84.0%다. 2024년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84%로 집계됐으나 다른 통계에서는 79%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맹점은 빅5 병원의 충원율이 100%라는 점이다. 소위 큰 병원은 다 충원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50% 안팎에 그친다"며 "이는 소송 리스크에 따른 기피 현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응급의료진이 적어 한 명이 담당하는 업무부담과 소송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지방 의료 인프라 부족과 법적 보호·지원 부족, 교육·수련 환경의 불균형, 과중한 업무부담을 언급하며 지역 응급실 기피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수련 후 전망이 좋지 않거나 돈을 덜 벌어서 응급의학과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 수련 환경 자체가 열악하고 소송 리스크 등 가해지는 부담이 커 전공 포기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사례를 살펴보면, 의료분쟁조정장이 '의료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보인다. 다만 2주의 시간을 줄테니 소정의 위로금 지급 의사를 밝혀달라'라고 발언했다. 이처럼 의료과실은 인정하기 어렵지만 위로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부연했다.

이에 김 대변인은 ▲의무고지제도 ▲수련환경의 표준화 ▲소송 리스크 감소 등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 대변인은 "환자·보호자에게 전공의가 진료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사회적으로 그 한계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수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숙·과오에 대한 과도한 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생부터 전문의까지 단계별 역량 차이가 크다. 이를 줄이려면 전국 표준을 마련하고, 기존 도제식 문화에서 벗어나 당사자인 전공의가 참여하는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가칭 '한국 응급의료 수련·교육평가원(KEHTM)' 같은 족립적인 전문기관 신설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EMTALA 모델을 참고한 과정 중심 면책 제도 도입을 언급하며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응급환자를 선별·처치했다면, 결과가 나빠도 민·형사에서 면책하는 법이 필요하다. 이걸 '의료사고 면책법'이 아니라 '기본 응급 제공법'과 같이 수정해서 환자와 의사 모두 안전해지는 중간지대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응급의학과는 대체 불가능한 필수의료"라며 "법적 안정성과 수련·교육의 질 향상, 지역 의료 인프라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필수의료 현장을 선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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